“780시간 공짜 노동 그만”…간호조무사 200명, 복지부에 민원 제기
올해 경기도의 한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 실습을 한 A씨가 맡은 업무는 빨래, 설거지, 비품 채워 넣기 등이었다. 780시간의 실습기간 동안 관련 교육은 전혀 없었고 A씨는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임금도 받지 못했다.
간호조무사 실습을 경험한 B씨도 A씨처럼 청소와 주말근무를 무급으로 도맡았다. B씨는 보건복지부에 낸 민원에서 “암행어사처럼 10명만 실습생으로 파견해보시라”며 “실습기간이 잡무와 허드렛일, 안내하기만 무한반복하다가 끝나는 걸 경험하실 것이고, (실습생들이 느끼는) 인간적 모멸감까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간호조무사 실습을 경험한 전·현직 간호조무사 200여명이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실습 제도를 개선해달라’며 민원을 냈다.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보려면 의료기관에서 780시간의 현장실습을 거쳐야 하는데, 의료기관이 실습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청소·빨래 등 잡무만 무급으로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특성화고노동조합과 간호조무사·실습생들은 5일 오전 세종 복지부 청사 앞에서 “780시간의 실습 시간 동안 실습생들은 병원의 허드렛일을 떠안은 무급 인력 취급”이라며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산재 적용도 받지 못해 실습하다 다쳐도 개인이 다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특성화고노조는 전·현직 간호조무사들로부터 받은 ‘실습 내용 및 개선 요구사항’ 민원을 공개했다. ‘무급 노동’에 관한 불만이 컸다. 한 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 실습교육이 병원의 인력 확충으로 악용되고 있고, ‘교육’이라는 허울로 급여 한 푼 없이 단순 노동력 제공이라니 황당하다”고 했다.
실습생의 노동환경 자체가 열악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한 간호조무사는 “실습을 하면서 간호사들의 무시와 차별, 구박 등을 받았고. 휴식공간이 없을뿐더러 화장실 편의시설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성화고노조는 복지부에 민원을 제출하며 ‘간호조무사 실습생 노동법 적용’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실습 교육 보장’ ‘간호조무사 실습생 인권침해 신고상담센터 설치’ ‘실무수습 대상을 시험 합격자로 전환’ 등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간호조무사 2명은 의료기관을 상대로 ‘실습 기간 강요당한 단순노동에 대한 임금을 달라’는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8301559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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