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볼락, 우럭, 왕새우…신안 앞바다가 바쁘다

이재진 2023. 9. 5. 0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안특집] 미식가 부르는 신안의 9월
섬 우럭축제에서 낚시로 잡아 올린 우럭.

우리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의 70% 이상이 갯벌이나 염습지(염분을 함유한 습지)에서 생의 일부분을 보낸다.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큰 물고기들도 연안 생태계에 의존하는 셈이다. 수산물의 80~ 90%가 연안 생태계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하며, 국내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16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 2021년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getbol'이라는 우리나라 이름을 그대로 영어로 옮겼다.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5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갯벌 네 군데가 지정됐는데 그중에서 신안 갯벌이 차지하는 면적이 85%. 사실상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은 신안 갯벌이라고 할 수 있다. 신안은 단일군으로 국내 전체 갯벌 면적의 85%를 차지한다.

갯벌에는 칼슘·인·칼륨·유황·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풍부하다고 한다. 미네랄은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가 하면 각종 영양소의 분해 및 합성을 도와 소화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 게르마늄은 몸속의 산소를 빠르게 각 조직으로 전달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작용이 있는데 이 요소들이 부족하게 되면 면역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갯벌에서 열리는 머드 페스티벌에 국내뿐만 아니라 서양인들까지 몰려들어 열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9월 신안(박우량 군수)의 바다는 분주하다. 봄과 여름 동안 유기물이 풍부한 신안 갯벌에서 자라온 바다생물들이 통통하게 살집이 오르기 시작하는 이맘때 어부의 손길은 바빠진다. 9월 신안에서 열리는 해산물 축제를 소개한다.

홍도에서 열렸던 섬 불볼락 축제의 낚시대회.
선상에서 불볼락 낚는 모습.

불볼락 축제 : 9월 22~23일 홍도

불붙은 것처럼 몸이 빨개서 홍도에서는 '열기'라 한다. 붉은빛 홍도와 열기, 궁합이 그럴싸하다. 대개 30cm가 안 되는 손바닥만 한 물고기라 해서 잡어 취급 받기도 하지만 사촌뻘 우럭에 비해 몸값이 비싸다. 횟집 메뉴판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간혹 볼락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하지만 볼락과 불볼락은 엄연히 족보가 다르다. 불볼락은 그물과 주낙으로 잡는다. 호기심이 강해서 한 마리가 낚시에 걸리면 여러 마리가 줄줄이 걸려들어 '동반자살'하는 버릇이 있다. 낚시꾼들은 이렇게 불볼락이 줄줄이 올라올 때 '열기 꽃이 피었다'는 표현을 쓴다. 맛도 좋은데 잡기 쉽고 한번 잡히면 굴비 엮이듯 올라오니 '열기는 꾼보다 아내가 더 반긴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주낙에 줄줄이 매달려 엮여 나오는 불볼락.
불볼락 회무침.

불볼락은 볼락과 달리 양식이 안 돼 어시장이나 횟집에 보이는 건 모두 자연산이다. 주로 매운탕과 회로 먹지만 내장과 뼈를 발라내고 바닷물에 염장한 뒤 바람에 말려 구워 먹기도 한다. 불포화 지방산과 섬유소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인기가 많다.

올해 홍도 불볼락축제에는 낚시 체험과 불볼락 물회 시식 코너 등이 마련된다.

깨끗한 신안 갯벌 양식장에서 기른 우럭을 퍼올리고 있다.

우럭축제 : 9월 15~16일 압해도 송공항

신안 주민들은 잡은 민어·참숭어 등을 잘 손질한 뒤 천일염에 절인 후 바닷바람과 햇볕에 말려 음식재료로 사용해 왔다. 이를 '건정'이라 한다. 호남 서해안 지방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방식의 말린 생선'을 말한다. 우럭은 임금 수라상에 올랐던 바닷물고기이다. 신안에서 우럭을 꾸덕꾸덕 말려 국으로 끓인 것을 우럭간국이라 한다. 말린 우럭은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이 진하고 담백하다. 우럭간국은 말린 우럭과 천일염, 무, 마늘을 함께 넣어 끓인다. 말리는 기간에 따라 우럭 맛이 달라진다. 짧게 말리면 살이 부드럽고, 오래 말리면 풍미가 진해진다. 충남 태안에서는 우럭에 새우젓을 넣어 간을 하는 '우럭젓국'으로 조리해 먹는다.

세계 최고 신안 갯벌에서 나고 성장한 우럭은 다른 곳에서 나는 것들보다 맛이 있다.

우럭은 서식지를 좀체 옮겨 다니지 않는 습성이 있어 세계 최고 신안 갯벌에서 나고 자라는 신안 우럭은 다른 곳에서 나는 것들보다 맛이 있을 수밖에. 양식 우럭은 흑산도권역에서 키우는 것이 국내 유통량의 90%를 차지한다.

압해도 새우양식장에서 수차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왕새우에게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
압해도 새우양식장에서 수차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왕새우에게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

왕새우축제 : 9월 8~17일 팔금면 장목주차장

'신안왕새우'는 보통 명사가 아니다. 정식으로 상표등록된 브랜드다. 신안군은 2022년 신안왕새우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특허청에 신청해서 상표등록을 끝마쳤다. 신안왕새우는 전국 양식새우 생산량의 52%를 차지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신안 갯벌에서 서식하기에 맛이 뛰어나다. 특히 명품 천일염으로 유명한 신안 천일염으로 구워먹는 왕새우의 깊은 맛은 다른 지역 새우와는 차별되는 맛이다.

새우 소금구이. 몸이 투명하면서 껍질이 깨지지 않고 깨끗한 것이 좋은 대하다. 머리에서 검은 물이 나오거나 꼬리가 검은 것은 신선하지 않으므로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왕새우는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과 피부노화 방지 등의 효능과 함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는 키토산이 함유된 고단백 저칼로리 건강식품이다. 신안군에서는 이 축제들을 맞아 신안에서 생산된 제철 농·수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다양한 행사를 선보인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