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탈중앙화 세대’와 마라탕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2023. 9.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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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사장을 위한 노자’ 저자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마라탕에 푹 빠졌다. 마라탕은 중국 쓰촨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저릴 마(麻), 매울 랄(辣)자를 써서 마라탕이다. 혀가 저릴 정도로 매운 국물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끓여 먹는 음식이다.

인기 이유? 일단 맛있다. 이국적인 마라의 향과 맛이 재료에 잘 스며들어 특유의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가격 또한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다. 재료를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맵기의 정도도 선택할 수 있다.

젊은 청년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유와 주도권을 중시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특징이 영향을 미쳤다. 개인에게 디지털은 ‘도깨비방망이’다. 책도 만들고, 음악도 만들고, 영상도 만든다. 새로운 나(아바타)도 만들고, 새로운 돈(암호화폐)도 만들고, 새로운 세상(메타버스)도 만든다. 엄청난 자원과 역량, 조직이 있어야만 할 수 있던 일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혼자서도 뚝딱 해낸다. 슈퍼맨이 따로 없다.

방송만 해도 그렇다. 이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시청자이기를 거부한다. 디지털에 기반한 작금의 방송이란,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속도로, 내가 원하는 만큼만 보고 듣는 거다. 더 나아가 디지털을 도구 삼아 내가 원하는 나의 방송을 만들기까지 한다. 개인의 능력과 통제권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런 그들에게, 원하는 재료를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마라탕은, ‘자유’다. 자유는 단순히 뭐든 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自), 말미암을 유(由). 내 모든 생각과 행동의 근거는 ‘나’라는 거다. 인간의 자기 결정권과 독립적 선택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니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부상이다.

소수 취향을 저격하는 마이너 독립잡지의 유행은 이를 방증한다. 내 음악을 하겠다며 오케스트라를 직접 만드는 젊은 지휘자도 낯설지 않다. 내 손 글씨에 기반한 나만의 폰트 만들기는 또 어떻고.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효율성’이 아니라 개인이 주인 되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그들. 이른바 ‘탈중앙화 세대’의 출현이다.

‘탈중앙화’란 ‘중앙’에서 ‘주변’으로의 중심 이동이다. ‘집중과 고립’에서 ‘분산과 연결’로의 이동이다. ‘전체와 권위’에서 ‘개별과 창의’로의 이동이다. ‘일사불란(一絲不亂)’에서 ‘십인백색(十人百色)’으로의 이동이다. 요컨대, 탈중앙화란 ‘권위적 획일성’의 종말이자 ‘창의적 개별성’의 부상이다.

탈중앙화 세대와의 생산적 공존은 최근 모든 조직의 핵심화두다. 이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조직의 성장이 요원해서다. 리더십 혁신은 당연한 수순. 예전에는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음악을 연주하던 ‘오케스트라형 조직’이 대세였다. 권위주의적 지휘자는 지휘봉과 악보로 조직을 통제했다. 개별 연주자의 개성과 창의성은 설 자리가 없었다. 지금은 아니다. 격변의 시대다. 유연해야 변화를 껴안을 수 있다. 변화에 즉각 대처 가능한, 동료와의 창의적 하모니가 중요해졌다. 유연하고 캐주얼한 ‘재즈형 조직’이 주목받는 이유다.

‘마라탕 세대’와 함께 하는 행복한 성장의 비결? 가치의 재구성이 급선무다. ① 권위 말고 창의 : 혁신은 명령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발적 열정에서 싹을 틔운다. ② 지도 말고 나침반 : 모든 상황과 문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세상이다. 지도처럼 정확한 경로를 그려낼 순 없다. 핵심 가치와 원칙을 나침반 삼아 방향을 잡아야 한다. ③ 순종 말고 도전 : 주어진 상황에 순응해선 미래가 없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도전은 필수다. ④ 이론 말고 실재 : 이론은 실재의 복잡성을 100% 반영할 수 없다. 게다가 이론은 실재의 과거형이다.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론이 아니라 실재를 산다. ⑤ 안정 말고 회복력 : 모든 게 불확실한 세상에서 안정이란 곧 퇴보다. 그렇다고 모든 도전이 다 성공할 순 없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이 경쟁력인 이유다.


마라탕 세대. 아직도 그들을 지시와 명령,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라 여기는 리더라면 그 조직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런 리더에게 추천하는 오늘의 메뉴? 마라탕이다. 역설컨대, 마라탕은 자유(自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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