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거리로 나선 교사들…“균형 깨진 교육 현장, 교사 권위 살려달라”

김양혁 기자 2023. 9. 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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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

지난 7월 교내에서 숨진 서이초 교사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오후엔 본격적으로 집회 장소에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학교 강당에서 진행된 추모제에 참석해 "선생님, 더 이상, 소중한 우리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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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49재, ‘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 교사 2만명 이상 거리로 나와
연·병가 형태로 ‘우회 파업’ 집회 참석
“서이초 교사 일상 매일 현장에서 일어나”
전임 교사 “언젠가 터졌을 일”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서이초 교사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진행된 집회 전경. 왼쪽부터 이날 오전 무대 설치에 한창이었던 현장과 오후 참석자로 가득 찬 현장. /김양혁 기자

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 지난 7월 교내에서 숨진 서이초 교사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로 명명하며 연·병가를 통해 사실상 ‘우회 파업’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오전부터 집회 신고 장소로 예정된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은 집회 무대 설치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후엔 본격적으로 집회 장소에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집회 시작 2~3시간 전 인근 카페는 검은 옷을 입은 이들로 만석을 이루기도 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추모 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2만명이 넘는다. /최정석 기자

주최 측인 교사 모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가 이날 경찰에 신고한 집회 참여 인원은 2만명이다. 집회가 본격 시작되자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부터 약 300m 거리를 전국의 전·현직 교사들이 가득 채웠다. 주최 측은 전국 13개 지역에서 약 10만명 참가자들이 추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집회 참가 교사들은 현행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했다.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김모씨는 “현행법은 가정, 보육시설에서 아동학대를 예방하자는 취지가 강하다”라며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목격자가 없고 보호자와 아이밖에 없는 경우에도 아이 말을 신뢰해 즉각 부모와 아이를 분리해 주는 반면, 학교는 교사가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지도를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된 이후 직위해제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 집회 참여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는 한 중학교 교사는 “서이초 교사와 상황이 차이는 있겠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서이초 교사가 훨씬 더 힘들었겠지만, 비슷한 일들을 나도 매일 겪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이상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는 전임 교사는 “오랫동안 교육 현장을 봐 왔는데 최근 들어 학교가 이상해졌다”며 “아이와 학부모가 교사, 학급, 학교를 흔들었다.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고 했다.이어 그는 “나도 연차가 낮았더라면 교사직을 그만 두든지, (서이초 교사와)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 같다”며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시작과 함께 ‘진상규명이 추모다’라는 피켓을 들고 “진실을 알고 싶다”고 외쳤다. 집회 무대에 국립유치원 교사는 “(서이초 교사의)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극단적 상황에 놓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 참석한 어머니와 아들이 카네이션을 헌화하고 기도 중이다. /최정석 기자

학부모와 학생들도 교사들의 집회에 힘을 실었다. 경기도 지역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4학생 학생은 “교과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은 반에 저 하나밖에 없는데, 선행 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이거 다 배웠다’ ‘재미없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며 공교육이 무너진 상황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지적했다. 4학생 학생의 학부모라고 소개한 이는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학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사과와 처벌도 촉구했다. 교육부는 이날이 평일 수업 일인 점을 고려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형태로 추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집단행동을 위한 연가·병가에 대해 당일 복무 점검으로 징계도 가능하다며 ‘경고’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부 엄포와 학교에서도 안팎으로 집회 참여를 못 하도록 압박을 넣었지만, 교사를 그만두더라도 다른 일 알아보겠다는 각오로 왔다”며 “현장에 생각보다 많은 교사 분이 온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서 한 여성이 헌화에 쓸 카네이션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있다. /최정석 기자

이어 집회 참가자들은 “이 사람(이주호 장관)이 교육부 수장이 맞나, 반성하라. 징계 운운하는 이주호는 사과하라, 법과 원칙에 따라 직권남용하는 이주호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학교 강당에서 진행된 추모제에 참석해 “선생님, 더 이상, 소중한 우리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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