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따뜻한 날들의 기억’ 혹은 기록을 만나는 방법.. “예술과 여행하는 제주, 어디까지 가봤니?”

제주방송 김지훈 2023. 9. 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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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인 국내·외 아티스트 제주 집결
9월 한 달간 제주 19곳 공간서 전시
아트 페스티벌.. 다양한 장르·주제들
한데 어울린 ‘참여형 문화프로젝트’
요시고 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단면을 마구잡이로 떼어 옮긴 듯, 크고 작은 프레임들의 조합이 익숙합니다. 빛 바랜, 뚝뚝 비 내리는 고전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너무나 사실적안, 그래서 더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원색의 사진들은 켜켜이 먼지 쌓인 먼 지평선 끝에서 손짓하는 풍경이거나 코로나19 이전 어느 시절, 풋풋한 패기로 떠돌았던 이국의 하늘 아래 기억을 닮았습니다.
제주시 한 복합문화공간, 야외 하우스정원을 스페인의 사진작가 요시고(Jose Javier Serrano)의 오리지널 에디션 대표작과 미공개작 20여 점이 채웠습니다.
앞서 2021년 6월 23일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국내 첫 개인전인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에 이어 지난 5월 부산 전시에서도 아날로그 시절 사랑과 낭만을 선보이면서 긴 관람 줄을 만들었을 정도로 인기를 끈 작가이자 작품들이, 이번엔 제주를 찾았습니다.


더 나이브 사이드(채수원, 윤석현), 요시고, 조이 유, 윤경덕, 장진승, 성립 작가 (좌상단부터 시계방향).


지난 1일 막을 연 ‘아트 트랙 2023’입니다. 10월 1일까지 한 달간 제주 곳곳에서 참여형 문화 예술 프로젝트로 펼쳐지는 축제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아트 페스티벌입니다. 

복합문화시설은 물론 호텔과 카페, 워크 플레이스 등 제주의 자연, 문화와 어우러진 19개 공간과 국내와 해외 유명 아티스트 39명의 예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주시 애월읍 복합문화공간 ‘하우투플레이’에서  ‘윤경덕X샤이니(TBOS X SHINEE)’의 ‘RUNNER’전을 선보이는 윤경덕 작가를 만났습니다. 앞서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가 ‘하우투플레이’에서 미공개 신작과 대표작을 선보이는 것을 비롯해 같은 공간에서 윤 작가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아 멤버들의 무대의상을 업사이클링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반항적 해체예술을 선보이는 작가는,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K-POP 아티스트인 샤이니(SHINEE)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연계한 아트 오브제 전시를 가져왔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의상실에 잘 정리된 무대 옷들을 우연히 보고선, 이번 전시를 구상했다는 윤 작가는 “2년 전, ‘스프린터’라는 전시를 했는데 서울에 상경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을 표현한 작업이었다. 그때의 내 모습과 샤이니 5년 차 때 풋풋한 뮤직 비디오 등 영상을 보다가 닮음꼴을 찾았다고나 할까”라면서 “그때 전시 당시의 기억과 5년 차 샤이니의 의류를 결합해서 이같은 형태의 작업을 하게 됐다”고 전시 취지를 전했습니다.

윤경덕 작가 전시에 협업하는 샤이니(SM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 샤이니의 각종 공연 당시 의류를 해체하고 동물 ‘치타’로 재구성하면서 새롭게 작품들로 탄생시켰습니다.

또 기존 작업들 중에서 리사이클-업사이클(다시 쓰고, 새로 쓰는)한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유명 의류 브랜드사들의 옷, 레이서들의 의류는 일상과 만나 쿠션이나 의자로 새로운 쓸모를 얻었습니다. 

작가는 “일단 제품(작품)을 제작할 때, 우선 원형을 어느 정도 살려볼까 고민을 많이 한다”면서 “관람객 역시도 이 제품이 원래 어떤 형태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왔는지에 대해 관찰하면서 본다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근처 복합전시공간인 ‘특활제주’에선 로렌정과 섭섭 등 아티스트들이 롯데갤러리 ‘네이버후드’ 전시 프로젝트와 합작해 반려동물과 유기견 이야기를 다루는 펫 아트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9개 전시 공간 중에선 유일하게 반려견 테마 공간으로, 라이브 페인팅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 반려견을 동반한 관람객들의 호응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 나이브 사이드, 요시고, 조이 유, 윤경덕, 장진승, 성립 작가의 대표 작품 (좌상단부터 시계방향)


‘아트 트랙’은 제주 개최를 시작으로, 앞으로 글로벌한 콘텐츠 축제로서 영역을 넓혀볼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전체 ‘아트 트랙 2023’을 기획 주관한 ‘스피커(SPEEKER)’의 이정은 상무는 “제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유명한데 굉장히 신비하고 다채로운, 그래서 그런 공간들에 뭔가 다른 콘텐츠와 아트를 넣어서 더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면서 “제주 전역에서 선정된 19개의 공간에서 39인의 다채로운 아티스트와 다양한 주제·콘텐츠들을 담고 있는데 이 모든 공간들을 여행하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고 갔으면 한다”고 전시 취지와 바람을 전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술관부터 호텔, 카페까지 제주 곳곳에 숨은 전시장을 찾아 나서는 재미는 제법 쏠쏠합니다.
지속 가능한 소재를 통해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디자이너 듀오인 윤석현과 채수원은 '유동룡 미술관'에서 자연과 산업의 소재를 더한 이질적 조합의 오브제를 전시합니다.

안웅철 作


‘그랜드 조선 제주’에선 안웅철 사진작가가 제주의 바다가 담긴 사진 시리즈를, 아라리오 뮤지엄 설립자이자 아티스트인 씨킴은 한 달간 제주에 머물며 발견한 소재들로 제작한 설치작들을 ‘윈드스톤 갤러리’에서 선보입니다.

서귀포 정방동의 온천탕을 개조한 전시공간 ‘라바르’에선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조이유가 제주를 여행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 작업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립∙장진승 작가 전시에 협업하는 코드 쿤스트와 우원재 (AOMG 제공)


참여작가 절반 정도가 스피커 소속 아티스트들로, 드로잉 아트의 성립과 미디어 아티스트 장진승은 힙합 레이블 AOMG와 협업한 작품들을 워케이션 플레이스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에 펼쳤습니다. AOMG 소속 코드 쿤스트와 우원재 협업 음원을 시각예술로 재해석했습니다.
이곳에선 다양한 장르들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집니다. 벨기에 기반의 사운드 아티스트 다비드 헬비히가 소리 없는 공간에서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를 준비했고 건축사진가 최용준의 사진이 전시공간에 맞물립니다. 여기에 프로젝트 팀 필굿이 잔디공간에 ‘Archetypes(원형들)’이란 전시에 새 작업을 더해 보여줍니다.

10월 1일까지 진행하는 전시는 기간 내 상시 관람이 가능하고 일부를 제외하고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유료 전시 티켓은 일부와 전체 관람이 가능한 두 가지 유형으로, 인터넷 포털을 통한 예약과 현장 예매가 가능합니다. 카페 등 운영 시간이나 전시 시간은 별도 확인해야 합니다.
전시장별 자세한 정보와 프로그램 관련 내용은 ‘스피커’와 ‘아트 트랙 제주’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볼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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