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원피스 "원작과 비교만 안하면 나름 재밌다"

문원빈 기자 2023. 9. 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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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다” vs “괜찮다”…시선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뉘는 평가
※ 해당 기사에는 원피스 원작 및 드라마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라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서빙한 '삭힌 홍어' 요리"

삭힌 홍어는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식재료다. 선호하는 사람들은 수시로 찾지만 특유의 악취로 싫어하는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기겁한다. 8월 31일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원피스'를 보면서 삭힌 홍어 같다는 생긱이 들었다.

어린 시절 원피스를 접한 기자는 지금도 계속 감상 중이다. 어느새 인생에서 가장 긴 미완결 작품이 됐다. 완결이 슬슬 보이기 시작해서 그런지 휴재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 현재 원작은 베가펑크 구출 작전 속에서 루피와 키자루의 대립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혹시나 놓치는 디테일이 있지 않을까 리뷰를 위해 드라마를 3번 정주행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작의 지식, 드라마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180도 나뉠 수 있는 작품이다.

원작 극성 팬 시선에선 솔직히 기괴하고 어색한 요소의 집합체다.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지"라며 회상할 순 있는데 기분은 좋지 않다. 반대로 원피스를 전혀 모르거나 설정관에 민감하지 않으면 킬링 타임 정도는 될 수 있다. 주변에 "나쁘지 않았어"라고 평가한 지인이 꽤 있다.

"원작에 대한 모욕이야"와 "이 정도면 준수하잖아"라는 의견이 크게 나뉘어 평가하기가 정말 난해한 원피스 드라마. 과연 무엇이 문제였고 그 속에서 어떤 것들이 괜찮은지 원작 팬 시선에서 분석해 봤다.

 

■ 실사로 구현하기 너무 어려운 소재

원피스를 실사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이걸 구현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앞섰다. 원피스는 비현실적인 요소도 많고 전투 장면에서는 속도감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사로 만화의 전투 속도를 구현하면 난잡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악마의 열매 능력자만 해도 자칫 잘못 표현했다간 드라마 장면 전체를 촌스럽게 만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를 소개할 때 원작 재현이 아니라 표현이라고 전했다. 표현이라도 잘하면 다행일 텐데 역시나 걱정은 현실로 이어졌다. 전투에선 속도감를 느낄 수 없으며 어색한 장면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중요 기술을 사용할 때 90년대 무협 영화와 같은 촌스러운 연출이 몰입감을 저해했다. 루피의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고무고무 총, 고무고무 풍선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고무고무 총난타, 고무고무 도끼에서는 탄력을 느끼기 힘들었다.

고무고무 총난타는 고무의 반동을 이용해 무차별 난타하는 기술이다. 드라마에서는 고무고무 총난타 사용 시 고무가 출렁거리니까 호쾌한 타격감이 전달되지 않았다.

고무고무 도끼는 다리를 위로 길게 늘린 후 발바닥으로 내려찍는 기술이다. 드라마에서는 늘린 상태에서 그대로 다리를 내리는데, 이 때도 고무가 흐느적거리니까 강력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조로의 기술도 마찬가지다. 귀신 베기, 호랑이 사냥, 삼천세계는 순간적으로 적에게 돌진해 베는 기술이라 실사로 표현하기 매우 힘들다. 3가지 모두 삼도류 기술이라 그 난도는 더욱더 높다. 예상대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최근 CG 기술이 발전한 만큼 조금이나마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다.

이로 인해 드라마에서 조로는 루피, 상디, 우솝과 다르게 전투 중 기술명을 말하지 않는다. 삼도류 기술을 사용하려면 입에 칼을 물고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입에 칼을 물고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명을 외치지 않는 것이다.

주요 장면에서는 조로의 핵심 삼도류 기술이 대부분 이도류 기술로 대체됐다. 차라리 배우 목소리를 미리 녹음해서 삼도류를 사용할 때 대체했으면 어땠을까. 미호크와의 전투에서 귀신 베기 연출도 이도류로 대체되고 돌진을 CG로 표현했는데 너무 어색했다.

전투와 기술 이외에도 어색하게 느껴지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원작 팬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는 장면이 많으니까 2화 정도 감상했을 때 "이걸 더 봐야 할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 개연성과 함께 무너진 서사

원피스 드라마에서 가장 실망한 요소는 개연성이다. 한정된 분량 안에 만화 내용의 모든 것을 넣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연히 분량에 맞춰 각색해야 한다. 하지만 각색 과정에서 개연성을 너무 무너뜨렸다. 드라마 작업에는 오다 에이치로 작가도 직접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오다 작가가 참여한 게 사실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엉성했다.

발라티에 에피소드가 절정이었다. 원작 발라티에 에피소드에는 상디, 미호크, 돈 클리크, 나미의 배신 등 많은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서사를 펼쳐낸다.

간단하게 살펴보면 상디는 빈사 상태로 찾아온 깅에게 무료로 먹을 것을 내어준다. 깅은 미호크에게 당한 자신의 선장 돈 클리크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상디가 고민 없이 도와주지만 배를 채운 돈 클리크는 발라티에를 탈취하기 위해 배신한다. 그 때 미호크가 다시 나타난다. 이를 발견한 조로가 미호크와의 대결로 패배한다. 

모두가 이들의 대결로 한 눈을 판 사이 나미가 고잉메리호를 타고 아론에게 떠난다. 루피는 돈 클리크와 싸워 승리하고 상디를 동료로 맞이한다. 그리고 나미를 찾아 떠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 발라티에 에피소드에는 돈 클리크가 이미 미호크에게 당해 제외됐다. 가프의 부탁으로 미호크가 발라티에로 찾아오고 조로가 다음날 싸워 패배한다. 그리고 이후 에피소드 빌런인 아론이 선행 등장하고 나미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배신한다.

이렇게 뚝뚝 끊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니까 "뭐지"라는 물음표가 머릿 속을 맴돌았다. 깅이 등장해 상디에게 도움을 받는데 팬 서비스인듯 아무 의미 없는 장면이다.

아론의 필살 무기 '송곳톱' 장면은 기가 찬다. 이를 보며 제작진이 원피스 스토리에 전혀 관심을 없다고 느껴졌다. 원피스 드라마는 한 화에 투입된 제작 비용이 240억 원으로 알려졌다. 도무지 그렇게 많은 제작비를 들인 퀄리티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 코스프레 모델인가? 배우인가?

묘사가 형편없는 캐릭터는 아론이 대표적이다. 탄탄한 근육과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아론이 앙상하게 표현됐다. 위압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코는 생선 뼈를 붙여놓은 듯한 디자인이다. 여기에 연기도 어색하니까 드라마 설정상 최종 빌런이 버기보다 약하게 보인다.

예고편에서 아론을 보며 어인은 CG로 대체했으면 훨씬 나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론의 부하인 '쿠로오비'를 보니까 또 그건 아니었다. 그냥 캐스팅 당시 덩치가 큰 근육질 몸매의 배우를 섭외하면 해결될 문제였다. 분장 난도가 어려운 탓인지 아론의 주요 부하인 하찌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카야의 경우 배우 선정과 분장은 좋았지만 연기력이 아쉬웠다. 캡틴 크로에 의해 몸이 좋지 않은 캐릭터인데 아픈 상황을 전혀 표현하지 못했다. 배우에겐 실례일 수 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의 연기도 엉성했다.

소품으로는 고잉메리호에 왜 일반 염소머리를 붙여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잉메리호는 동그란 얼굴에 웃는 표정이 매력적인 배다. 앞에 실사화 된 염소머리를 붙여놓으니까 귀여운 감성이 사라졌다. 샹크스 레드포스호, 발라티에는 잘 구현했으면서 왜 고잉메리호는 괴상한 디자인일까 이해할 수 없다.

 

■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들이 살려낸 재미

아론, 돈 클리크, 크로 해적단 등 코스프레 모델들이 연기하는 듯한 인물 속에서 높은 싱크로율로 놀라게 만들었던 배우들이 재미를 챙겨줬다. 가장 눈에 띈 캐릭터는 코비였다. 외모도 잘 어울렸고 연기력도 괜찮았다.

버기도 돋보였다. 디자인은 물론 동강동강 열매 표현도 괜찮았으며 광대 연기도 일품이었다. 100% 만족하긴 어려워도 알비다, 샹크스, 미호크, 조로, 루피, 가프, 헤르메포, 히그마도 "이 정도면 훌륭한 퀄리티다"라고 할 만큼 준수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소품이다. 미호크의 흑도 요루는 말 그대로 검신이 칠흑색이라 붙여진 명칭이다. 영구 흑도는 특수한 조건으로 검신이 칠흑색으로 변한 것인데 영화에서는 이를 표현하지 않았다. 오다 작가가 놓친 것인지, 제작진들이 소품을 만들 때 구현할 수 없었던 탓인지 아쉬운 디테일 표현이 곳곳에 있었다.

샹크스 팔을 뜯어먹은 해왕류 '근해의 주인'도 잘 만들었다. CG 요소까지 포함해 평가하면 단연 최고의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알비다의 경우 버기와 합류할 때 '매끌매끌 열매'를 먹지 않았다. 실물 캐스팅도 합격점을 줄 만큼 싱크로율이 괜찮아서 아릅답게 변한 알바다의 모습도 기대했는데 다소 아쉬웠다.

 

■ 원피스 세계관이 현실이었다면 그럴 법한 연출

캐릭터 주요 기술 연출은 어색했지만 현실적인 상시 전투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적의 공격을 요리조리 회피하는 루피, 일도류로 두 명의 적을 순식간에 찌르는 조로, 자연스럽게 적을 다수의 적을 발로 차는 상디 등 "차라리 전투 자체를 현실적으로 표현했으면 더 괜찮았겠다"라고 말할 만한 장면들도 꽤 있다.

후샤 마을에서 산적 패거리와 빨간머리 해적단이 싸우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야솝의 사물과 지형을 활용한 저격 기술은 감탄할 만큼 멋있었다. 미호크가 돈 클리크 모선을 검기로 파괴할 때 현실에서 검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저럴 것 같다고 생각할 만큼 잘 표현했다.

총평하면 오다 작가가 우려했던 '최악'은 아니다. 만화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실사 드라마 중에는 나름 수작이다. 원피스가 아닌 해적 드라마로 바라보면 볼만 하다. 개인적으로 영어보다 일본어 더빙으로 보니까 조금 나았다. 일본어 특유의 감성이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화와 정말 잘 어울리는 그 감성을 곁들이니까 한층 분위기가 살아났다.

이에 따라 원피스 극성 팬들보다 원피스를 잘 모르거나 원피스 설정관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나름 웃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드라마다.

반대로 원피스 찐팬이라면 기대감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감상하길 바란다. 감상 시간 내내 "이건 아니지"라는 말만 반복하게 된다. "원피스 세상이 현실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관점에서 감상하면 의외로 괜찮은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조로 등장 장면에서 바로크 워크스 미스터 세븐이 뜬금 없이 등장한다. 본래 원작에 있었던 설정은 맞다. 하지만 바로크 워크스는 알라바스타 에피소드에서 등장한다. 시즌2를 암시하는 복선일 가능성도 있지만 굳이 보여줄 필요 없는 장면이다.

시즌2에서는 악마의 열매 능력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비현실적 요소가 훨씬 많아진다는 의미다. 지금껏 보여준 연출이라면 더 어색해질 것이다.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제작진이 서사와 CG 연출에 더 신경 써주길 바랄 뿐이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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