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강풀 '무빙' 특이점 찍고 진화…"결말 다르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2023. 9. 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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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자로서 생애 첫 각본까지
평단·대중 호평…이야기꾼 정체성 확장
"내 이야기 쓸 수만 있다면 어디든…"
작가 강풀. 디즈니플러스 제공

웹툰계에서 잔뼈 굵은 작가 강풀에게도 '무빙' 실사화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생애 첫 시리즈 각본까지 맡았으니 그 책임감이 오죽했으랴.

"20년 넘게 만화가로 살았어요. 늘 줄거리를 완성한 뒤 연재를 시작해 왔기에 이야기를 쓰는 데는 익숙했죠. 문제는 만화 시나리오야 나만 알아보면 되는데, 시리즈 각본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었죠. 감독, 배우들도 알아보고 이해해야 했으니까요."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풀은 기성 각본들을 구해 해당 드라마와 비교하면서 각본 쓰는 법을 공부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포기했단다. 단기간에 습득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까닭이었다.

"제작진과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했죠. 기존 제 방식대로 각본을 쓰겠다고요. 그게 더 정확하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여타 각본보다 분량도 많고 낯설었을 텐데, 편의를 봐 주신 덕에 여기까지 왔죠."

그는 '무빙'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뒤 "원작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웃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웃음) 그래도 듣기 좋은 말이에요. 원작보다 풍성해졌다는 의미로 들리니까요. 핸드폰과 친한 사이가 아닌데, 요즘 매일 아침 일어나면 검색을 그렇게 많이 해요. 만화야 나 혼자만 망하면 되는데, 시리즈는 아니니까요. 책임감이 엄청 커지더군요."

스스로 그린 웹툰을 실사화하는 데 함께하는 여정은 강풀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 그림체로 어떻게 조인성을 표현할 수 있겠나"라는 우스갯소리에서도 그 감동이 묻어났다.

"평생을 마감에 시달려 왔죠. 마감이 코앞에 와 있으면 그리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드라마 각본은 다르더군요. 내가 쓰면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이 구현해 줄 것이라는 '무책임한'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웃음) 납작했던 원작 캐릭터가 연출과 연기로 훨씬 풍성해지는 면도 느꼈죠. 그렇게 만들어진 '장희수(고윤정) 17대 1' '장주원 100대 1' 격투신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디즈니플러스 제공

강풀은 이야기꾼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재미'를 첫손에 꼽았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시작한 작품은 '26년'뿐이에요. 나머지는 어떤 장르든 재미가 최고였죠. 착한 사람이 이기는 이야기, 정의가 승리하는 이야기는 늘 재밌잖아요. 저 역시 그런 이야기를 추구합니다. 제 작품의 첫 독자는 저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데 욕심을 내죠."

이러한 재미를 시청자들과 더 깊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강풀은 '무빙' 안에 이스터 에그 3, 4개를 숨겨뒀다고 했다. "원작을 본 사람들은 '뭐야?'라고 반응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시리즈 결말 역시 원작 웹툰의 그것에서 더 나아가 뚜렷한 확장을 꾀했다고 한다. "남북 분단 상황 탓에 후대가 고통 받고 갈등 빚는 일을 끊어내고 싶었다"는 강풀의 의지가 작용한 까닭이다.  

"원작을 이미 본 시청자들은 남북 분단 상황에 따른 사건이 이어진다고 여기실 겁니다. 후반부에는 원작보다 더 나아가는 부분이 있어요. 분단 상황 탓에 후대가 고통 받고 갈등 빚는 일을 끊어내고 싶은 욕망이 있었죠. 그래서 시리즈 결말은 원작과 다릅니다."

강풀은 '무빙' 각본 작업을 통해 이야기꾼으로서 정체성을 더욱 넓히고 다지는 모습이었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만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 이야기를 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무빙' 각본을 처음 쓸 때 이 일은 일종의 외도라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이번에 각본을 처음 쓰면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던 것들도 좋은 감독, 제작진, 배우들과 함께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오는 20일 '무빙' 마지막회가 공개된 이후 뚜렷한 길이 정해질 것 같습니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뿐이죠."

작가 강풀.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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