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도 방치‥얼굴 없는 희생자들, 애타는 후손들
[뉴스데스크]
◀ 앵커 ▶
밝혀지지 않은 억울한 죽음들.
애타는 후손들은 지금도 진상 규명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경남 의령군 석천마을.
100여 년 전, 먹고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떠났던 주민 11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올해 팔순인 정행규 씨의 할아버지도 그랬습니다.
[정행규/희생자 정덕로 씨 손자] "다 돌아가시고 오직 한 분이 조금 뒤늦게 (돌아오셨어요.) 거기에서 혼자서 숨어서 살아남으신 분이 '(다른 사람들은) 돌아가셨다'‥"
할머니 곁에 할아버지 위패만 모셨습니다.
[정행규/희생자 정덕로 씨 손자] "유골도 못 찾아오고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조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 위패로 갈음해서 같이 합장을 했어요."
이 마을의 또다른 희생자 오효근 씨는 사망 소식조차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손자며느리는 남편 없이 홀로 자녀들을 키워낸 시할머니를 어렴풋 떠올립니다.
[이향순/희생자 오효근 씨 손자며느리] "다른 사람은 (사망했다는) 편지가 오는데 우리 조부님은 편지가 안 오더라 하네. 우리 조모는 개가 짖어도 '할배 오는가' 이래 쳐다보고‥ 지금도 우리 할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1923년 그 해, 임시정부가 관동대학살 조선인 피해자를 6천 661명이라고 추산했을 뿐, 해방 뒤에도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승만 정부에서 피살자 290명의 명부를 작성한 뒤 방치하다, 지난해 말, 진실화해위원회에서 408명의 희생자 명단을 만든 게 전부입니다.
[이만열/전 국사편찬위원장,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 "이 사건은 묻혀진 사건이고, 또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건이었고, 역사에서 배제된 것처럼 그렇게 내려왔습니다. 진상이 밝혀져야만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애타는 후손들은 직접 기록을 찾아나서기도 합니다.
경북 출신 희생자 남성규 씨의 외손자 권재익 씨.
가족 관계가 망라된 제적 등본에서 외조부의 피살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권재익/희생자 남성규 씨 외손자] "대정 12년(1923년) 9월 5일 오후 9시 군마현 다야군 등강경찰서 (사망)‥ 구체적 등본에 그 내용이 그렇게 기록돼 있어요."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만들어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호소, 그러나 시간이 없습니다.
[권재익/희생자 남성규 씨 외손자] "우리는 그냥 감춰졌잖아요. 시간도 많이 흘렀고. 사실은 제일 억울한 사람들이에요. 반드시 진상 규명해야 되는데 제 나이도 이제는 내일모레 칠십인데‥"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 영상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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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손지윤 / 영상편집: 권지은
윤상문 기자(sangmo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20641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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