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퍼가 인정한 韓 스타트업… “당신의 잠자리를 책임지겠습니다”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9. 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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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움직이는 침대가
수면의 질 높인다는 연구 보고
스타트업 뛰어든 정태현 대표
수년간 발로 뛰며 침대 제작
템퍼 눈에 띄어 납품 시작
“불면증을 앓고 있는 분들께 도움을 주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버텨왔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입니다.”
정태현 몽가타 대표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 몽가타. 설립 10년째인 몽가타는 수면에 도움을 주는 ‘움직이는’ 침대를 만드는 기업이다. 각종 창업 경연 대회에서 상을 받고 2020년에는 디탬프 디데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산후조리원을 비롯해 여러 침대 업체와의 협업도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서울 양재동에 체험형 ‘쇼룸’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매장까지 만들었는데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정태현 몽가타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래도 ‘기술력’이 있으니 누군가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여러 침대 업체를 찾아다녔다”라고 말했다.
몽가타 스웨이드 침대 <사진=몽가타>
몽가타가 확보한 기술은 ‘스웨이드’, 즉 침대가 좌우로 수 시간 동안 움직이는 기술이다. 불면증 환자이기도 했던 정 대표는 대학 시절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진이 학술지 ‘셀’에 게재한 논문 한 편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요람’처럼 좌우 흔들림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였다. 침대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귀 안에 있는 전정기관을 자극하고 안정화된 수면 패턴으로 낮은 심박수를 유지, 깊은 수면을 제공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정 대표는 이 논문을 기반으로 ‘모션베드’ 도안을 들고 전국에 있는 공장을 찾아다니며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침대가 좌우로 움직이는 동안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야 했고, 하루 8시간 이상씩 10년 이상 사용해도 끄떡없어야 했다. 사용자의 몸무게에 따라 움직임에 차이가 나서도 안 됐다. 정 대표는 “최용제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원했던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한국에서는 최초로 좌우로 움직이는 매트리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서 이 기술이 실제 수면에 도움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시작했다. 임상시험에는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몽가타의 성과를 본 교수들이 흥미를 느끼고 비용은 거의 받지 않고 임상에 돌입할 수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수면 효율이 약 11%가량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어 몽가타는 삼성서울병원과도 현재 임상을 이어가고 있다.

몽가타 침대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프레임 <사진=몽가타>
정 대표는 몽가타가 확보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국내 어떤 대기업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결국 세계적인 매트리스 기업 ‘템퍼’가 몽가타의 기술을 인정했다. 정 대표는 “몽가타의 스웨이드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템퍼는 수많은 테스트를 요청했다”라며 “수개월에 걸친 테스트를 통과했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템퍼는 몽가타의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 초 ‘스웨이 침대’를 공식 출시했다. 이어 고급 가구를 대여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리체가 몽가타 침대 렌탈을 도입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 밖에 여러 침대 업체와 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비투씨(B2C)에 앞서 비투비(B2B) 시장을 공략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몽가타는 좌우로 움직이는 스웨이드 침대에서 멈추지 않고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정 대표는 “침대 외에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등, 커튼 등을 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기술을 확보하고 인정받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에 맞는 맞춤형 수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며 “불면증에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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