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주세요” 평균 연령 85세 칠곡할매들, 8인조 래퍼 도전
“설거지 애보기 / 내 할 일은 그거지” “빨갱이는 눈과 코가 빨간 줄 알았지. 그냥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 예”
노년이 돼서 한글을 깨친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이 이번에는 8인조 래퍼 그룹에 도전한다. 할머니들은 직접 작사한 랩을 맹연습한 뒤 지역 축제 공연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31일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군 지천면 신4리 할머니들은 전날 마을 경로당에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를 결성했다. 멤버는 박점순(85·리더), 정두이(92), 서무석(87), 홍순연(80), 장옥금(75), 이필선(87), 이옥자(78), 김태희(78) 할머니로 구성돼 있다. 그룹 평균 연령은 85세로, 멤버 최고령자 정두이(92) 할머니와 최연소 장옥금(75) 할머니는 17살 차이가 난다.
할머니들은 그간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워 시를 써왔고, 이 가운데 일곱 편의 시를 랩 가사로 바꿨다. ‘환장하지’, ‘황학골에 셋째 딸’, ‘학교 종이 댕댕댕’, ‘나는 지금 학생이다’ 등은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아쉬움을 표현한 곡이다. 6·25전쟁 당시 총소리를 폭죽 소리로 오해했다는 ‘딱꽁 딱꽁’, 북한군을 만난 느낌을 표현한 ‘빨갱이’처럼 전쟁의 아픔을 담은 곡도 있다. ‘들깻잎’은 깻잎전을 좋아했던 남편을 그리워하며 썼다.
수니와 칠공주는 초등학교와 지역 축제 무대에 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랩 연습을 위해 주변 사람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랩 선생님은 공무원이 되기 전 한때 연예인을 꿈꿨던 안태기 주무관이 맡는다. 안 주무관은 2주에 한 번씩 마을 경로당을 찾아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칠 예정이다. 할머니들의 한글 선생님인 정우정씨도 유튜브로 랩을 배우며 밀착 지도에 나선다.
이필선 할머니는 “성주 가야산에서 북한군을 만나기 전에는 빨갱이는 온몸이 빨갛다고 생각했었다”며 “랩을 부를 때마다 그날의 아픔이 떠오른다. 랩으로 전쟁의 고통과 통일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칠곡군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할머니들이 흥이 많아 랩을 배우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관광버스 춤과 비슷하다는 어르신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음원 발매는 추후 반응을 보고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칠곡 할머니들이 증명하고 있다”며 “한글 교육으로 시작된 칠곡 할머니들의 유쾌한 도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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