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어디까지 아세요] 햇살을 피하는 초록색 방법! 절물오름 걷기

이승태 여행작가, 오름학교 교장 2023. 8. 3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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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에서 가까운 여름에도 걷기 좋은 풍성한 숲길
짙은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절물오름 능선과 전망대. 한라산을 포함한 제주 동북쪽 조망이 멋진 곳이다.

'제주도의 푸른 밤'은 제주도를 주제로 한 노래 중 가장 유명한 히트곡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가수 성시경 목소리로 익숙하지만, 사실 록밴드 들국화의 작곡가이자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최성원이 1988년 발표한 곡이다. 발매된 지 35년이나 되었지만 여러 가수에 의해 꾸준히 리메이크되었고, 세대를 불문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가사의 그 '푸른 밤'이 어울리는 여름, 이 낭만 가득한 계절에 딱 맞는 곳이 절물오름이다.

절물오름 이정표. 매미가 허물을 걸어두었다.

숲의 심해에 솟은 산호섬

제주도 지도를 펼치면 한라산 백록담에서 동북 방향을 따라 제법 커다란 덩치의 여러 오름이 줄지어 늘어선 것이 보인다. 사라오름 맞은편의 흙붉은오름을 필두로 어후오름과 불칸디오름, 물장오리, 살손장오리, 태역장오리, 성진이오름 같은 흥미로운 이름의 오름이 한라산 파수꾼인 양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오름들은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있어서 하나같이 출입할 수 없다.

2층 구조의 제1전망대. 절물오름 정상이기도 하다.

5·16도로를 건너면 그 아래로 개오리오름과 족은개오리, 샛개오리가 옹기종기 모였고, 절물오름에 이르러 그 흐름은 갈라진다. 한 줄기는 명림로 건너 민오름, 큰지그리·족은지그리오름, 바농오름으로 흘러가고, 다른 줄기는 방향을 서북으로 틀어 거친오름, 큰노루손이오름, 안세미·밧세미오름, 열안지오름, 칡오름을 일으킨다.

오름 들머리로 이어지는 삼나무 숲길. 여름에도 서늘하다.

저마다 완벽한 화산체지만 전체를 보면 마치 오름의 산맥 같다. 절물오름은 이 신비로운 흐름의 중심에 솟았다. 그래서 절물오름 정상에 서면 오름이 켜켜이 겹치는 진풍광을 만날 수 있다.

절물오름 굼부리. 동쪽으로 열린 모양이다.

절물오름 일대는 제주에서도 울울창창한 숲으로 유명하다. 한라생태숲에서 개오리오름과 절물오름, 거친오름에 이르는 지역은 숲의 심해와 같다.

이곳을 두루 거치는 '숯모르편백숲길'을 걸어본 이는 '사려니숲길'보다 더 매력적인 걷기 코스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또 절물오름과 거친오름 사이를 지나는 명림로는 '5·16도로 숲 터널'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다. 절물오름은 이토록 멋진 숲의 심해에 우뚝 솟은 산호섬 같다.

오름 사면은 꽤 가파르다. 그래서 탐방로가 지그재그로 나 있다.

정말 아름답고 좋은 숲!

오름의 북쪽 자락에서 샘이 흘러나오는데, 샘 가까이에 절이 있어서 이 샘을 예로부터 '절물'이라 불렀고, 샘을 낀 오름은 자연스레 절물오름이 되었다. 오름 이름을 낳게 한 이 절은 오래 전에 사라졌고, 지금의 약수암은 1965년에 새로 들어섰다.

절물자연휴양림 안의 연못을 지나 왼쪽으로 오름 탐방로가 나온다. 햇살이 들지 못할 만큼 빽빽한 숲 사이로 난 좁은 길이 꽤 가파르다. 우뚝한 오름 사면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이 길은 공기마저 초록색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온통 신록의 세상이다. 그래서 걸음을 뗄 때마다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한라생태숲에서 이어지는 숯 르편백숲길. 숲의 바다를 건너는 느낌이다

정상부는 둥글고 깊게 파인 굼부리가 동쪽을 향해 기운 채 입을 벌리고 있다. 굼부리 능선을 만난 곳에서 오른쪽으로 평탄한 길을 따라 전망대 두 개가 150m 거리를 두고 조성되었다. 가까운 제1전망대가 정상이며, 2층 구조다.

사방이 훤히 트이는 전망대는 꼭 올라 봐야 한다. 한라산부터 동북부의 오름이 펼쳐내는 제주의 하늘금이 보고 또 봐도 기분 좋다. 대부분의 오름 정상엔 아래에선 상상할 수 없이 시원하고 맑은 바람이 분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제주 풍광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 바람은 중독성이 강해서 매번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다.

절물자연휴양림 연못과 절물오름.

한눈에 들어오는 깊고 둥근 굼부리, 그 너머로 세 개의 개오리오름과 성진이오름, 불칸디오름, 물장오리 같은 오름 무리가 한라산의 품에 올망졸망 들어앉은 풍광이 멋지다. 봉개동 민오름과 큰지그리, 바농, 우진제비, 선흘리 민오름, 부대, 부소, 윗밤오름 등이 늘어선 동북쪽도 장관이다.

굼부리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두 전망대 사이 능선을 제외하고는 전부 나무가 빼곡한 숲이다. 정상 건너편 화구벽이 낮게 내려앉아서 둘레길도 꽤 내려섰다가 다시 오른다. 내려선 가장 낮은 지점에서 자연휴양림의 걷기 코스인 '장생의 숲길'로 길이 갈라지기도 한다.

절물오름 오르는 길은 해가 거의 들지 않아 이끼 낀 나무가 많다.

'숯모르편백숲길'과 연계하면 최고

시간 여유가 있어 휴양림을 지나는 숯모르편백숲길도 걸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층 뜨거워진 햇살을 피해 숲속만 걷고 싶을 때, 이 길은 최고의 선택지다. 용강동의 한라생태숲을 출발해 개오리오름과 절물자연휴양림을 지나 노루생태관찰원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걷는 내내 편백나무와 삼나무, 소나무는 물론, 제주의 온갖 활엽수와 늘푸른나무가 울창해 숲의 바다를 건너는 느낌이다. 안내도의 길이는 8km지만 절물오름과 거친오름까지 다녀올 경우 13km가 훌쩍 넘는다.

대부분은 평지거나 완만하고 길도 널찍하다. 그러나 코스 상의 세 오름은 살짝 고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도 워낙 울창한 숲에 뒤덮인 곳이라서 모든 걸음이 즐겁다. 곳곳에 쉬기 좋은 벤치가 놓였고, 정자도 여럿 있어서 걷기에 쾌적하다.

절물오름 능선길에 핀 산수국. 제주의 여름은 어딜 가나 산수국을 만난다.

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버스터미널을 거쳐 절물자연휴양림을 오가는 343번, 344번 버스를 이용해 종점까지 간다.

금보가든의 접작뼈국.

먹을 데

산간지대인 절물오름 근처엔 이렇다 할 식당이 없다. 멀지 않은 조천읍 교래리에 식당이 몰려 있다. '금보가든 에코랜드점(064-782-7158)'은 접작뼈국과 몸국, 흑돼지두루치기 등 제주 토속음식을 잘하는 곳이다. 모두 9,000원씩이어서 가성비도 좋다.

주변 여행지

노루생태관찰원.

노루생태관찰원

절물오름에서 가까운 거친오름을 중심에 두고 주변 2헥타르의 너른 숲과 뱅디에 들어선 노루생태관찰원.

제주의 명물인 노루가 오름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한 곳이다. '노루 먹이 주기'와 '나무노루 만들기' 등 노루와 관련된 여러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서 많은 이가 찾는다. 문의 064-728-3611.

한라생태숲의 이끼안개정원.

한라생태숲

1995년까지 개인의 마소 방목지로 사용되며 훼손되어 방치되었던 야초지를 원래의 숲으로 복원, 조성한 곳이다. 난대성 식물에서부터 한라산 고산식물까지 333종, 28만8,000그루를 심어 생태복원했으며, 13개의 테마숲과 생태숲 전체의 축소판인 암석원이 중앙에 조성되어 산림트레킹을 즐기며 멋진 숲도 감상할 수 있다. 연중 운영되는 다양한 숲체험프로그램도 인기다. 문의 064-710-8688.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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