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4대강 사업’, 강바닥 파면 홍수 안 나나

상주·김다은 기자 2023. 8. 3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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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홍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치수의 제1번은 하천 준설”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각 하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준설’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7월15일 폭우로 낙동강 상주보 제방 일부가 무너졌다. 파란 비닐을 덮어 임시 공사를 해둔 곳이 파손된 부분이다. ⓒ시사IN 박미소

지난 7월 발생한 홍수를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포스트 4대강 사업’을 들고나왔다. 핵심은 준설(하천의 바닥을 파헤쳐 깊게 하는 일)이다. 7월17일, 충청 지역 수해 현장을 방문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을 키운 금강 범람이 멈췄다며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중앙정부에서 틀어쥐고 당장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한 본류와 달리 지류·지천에 홍수 피해가 집중되니 이곳들 역시 ‘물그릇을 키우는’ 준설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현장에 있던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미 당정 간 실무협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7월20일, 감사원이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에 대한 감사 결과(5차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즉각 감사 결과를 존중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댐 신설·준설 같은 하천 정비를 포함한 치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감사원이 환경부에 요구하지도 않은 사항이다.

감사원의 이번 5차 감사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금강·영산강의 일부 보 해체를 결정할 때 그에 따른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이루어졌으니 환경부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 둘째, 당시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의 위원회가 불공정하게 구성되었으니 환경부에서는 이를 허용한 담당자를 인사 조치하고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하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왼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8월4일 열린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에 8월1일 대한하천학회가 주최한 긴급토론회에서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은 환경부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작위적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권고 사항도 무시하고, 물관리기본법도 위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물관리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년)에는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이 담겨 있다. 세종보·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승천보는 상시 개방하는 내용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물관리위원회(국가물관리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된다. 그런데 환경부가 현행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배치되는 ‘보 존치’ 방향을 ‘가이드’로 선언한 것이다. 물관리기본법 제31조에 따르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미리 공청회를 열어 일반 국민 또는 해당 유역의 주민과 관계 전문가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지난해 구성된 2기 국가물관리위가 환경부의 선언에 따라 행정적 절차를 지원했다. 국가물관리위는 환경부가 보 존치를 선언하고 보름 만인 8월4일, 금강·영산강의 5개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2019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4개월간 50여 차례 회의를 거치며 결정한 사안(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상시 개방 결정)을 단 한 차례 회의만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물관리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물관리위는 독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국가물관리위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도 추진 중이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8월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뒤집은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준설은 치수 대책 중 하나일 뿐

‘준설’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물 정책이다. 홍수 피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8월1일 열린국무회의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치수의 제1번은 하천 준설”이라고 강조했다. ‘치수’란 홍수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다스리는 방법을 말한다. 치수 대책은 하천마다 다른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하천 유속이나 강바닥의 특성, 다른 지류의 영향이나 주변 생태계 조건에 따라 하천 범람을 막는 효율적인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치수 사업은 댐 건설이다. 그 외에 제방을 높이거나, 제방을 이동(후퇴)시켜 강바닥의 면적을 넓히거나, 방수로(강의 일부를 호수나 바다로 방출하는 수로)를 뚫거나, 하천변에 큰 저수지를 만들어 큰비가 내리면 그곳에서 수량을 감당하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다양한 치수 대책 중 하나인 준설은 실제로 어느 정도 홍수 예방 효과가 있을까?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있다.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 효과가 있었는지다. 4대강 사업은 강 본류의 강바닥을 파내서(준설) 물그릇을 키우고, 보를 설치해 물의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 사업이다. 대표적인 준설 사업이다. 즉, 4대강 준설로 홍수 예방 효과가 있었다면, 여당과 환경부의 주장처럼 지류·지천 준설 사업의 치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준설’에 의해 계획홍수위(홍수 관리를 위해 상한으로 정한 수위)가 낮아지는 효과는 있다고 말한다. 2014년 12월,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사업이 완공되고 2년이 지난 2013년 9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4대강 사업을 조사·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구간에서 사업 전에 비해 계획홍수위가 낮아졌다. 홍수 저감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2018년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과 성과분석 보고서(4차 보고서)’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4대강 본류의 86.3% 구간에서 계획홍수위가 낮아졌다. 홍수위가 가장 적게 낮아진 영산강은 홍수위 저감 폭이 최소 0.4m에서 최대 1.5m, 홍수위가 가장 크게 낮아진 낙동강의 홍수위 저감 폭은 최소 0.9m에서 최대 3.9m였다. 계획홍수위가 낮아진 주요 원인은 준설로 인해 물이 흐르는 면적(통수 단면적)이 커졌기 때문이다. 땅을 깊게 파서 물그릇을 키운 만큼 물을 많이 담고, 흘려보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낙동강과 영산강의 계획홍수위 저감 효과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두 강의 준설량, 즉 물그릇의 크기는 매우 다르다. 영산강의 준설량은 약 2500만㎥이다. 낙동강의 준설량은 13배가량 많은 약 3억3200만㎥이다.

문제는 재퇴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강바닥에 모래가 다시 쌓인다. 도로 물그릇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다시 감사원의 2018년 4차 보고서를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후 5년 동안(2011~2016년) 금강은 준설된 구간의 28.8%가, 영산강은 26.5%가 다시 메워졌다. 같은 수준으로 퇴적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2016년으로부터 5년이 더 지난 2021년에는 두 강의 순퇴적량이 모두 50%가 넘는다.

8월4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 낙동강 구미보 하류에 퇴적토가 쌓였다. ⓒ시사IN 박미소

백경오 한경국립대학교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평형 하천’인 한국의 하천 특성상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강 바닥이 1㎝라도 매해 깎인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골짜기인 협곡이 생기게 된다. 미국 콜로라도강에 의해 깎여서 만들어진 그랜드캐니언이 그렇다. 반대로 1㎝라도 모래가 계속 쌓인다면 결국 그 강은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 4대강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흘러왔다. 강바닥이 깎이지도 않고 쌓이지도 않는 평형 하천이라는 증거다. 그러니까 강바닥을 파내도(준설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흙이 퇴적되어 도로 바닥이 메워진다. 준설이 치수 정책 중에 가장 하책이고, 임시방편인 이유다. 준설로 홍수를 예방하려면 계속 준설을 반복해야만 하는 거다.”

반론도 있다. 낙동강의 퇴적량이다. 준설량이 가장 큰 낙동강은 다른 강에 비해 바닥의 퇴적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4.1%(2011~2017년)에 불과하다.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 이유가 ‘유속’에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은 워낙 깊고 넓게 바닥을 파놨다. 웬만한 홍수가 와도 깊게 파놓은 물그릇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 쉽게 넘치지 않게 된다. 많은 양의 물이 흘러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 유속이 빠르다는 것이다. 낙동강의 퇴적량이 낮은 것은 이 빠른 유속 때문이다.”

폭우로 뿌리째 뽑힌 나무가 떠밀려 와 상주보에 걸쳐져 있다. ⓒ시사IN 박미소

낙동강, 준설량 커도 홍수 피해

빠른 유속은 ‘물그릇’ 크기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홍수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지난 7월15일, 낙동강 8개 보 중 하나인 상주보 제방 일부와 제방이 만나는 둔치, 제방에 이어져 있는 도로가 붕괴되었다. 8월4일 〈시사IN〉은 경북 상주의 상주보를 찾았다. 무너진 제방 구역에 비닐을 임시로 씌워놓고 돌망태를 쌓아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방 붕괴의 주요 원인을 ‘와류’라고 설명했다. 빠른 유속에 의해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현상이다.

상주보 제방 붕괴는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다. “그간 낙동강 상류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서 제방의 안전성을 확인할 계기가 없었다”라며 정수근 사무처장은 자신이 서 있는 콘크리트 제방을 가리켰다. “상주보 준공을 1년 앞둔 2011년 6월, 장마로 지금 이 제방 자리가 붕괴됐다. 지역민들은 보 설계에 문제가 있어 물길의 유속이 빨라지면 제방이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부서진 제방을 콘크리트로 타설하고는 사업을 그대로 진행했다. 이후에도 ‘콘크리트 땜질’은 이어졌다. 2017년 태풍이 오자 제방 끝에 쌓아둔 돌망태들이 터졌다. 거기도 콘크리트를 발라버렸다.”

이번 홍수는 그렇게 만들어진 콘크리트 제방보다 더 높은 곳을 무너뜨렸다. 상주보의 왼쪽(좌안)은 수문을 열 수 있는 ‘가동보’이고, 오른쪽(우안)은 수문을 열 수 없는 ‘고정보’인데, 홍수로 불어난 많은 양의 물이 개방된 왼쪽 가동보로 쏠리면서 빠른 유속의 물길이 도로 아래 제방를 강타한 것이다. 상주보의 계획홍수량은 1만1100㎥/s이다. 초당 1만1100t이 흐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제방이 터진 7월15일, 상주보의 최고 유입량은 7658㎥/s였다. 계획홍수량에 미치지 못하는 수량이었음에도 제방이 붕괴된 것이다.

준설은 땅을 파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준설은 ‘정비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하천 인근의 수목이 제거되고 수생태계가 파괴된다. 강바닥은 물고기를 비롯해 다양한 수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처이기에 강바닥을 파헤치는 준설은 하천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동식물의 터전을 파괴하는 일이기도 하다. 상주보에 이어 또 다른 낙동강 보인 구미보의 제방 붕괴 현장을 찾았다. 보 아래에는 수면 위로 입만 벙긋거리는 잉어 떼가 모여 있었다. “원래는 물길이 연결되어 있었으니 잉어 떼들이 상류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보에 가로막혀 갈 곳이 없어졌다.” 정수근 사무처장이 말했다.

낙동강 구미보 아래에 잉어 떼가 모여 있다. ⓒ시사IN 박미소

물론 하천의 특성에 따라 준설을 통해 치수 사업을 펼쳐야 하는 곳도 있다. 퇴적량이 많아 문제가 되는 일부 구간에, 일시적으로 활용할 경우 치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지류·지천의 강바닥을 퍼내 만드는 ‘물그릇’은 본류보다 크기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퇴적의 속도 역시 빠를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임시대책인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하천수위와 지하수위(지하수의 수면 높이)는 서로 연동된다. 하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준설을 하면 하천수위가 불안정해지고 마찬가지로 지하수위도 불안정해진다.” 김원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퇴적량이 많지 않은 강바닥을 파헤쳐서 하천수위가 낮아지면 주변의 지하수위도 낮아진다. 도시에서는 지하에 공동이 생겨 싱크홀 사고 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농경지다. 실제 4대강 사업으로 하천수위와 지하수위가 모두 내려갔을 때, 비닐하우스 등에서는 겨울 보온을 위해 필요한 물을 끌어 쓸 수 없어 문제가 됐다. 농업용수 취수에 큰 타격이 생기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환경부는 하천 준설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8월16일 임상준 환경부 차관 주재로 전국의 시·도 하천정비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에 모였다. 안건은 ‘준설 등 지류·지천 정비 강화’였다. 임상준 차관은 지난 6월29일 윤석열 정부의 첫 개각 때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에서 환경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4대강 본류 사업 이후 진행되지 않았던 지류·지천 정비와 하천의 준설 필요성이 거론됐다. 임 차관은 준설 등을 막는 행정절차와 규제 병목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상주·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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