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이나 먹고 살라” KCC 이전에 전주시청 홈페이지 비난글 쇄도

김명진 기자 2023. 8. 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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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CC 이지스의 홈구장 전주실내체육관. /KBL

“전주는 그냥 비빔밥과 한옥으로 먹고 살아라.” “전주시가 또 잼버리 했다” “행정을 그런 식으로 하느냐”

전북 전주시 인터넷 홈페이지 ‘시민의견 게시판’에 이런 글이 쏟아졌다. 평소 하루 1~2개꼴로 의견이 올라오던 게시판에, 30일엔 한나절만에 100개 넘는 글이 올라왔다. 프로농구 구단 KCC 이지스가 연고지였던 전주를 떠나 부산으로 옮긴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이로써 호남에는 프로농구단이 하나도 없게 됐다. 전주 시민들은 왜 전주시에 화가 난 걸까.

KBL은 30일 KCC의 부산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이로써 KCC는 22년간 자신들을 응원해온 전주를 떠나게 됐다.

KCC는 1997년 KBL 프로리그 원년에는 대전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이었다. 현대전자를 모기업으로 두고 ‘현대 다이냇’ ‘현대 걸리버스’라는 구단명으로 리그에 참여했다. 2001년부터는 모기업이 KCC로 바뀌었다. 같은해 구단 이름은 ‘KCC 이지스’로 개칭됐다. 연고지는 전주로 변경했다.

전주 입성 당시 KCC에게 주어진 홈구장은 전북대 부지 내에 자리한 전주실내체육관이었다. 1973년 준공됐는데 당시에는 전북을 넘어 전국 최대 규모 실내 체육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설 노후화와 협소한 공간, 열악한 선수 대기실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기도 했다.

KCC는 2016년 무렵부터 내부적으로 수원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원엔 신축 체육관이 이미 지어져있고, 인구 수도 전주보다 더 많다.

전주시가 먼저 ‘남아 달라’고 요청했다.

2016년 4월 김승수 당시 전주시장은 이전설이 불거지자 서울로 올라가 KCC와 KBL의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그 자리에서 ‘체육관 시설 개선’에 대한 자신과 시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농구는 이미 시민들의 축제이자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농구를 통해 팍팍한 삶에서 희망을 얻고 있다”고도 했다. KCC는 마음을 돌려 잔류를 결정했다.

그 뒤 전주시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새로 짓는 방안과, 같은 자리에서 리모델링 하는 방안을 놓고서다. 내부 검토를 거친 끝에 후자로 결정됐다. 그러나 리모델링안은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에서 물을 먹었다. 행안부는 사업 계획에 조정이 필요하다며 ‘재검토하라’고 답변했다.

전주시는 총 사업비 522억원이 드는 ‘신축 경기장’ 건설 추진안으로 선회했다. 2019년 3월 전북도 지방재정계획 심의위원회는 이 안에 대해서 조건부로 사업을 통과시켰다. 이듬해 체육관 설계 공모를 받아 2021년 착공, 2023년 12월까지 완공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 기존보다 1400석 가량 많은 6000석 규모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면서 시의 입장도 바뀌었다.

작년 7월 새로 전주시장에 당선된 우범기 현 시장은 실내 체육관 대신 육상장과 야구장 건립이 먼저라고 봤다. 약속했던 월드컵경기장 인근 부지에 ‘프로야구 2군 구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설상가상, 현 KCC 홈구장 부지 소유권을 지닌 전북대는 KCC에 “2025년까지 전주실내체육관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KCC는 그러자 이달 초부터 연고지 이전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2016년 이후 7년만의 결심이었다. 그제서야 전주시는 “2026년까지 신축 체육관 건립을 완료할 것이고, 그때까지 KCC가 현 전주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KCC는 이번에는 전주시 말을 믿지 않았다.

KCC는 그 사이 KBL 이사회 안건으로 KCC 연고지 이전 문제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KBL은 이를 승인했다. 최형길 KCC 단장은 “연고지 전주와 여러 문제로 시끄러웠다”며 “원만히 수습하기 위해 인내하고 기다려왔으나, 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2년간 응원해주신 전주 팬들께 가장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주시는 그러나 부산으로 떠나는 KCC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전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졸속이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한 KCC의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전주시와 시민, KCC 농구팬을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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