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날개 이은 치킨업계 다음 격전지는 퍽퍽한 닭가슴살?

정원기 기자 2023. 8. 30. 0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격변하는 치킨 시장] ③전문 브랜드와 협업… 시그니처 소스 활용

[편집자주]국내 치킨업계가 격변기를 맞았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마트 치킨이 등장했고 해외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닭고기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가부담이 높아졌지만 소비자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는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닭가슴살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치킨업계가 '헬시플레저'(건강과 즐거움을 뜻하는 합성어) 바람을 타고 닭가슴살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소비자들 저항 거센데… "인건비에 닭값 뛰고 치킨집 못 해 먹겠네"
②미국·파나마에서 만나는 'BBQ'… 한국에 되돌아온 '파파이스'
③다리·날개 이은 치킨업계 다음 격전지는 퍽퍽한 닭가슴살?

퍽퍽하고 맛없다는 인식이 강했던 닭가슴살의 위상이 달라졌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저칼로리인 닭가슴살은 '헬시플레저'(건강과 즐거움을 뜻하는 합성어) 바람을 타고 인기 부위로 변모했다.

닭가슴살은 냉장 닭고기 가공육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한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냉장 닭가슴살 시장 규모는 738억원으로 3년 전인 2018년(248억원)과 비교해 490억원(19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리와 날개 등 기타 부분육 시장 규모는 40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국내 치킨업계는 부분육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의 소스를 활용하거나 닭가슴살 전문 브랜드와 협업해 닭가슴살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튀기기만 해선 안 돼"… 닭가슴살에 눈 돌린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BBQ)와 푸라닭, bhc 등은 닭가슴살 전문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시그니처 메뉴의 소스를 활용해 HMR 제품을 내놓았다. 사진은 BBQ의 그릴 통 닭가슴살 허브맛(왼쪽)과 bhc의 맛초킹 닭가슴살 큐브. /사진=BBQ, 아이더스코리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닭가슴살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치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이다. 제너시스BBQ(BBQ)와 푸라닭, bhc 등이 대표적이다.

BBQ는 지난해 닭가슴살 전문 브랜드 허닭과 HMR 제품 공동 개발·온라인 홍보 마케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치킨 외 상품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매출은 크게 성장했다. 특히 HMR 상품 출시 이후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했다. BBQ 매출은 ▲2020년 3255억원 ▲2021년 3662억원 ▲2022년 4225억원으로 증가했다. 닭가슴살 그릴 스테이크와 소시지, 주먹밥 등 라인업이 확대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게 주효했다.

BBQ 관계자는 "닭가슴살은 다이어트 용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형태가 바뀌었다"며 "소비자 선호도를 고려해 HMR 제품군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더스코리아가 운영하는 푸라닭 치킨도 같은 해 간편식 퍼블리싱 기업 프레시지와 협업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레시피와 간편식 개발 노하우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아이더스코리아 매출은 ▲2020년 1410억원 ▲2021년 1725억원 ▲2022년 1638억원 등으로 지난해 주춤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HMR 제품을 늘리고 메뉴 개발에 적극적이다. 주요 제품은 푸라닭 닭가슴살 함박스테이크 3종(매콤악마, 파불로, 블랙알리오)과 닭다리살 스테이크 4종(매콤악마, 파불로, 블랙알리오, 매드갈릭) 등이다.

아이더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엔 홈쇼핑을 통해 론칭 방송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HMR 제품을 내놓는 등 소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그니처 메뉴 소스를 활용한 곳도 있다. 바로 bhc다. 닭가슴살을 뿌링클, 맛초킹 등의 치킨 소스로 즐길 수 있게 구성해 영양 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뿌링클은 달고 맛있는 짠맛으로 이른바 '단짠' 열풍과 함께 스테디셀러로 등극한 제품이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뿌링클 닭가슴살은 출시 6개월 만에 12만개 팔렸다. 소스와 닭가슴살이 잘 어우러지면서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져 주력상품으로 떠올랐다. bhc 매출은 ▲2020년 4003억원 ▲2021년 4770억원 ▲2022년 5074억원 등으로 증가세에 있다.

bhc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해 본격적인 HMR 매출 증대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며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식품제조업체와의 경쟁, 품질도 강화해야


치킨 프랜차이즈가 닭가슴살 시장 특성을 고려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영양성분 등 품질을 갖춰야한다. 사진은 사조대림의 사조 안심 닭가슴살 제품(왼쪽)과 랭킹닭컴의 맛있닭 닭가슴살스테이크. /사진=사조대림, 푸드나무
닭가슴살 시장에서 절대 강자일 것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는 식품제조업체와 경쟁해야 한다. '대림 부산어묵' 등을 판매하는 사조대림과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내놓은 랭킹닭컴은 이들보다 한발 빨리 닭가슴살 HMR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조대림은 2018년 닭가슴살 3종(마일드, 블랙페퍼, 훈제)을 출시하며 닭가슴살 HMR 시장에 진출했다.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 경로를 활용해 빠르게 주력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20년 36%에 머물던 판매 비중은 지난해 62%까지 늘었다.

사조대림 관계자는 "닭가슴살네모나와 직화닭가슴살 등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했다"며 "냉장·냉동 계육 제품을 망라하는 '화이트 미트'(White Meat) 시장을 선도하는 계육가공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푸드나무가 운영하는 랭킹닭컴은 닭가슴살 전문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283만명의 회원 정보와 918만건 이상의 구매 데이터, 317만건 이상의 구매 후기 등을 토대로 소비자 니즈에 최적화된 브랜드·제품을 개발했다.

PB 상품인 '맛있닭'은 2015년 출시돼 현재까지 2억팩 넘게 팔리며 닭가슴살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맛있닭 닭가슴살 스테이크'는 국내 단일 브랜드 최다 판매량을 보유한 제품으로 현재까지 7539만7403팩 이상 나갔다.

푸드나무 관계자는 "무작정 끼니를 거르거나 극단적인 식단 관리 대신 즐겁게 먹으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닭가슴살 외에도 단백질과 같은 주력 제품을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2년 내 플랫폼 가입자 수 500만명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닭가슴살 HMR 시장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비만 인구가 지속 증가해서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시그니처 메뉴의 소스를 활용하는 등 맛에 강점이 있다.

다만 시장 특성을 고려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영양성분 등 품질이 중요하다. 랭킹닭컴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성분 검증 시스템 'RACE 설루션'을 도입해 영양성분을 투명성 있게 공개한다. 6개월마다 제품을 검증해 상품 상세 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 7월 종합환경위생업체 세스코(시험분석연구원)와 손을 잡았다.랭킹닭컴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영양표시를 위한 성분 검사가 진행된다.

사조대림도 식품 전문제조업체답게 품질 향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조대림 관계자는 "어묵, 게맛살 연육제품과 닭가슴살 등 신선제품을 판매하며 생산 노하우를 익혔다"면서 "업계 최초로 과학적 최신 위생관리 기법인 해썹(HACCP)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정원기 기자 wonkong96@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