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의 선수금은 ‘부채’…실제 서비스 제공할 여력 있는지 살펴야[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기자 2023. 8. 2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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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길을 걷다가 “업계 최초 선수금 ○조원 달성”이라는 광고가 붙어 있는 버스가 지나가기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상조회사가 홍보 목적으로 쓴 문구인데 이를 기업의 언어인 회계로 풀어보면 부채 1등 기업이라고 자랑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사업 성격상 선수금이 많은 것은 내세울 만하다. 계약자로부터 다달이 또는 정해진 기간 동안 납입받은 회비를 부채인 선수금으로 회계처리하니까 그만큼 고객을 많이 확보했고 계약 유지 기간도 긴 것임을 의미한다.

회사는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돈부터 먼저 받았기 때문에 선수금은 부채가 된다. 한참 후에 고객에게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점이 되면 비로소 부채를 소멸시키고 매출을 인식한다. 그래서 상조회사들의 부채 규모가 큰 것은 매우 당연하다.

상품권이나 페이(pay)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고객이 백화점에서 상품권을 구입하면서 현금을 지불하면 백화점은 이를 부채로 회계처리한다. 상품권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만 지급했을 뿐 해당 금액만큼의 재화를 제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추후 상품권을 들고 온 고객이 쇼핑을 하면 비로소 매출이 된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도 소비자는 사용하기에 앞서 일정 금액 충전부터 한다. 이들 기업도 현금이 유입된 시점에 부채로 처리하고 같은 금액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수익으로 회계처리한다. 이렇게 우리는 선급금을 내고 나중에 서비스나 재화를 받는 거래를 은근히 많이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을 먼저 냈는데 나중에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상품권이나 충전식 서비스는 현금 유입일과 서비스 제공일 사이 기간이 길지 않아서 큰 위험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상조 서비스는 다르다. 오랫동안 불입해야 하는데 서비스 제공일은 먼 미래 일이 되는 게 다반사라서 그사이 해당 기업이 망하면 큰일이다.

이런 이유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소비자 피해보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선수금 잔액의 50% 이상을 금융사 등에 예치하여 보전할 것을 요구한다. 상조 서비스 소비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내상조 찾아줘’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지급여력과 선수금 보전 현황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믿고 돈을 맡길 수 있을 만큼 투명한 상조회사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감사보고서를 찾아봐야 한다. 매년 회계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았는지 여부는 필수적으로 봐야 하고 그 외에 두 가지 정도 더 점검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 자산 대부분이 금융상품이나 금융자산으로 채워져 있는지 여부이다. 즉 안전하게 선수금을 운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자산 규모 대비 상당한 금액의 대여금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만약 대여금이 자산 총액 대비 꽤 큰 편이라면 대손 가능성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과거 부도가 났었던 상조회사들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대주주나 계열사 같은 특수관계자에게 대여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고 회수를 못해서 부실화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내용은 자산 항목에서 대여금과 재무제표 주석 사항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의 소중한 돈을 대주주나 계열사가 손댔다가 갚지 못하게 되면 그 손해는 오롯이 상조회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 정도는 점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힘든 일에 대하여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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