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산물 떠밀기’에 급식업계 “다음 차례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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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주문하는 고객사에서 수산물을 늘려달라고 주문을 해야 늘릴 수 있죠. 급식 공급업체가 마음대로 식단을 바꿀 수도 없구요."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일단 수산물은 단가가 다소 비싼 편이라 급식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급식 주문 고객사에서 단가를 올리더라도 수산물을 많이 써달라는 요청을 하기 전에 공급업체가 알아서 수산물 활용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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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단가 비싸 고객사 요청 필수…실효성 의문”
“급식 주문하는 고객사에서 수산물을 늘려달라고 주문을 해야 늘릴 수 있죠. 급식 공급업체가 마음대로 식단을 바꿀 수도 없구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기업·학교 단체급식에 국산 수산물 활용을 확대해달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한 급식업계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공급을 받는 쪽의 요청이 없이는 급식에 수산물 재료를 늘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29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30일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와 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는 국회에서 급식업체들과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을 연다. 이 자리엔 씨제이(CJ)프레시웨이, 풀무원푸드앤컬처, 삼성웰스토리,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이 참석을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가 요청을 받은 급식업체들은 단체급식에 수산물 사용량을 늘리고, 새로운 수산물 활용 요리법을 개발한다는 내용의 협약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일단 수산물은 단가가 다소 비싼 편이라 급식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급식 주문 고객사에서 단가를 올리더라도 수산물을 많이 써달라는 요청을 하기 전에 공급업체가 알아서 수산물 활용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정부·여당이 어떤 요청을 할지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급식 식단은 고객사의 선호도를 반영해야 하고, 영양 균형도 고려해야 하는 탓에 특정한 재료를 공급사 맘대로 늘리기 어렵다. 공급사에 요청할 것이 아니라 고객사에 요청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로 앞서 현대그린푸드가 수협과 협약을 맺고 수산물 소비량을 늘리기로 한 것도 주요 고객사인 에이치디(HD)현대가 앞장을 섰기 때문이다. 에이치디현대는 전국 사업장 식당 86곳에서 우럭·전복이 들어간 메뉴를 늘리기로 했다. 이런 조처로 연말까지 우럭·전복의 추가 소비량이 100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인 에이치디현대가 협약에 적극 나서 공급사인 현대그린푸드도 협약에 참여하게 됐다. 이미 협약을 맺은 탓에 30일 열리는 행사엔 참여 요청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정부·여당이 기업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 처음이 아닌 만큼 이번에도 기업들이 적극 협조에 나설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급식업계에 요청했으니, 다음 차례는 급식을 공급받는 대기업 계열사들 아니겠냐”며 “라면·과자 가격 인하 사례에서 보듯 자의가 아닌 타의에서라도 수산물 공급 확대는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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