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뭉치' 구축한 영문학자…이상섭 교수 1주기 맞아 추모집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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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말뭉치'(corpus)를 구축하기 시작한 사전편찬학의 개척자 우사(又四) 이상섭(李商燮) 전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의 1주기를 맞아 추모 문집을 펴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추모 문집에는 영문학과 문학비평뿐만 아니라 사전편찬, 번역 등 다방면에 걸친 고인의 업적을 조명하기 위해 동료 학자와 제자뿐 아니라 지인 등 20∼3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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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국내 최초로 '말뭉치'(corpus)를 구축하기 시작한 사전편찬학의 개척자 우사(又四) 이상섭(李商燮) 전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의 1주기를 맞아 추모 문집을 펴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9일 '이상섭 선생님 추모 문집 발간 위원회'(위원장 정정호 중앙대 영문과 명예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8월29일 세상을 떠난 고인의 2주기(2024년 8월29일)에 맞춰 추모 문집(가제 '이상섭 자세히 읽기')을 간행할 계획이다.
추모 문집에는 영문학과 문학비평뿐만 아니라 사전편찬, 번역 등 다방면에 걸친 고인의 업적을 조명하기 위해 동료 학자와 제자뿐 아니라 지인 등 20∼3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1937년 1월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고,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에모리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릴 때 접한 '베니스의 상인'에 매료돼 대학원 시절에 이미 원문으로 셰익스피어 전작을 다 읽은 '셰익스피어 마니아'였다. 10년 작업 끝에 2016년 1천808쪽 분량의 '셰익스피어 전집'(문학과지성사)을 내놓았다. "셰익스피어는 시인"이라는 신념에 따라 셰익스피어 작품의 운율을 살리려고 '산문'이 아니라 '운문'으로 번역했다.
고인의 학문적 성취는 영문학이나 문학비평에 그치지 않았다. 중학생 때부터 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단지 낱말의 정의 뿐만 아니라 말의 용례를 알려주는 사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학창 시절 영한사전 대신 영영사전을 보며 공부했어요. 옥스퍼드 사전과 달리 우리말 사전은 단어의 용례가 없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나중에 제대로 된 우리말 사전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라고 했다.
1976년 '문학비평 용어사전'을 펴낸 고인은 1986년 연세 한국어 사전을 편찬하자고 발의했고, 1989년 연세대에 한국어사전편찬실(현 언어정보연구원)을 설치해 초대 원장에 취임했다. 1990년에는 국내 최초로 300만 어절 규모의 '연세말뭉치1'를 구축했다. 용례의 덩어리인 말뭉치 구축은 인공지능(AI) 최신기술인 초거대 AI 언어모델 및 응용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이다. 1988년 영어 단어 'corpus'를 '말뭉치'라는 말로 옮긴 것도 고인이었다. 연세말뭉치 구축 작업은 1997년 정부 차원의 말뭉치 구축 작업인 '21세기 세종 계획'으로도, 1998년 '연세한국어사전' 발간으로도, 2002년 한국사전학회 창립으로도 이어졌다.
1992∼1997년 한국비평이론학회장, 1993∼1995년 연세대 문과대학장, 1997∼1999년 한국영어영문학회장, 1999∼2000년 아시아사전학회장, 2002∼2003년 한국사전학회장을 지냈다. 1999년 외솔상, 2017년 인촌상을 수상했고, 2010년 국어사전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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