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Wall 의령 신반 병풍암] 공중도덕 안지켜 폐쇄된 암장, 등반가들부터 바뀌어야

주민욱 2023. 8. 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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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유독 비가 잦다.

경남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에 있는 신반 병풍암을 등반하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 병풍암 좌벽을 둘러보니 바위는 온통 비에 젖어 있었다.

신반 병풍암은 부산 록파티산악회 주도로 1996년 루트 개척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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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신반 병풍암. 지금 이곳은 폐쇄된 상태다. 암장 일대는 주변 사찰 사유지다. 일부 몰지각한 방문객이 주위를 어지럽혀 사찰에서 등반을 막았다.

이번 여름은 유독 비가 잦다. 촬영 전날에도 경남 지역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등반하기로 한 날도 일기예보엔 '비'라고 나와 있었다. 예상 강수량이 많지 않아 희망이 생겼지만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진주에서 왕성하게 등반활동 중인 김규철(진주SKY클라이밍센터장)씨와 함께 등반할 예정이었다. 경남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에 있는 신반 병풍암을 등반하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 병풍암 좌벽을 둘러보니 바위는 온통 비에 젖어 있었다. 잡풀도 꽤 많이 자라고 있어 예전의 등반가들로 북적거렸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현재 인근 사찰에서 등반가들의 등반을 제한하고 있어 인적이 뜸한 곳이 됐다.

좌벽에도 이끼가 끼어 있었다. 하지만 농다리(5.11b) 루트부터 폼생폼사(5.12a) 루트에 이르는 5개 코스는 그런대로 멀쩡했다. 여긴 병풍암 좌벽 최고의 인기루트이기도 한데, 중급자 코스로 힘과 밸런스를 요하는 명품 등반 루트로 통한다.

좌벽에 붙은 진주SKY클라이밍센터 회원들.
병풍암 좌벽. 등반가들이 뜸한 사이 다른 루트는 이끼가 끼었는데 이곳은 대체로 멀쩡했다.

김규철씨가 등반을 시작했다. 롱다리 루트부터 로프를 걸기로 했다. 습기가 많고 등반 시작점이 제법 까다로워 톱로핑으로 등반하기로 했다. 진주SKY클라이밍센터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오수정씨와 김민경씨가 김규철씨 다음으로 로프를 잡았다. 두 사람 모두 난이도 등반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열정이 대단했다. 오수정씨는 특유의 밝은 모습으로 등반지 분위기를 압도했다. 계속 로프에 매달린 상태에서 까불댔는데, 그것이 밉지 않았다. 김민경씨는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보안관리대 소속으로 여기서 10년간 근무 중이다. 태권도, 합기도, 특공무술등 합이 10단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나이로 치면 귀여운 막내였다. 등반 경력도 몇 개월뿐이라 이날 김민경씨는 등반보다 등반 확보와 주마링 연습에 매진했다.

정영욱 진주연맹회장도 로프를 묶었다. 그는 그동안 일에 파묻혀 등반을 거의 하지 못했다. 덕분에 불어난 체중이 등반하는 데 크게 방해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계속 추락, 하지만 그는 끝까지 밝게 웃는 얼굴이었다. 정 회장은 4년 후 환갑이다. 이를 기념해 요세미티 원정을 계획하고 있다.

"뱃살도 빼고 빅월교육도 제대로 받을 예정입니다. 하하."

폼생폼사를 오르고 있는 김규철 센터장.
진주SKY클라이밍센터 회원들. 폐쇄된 곳에서 등반을 강행한 이유는 깨끗한 등반지 유지를 위해 등반가들이 먼저 나서자는 의도다.

부천에서 내려온 안시현씨는 이번이 올해 첫 자연등반이라고 했다. 그래도 등반경력이 꽤 있어 그 관록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에 톱로핑으로 몸을 풀더니 나머지 등반은 리딩으로 바위에 붙었다.

정수봉(진주SKY클라이밍센터)씨는 진주에서 유명한 고기구이집을 운영한다. 바쁜 사장님이지만 이날은 시간을 내서 벽에 붙었다. 그동안 등반에 목이 말랐는지 그가 벽에 붙으면 30분은 기본이었다.

신반 병풍암은 부산 록파티산악회 주도로 1996년 루트 개척이 시작됐다. 이듬해 9월 개척보고회가 열렸고, 그때부터 얼마 전까지 이곳은 경남지역 최고의 암벽등반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등반할 수 없다. 병풍암 일대는 송암사 사유지다. 이곳에서 2020년 초, 몇몇 동호인들이 음주 및 취사행위로 인한 다툼, 소음, 시설물 파손(화장실), 나무 훼손, 모닥불 피움으로 인한 암벽 그을음 발생, 쓰레기 불법 투기 등의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지금 병풍암은 폐쇄됐다. 암장을 다시 이용하려면 이곳을 이용하는 등반가들부터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야 할 판이다.

등반 중인 클라이머들. 신반 병풍암에서 등반하는 재미를 다시 느끼려면 암장을 깨끗이 이용해야 한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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