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이렇게 빵빵 터지는 드라마를 본 적 있었던가('힙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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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이렇게 웃긴 버전으로 들릴 줄이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의 OST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동명의 이 노래가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 에서는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바뀌었다. 힙하게> 스물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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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로 중무장한 ‘힙하게’, 웃음 뒤에 감동·비밀도 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이렇게 웃긴 버전으로 들릴 줄이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OST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동명의 이 노래가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에서는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바뀌었다.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이 극중에서 했던 명장면들이 <힙하게>에서는 봉동물병원 간호사인 정현옥(박성연)과 무진경찰서 강력반장 원종목(김희원)에 의해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으로 패러디되고 있으니 말이다.
실로 매력 만점 캐릭터들의 집합이라고나 할까. 일단 엉덩이를 만지면 그 사람이 봤던 것들을 볼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봉예분(한지민)이라는 캐릭터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하필이면 엉덩이라니. 이걸 두고 성추행 우려 논란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아낌없이 망가지는 걸 피하지 않는 한지민의 때론 허당스럽고 때론 부러 과장된 연기가 만들어내는 명랑함에 어느 정도 설득되는 느낌이다.
여기에 서울에서 좌천되어 어떻게든 큰 사건 하나 해결하고 서울로 돌아가려는 마음만 있는 문장열 형사(이민기)는, 조용하기 이를 데 없어 팬티를 상습적으로 훔쳐가는 범인 찾는 일을 '연쇄 실종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곳 상황과 대조되는 열혈 캐릭터로 웃음을 준다. 처음에는 무슨 팬티 도둑 잡는 일에 잠복까지 하냐고 발끈하지만, 정작 도둑에게 개밥그릇으로 머리통을 맞고 난 후에는 반장 원종묵에게도 "퇴근 없다"며 나서는 인물이다.
봉예분과 문장열을 중심으로 무진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웃음 폭탄 하나씩을 장전하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무진서 막내 형사인 배덕희(조민국)는 이 충청도 사람들의 하는 말의 진짜 속뜻을 하나하나 풀어주는 통역사로서 눙치며 웃음을 주고, 동료인 나미란(정이랑)은 바람기 있는 남편을 잡기 위해 공권력을(?) 이용해 시말서로 신춘문예에 도전해도 될 법한 문장력을 가진 캐릭터다.
봉예분의 친구인 배옥희(주민경)는 '언니' 캐릭터다. 문장열을 좋아해 아코디언을 들고 '달려라 하니'를 연주하는 과장된 설정이 웃음을 준다. 일진 출신으로 전화 한 통이면 자신을 따르던 후배들이 출동하는데, 대신 출동해 꼬박꼬박 옥희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다은 오빠(김용명)도 미친 존재감이 아닐 수 없다.
맥아더 장군신을 모시는 무당 박종배(박혁권)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캐릭터다. 사실 신기가 사라진 이 인물은 기러기 아빠로 아이를 보러 미국 갔다가 영어를 못해 제대로 대화를 못했다며 돌아와서는 영어 과외를 받는다. 맥아더 장군신을 모시는 무당이 영어를 못한다니. 이 아이러니한 설정이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배꼽을 잡게 만든다.
<힙하게>는 이처럼 무진이라는 마을에 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보여주는 일종의 시트콤 같은 상황극들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물론 전체 서사의 중심에는 아마도 봉예분이 어렸을 때 사망한 부모님의 죽음과 연관된 사건들이 깔려 있고, 그것이 후반부에는 하나하나 풀려가며 무진 사람들의 숨겨진 비밀과 실체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중심 서사만큼 <힙하게>는 매회 코미디로 그려지는 인물들의 개그에 가까운 대사와 상황들이 중요하게 펼쳐진다,
마치 <개그콘서트>를 무진이라는 동네 버전으로 묶어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매주 주말이면 <개그콘서트>를 기다리며 한 주의 피로를 웃음으로 풀어내던 것처럼, <힙하게>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웃음 폭탄을 기다리게 된다. 물론 빵빵 터지는 웃음 뒤에는 겉으로는 알 수 없었던 사람의 진심과 진면목을 발견하는 감동과 충격 같은 이야기도 더해져있다. 하지만 진짜 반가운 건 오랜만에 보는 본격 코미디라는 점이다. 오랜만에 주말이 기다려지는 기분을 전해주고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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