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민자 몰리자 美 민주당 집안싸움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3. 8.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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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주지사 서로에게 ‘화살’
지난 22일(현지 시각)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이민자 수용 반대 집회가 열렸다. 뉴욕 곳곳이 몰려드는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사회의 이민자 문제가 집권 여당 민주당 내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인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는 24일(현지 시각) “이민자 문제는 연방 정부에서부터 시작됐고 연방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저격했다. 이민자들에게 국경을 열어 발생한 문제에 대해 뉴욕이 지나치게 부담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호철 주지사는 이날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며 재정 지원 등을 촉구하는 편지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주가 뉴욕시에 공문을 보내 “작년부터 이민자 쉼터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뉴욕시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질타한 사실이 NYT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호철 주지사와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모두 “사람들은 싸우는 것을 보는 걸 좋아하지만 우리 둘은 아무 문제 없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호철 주지사, 애덤스 시장 모두 민주당 한가족이다. 그런데 이민자 문제에 대해 ‘대처가 부족하다’며 서로에게 화살을 돌린다. 애덤스 시장은 계속해서 “연방 정부와 뉴욕주가 이민자 문제에 소극적”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엔 “연방 정부와 시의 개입이 없으면 이민자 문제는 ‘지속 불가능한 두더지 잡기 게임’ 같다”고 했다. 한쪽에서 두더쥐를 때려도 다른 쪽에서 두더쥐가 또 나타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이민자로 인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튀어오른다는 것이다. 이민자 문제는 멕시코 접경 지대인 미 남부 지역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로 한 바이든 정부가 알아서 책임지라’며 민주당 소속 도시에 이민자들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뉴욕의 경우 법으로 이들을 내쫓을 수가 없어서 결국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1년 동안 약 10만명의 이민자들이 뉴욕에 들어왔다. 뉴욕시는 향후 3년간 약 15조원 이상의 자금이 이민자들 문제에 투입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 정계에서는 이민자 문제가 내년 대선 때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화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자 문제를 두고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25일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 애로차에 있는 세인트 존 빌라 학교에 300여 명의 이민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다. 이 학교는 이민자들의 임시 거처다. 1000여 명의 주민들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여기서 나가라”라며 시위를 벌였고 이 가운데 3명이 체포됐다. 법원은 스태튼 아일랜드 자치 대표 비토 포셀라 등이 ‘이민자들의 학교 사용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을 받아들여 ‘임시 거주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위대들은 환호했고 이민자들은 황급히 가져온 짐을 다시 싸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뒤 뉴욕시가 ‘법원의 결정이 잘못됐다’며 긴급하게 낸 항소를 항소심 법원에서 받아들여 이민자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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