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 날아드는 새만금 수라갯벌 지켜라

김양진 기자 2023. 8. 2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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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새만금, n번 죽이지마라④·끝]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하구 모래갯벌을 무차별적 매립 자재로만 보는 새만금 개발업자들…수라갯벌은 향후 복구되면 언제든 갯벌이 될 수 있는, 우리 후손에게 남겨줄 보물
수라갯벌의 흰발농게.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 황윤 감독 제공

☞☞[새만금, n번 죽이지마라③]“한 절반은 죽었고, 나머지는 반거챙이, 반건달이지 뭐…”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2023년 8월14일 오후 조사단 일행은 선상 조사를 마치고 새만금 남북도로 북쪽에서 수라갯벌로 들어갔다. 수라갯벌에 새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큰 새(한새)라는 뜻의 황새와 부리가 숟가락처럼 생겼다고 영어 이름이 스푼빌(Spoonbill)인 저어새가 아무렇지 않게 갯벌에 부리를 집어넣었다. 둘 다 전세계 몇천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한 멸종위기종이다. 매년 3만㎞ 여정을 수행하는 큰뒷부리도요 등 도요새류가 2023년에도 수라갯벌로 날아들었다.

수라갯벌에 서식하는 법종보호종만 53종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농어촌공사가 지금 수위를 높게 유지해서 그런데, 물이 빠질 때 여기 저어새·황새가 100마리 이상 옵니다. 저어새의 경우 물이 빠질 때 부리를 땅에 넣고 흔들면서 미처 빠지지 못한 치어들을 잡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멸종위기 동식물 등 법종 보호종 53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라갯벌 뒤로 미군기지 시설과 현 군산공항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수라>에 미군 전투기가 가마우지떼와 충돌하는 버드스트라이크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 단장은 “세상에 어떤 곳에서 버드스트라이크를 찍겠다고 마음먹으면 찍을 수 있겠습니까. 이곳이 그런 (야생동식물 보호가 엉망인)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현재까지 운 좋게 매립의 풍파는 피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2022년 6월 이곳에 2028년까지 새만금신공항을 짓겠다고 ‘기본계획’을 고시했고, 2023년 3월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조건부)해주면서 위기가 왔다. ‘멸종위기’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걸어놓고는, 위기 동물의 보호 계획은 한가하기만 하다. ‘(날개가 있으니) 새들은 인근으로 회피할 것이다. 회피하지 못하는 흰발농게 등 저서생물은 포획해서 옮기겠다’는 것이 뼈대다.

2023년 8월15일 오전 전북 새만금 수라갯벌을 오동필(맨 왼쪽) 새만금생태조사단장, 홍재상 인하대 명예교수, 사토 신이치 일본 시즈오카대학 교수 등이 살펴보고 있다. 한 주 전 내린 비로 물길이 생겨 2006년 몰살당한 조개의 껍데기가 쌓은 층이 드러났다. 류우종 기자
2023년 8월14일 오후 전북 새만금 수라갯벌에서 새들이 쉬고 있다. 뒤편으로 염습지와 군산 미군기지 시설이 보인다. 정부는 이곳을 매립해 2028년까지 새만금신공항을 지을 계획이다. 류우종 기자

1만 개체 넘는 흰발농게를 “딱 한마리만 산다”고 쓴 개발업자들

환경단체들은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2022년 9월)했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 매립으로 세계 최대 철새 서식지였던 만경강·동진강 하구 갯벌의 90%가량이 사라졌어요. 갯벌과 염습지를 서식지로 활용하는 도요·물떼새 등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고요. 그런데도 서식지 관련 대책이 없어요. 더욱이 수라갯벌은 정부가 그간 새만금산업지구, 남북2축도로,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등 공사할 때마다 대체 서식지로 지정했던 곳이에요. 그럼 앞선 계획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라갯벌은 만경수역 마지막 서식지예요. 생물량은 서식지 크기에 비례합니다. 서식지가 줄면 생물 수가 줄어요. 오히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인근 서천갯벌이 만조 때면 도요새 등이 수라갯벌로 날아들어요. 이 두 갯벌을 하나의 권역으로 보고 보호해야 하는 거죠. 심지어 흰발농게가 발견됐다고 했더니,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한 개체의 흔적만 있다는 식으로 적어놓았더라고요. 저희가 확인한 것만 최소 1만 개체가 넘어요. 포획 등은 비용이 커서 그런 게 아닌가 의심되는 거죠.”(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위 부위원장은 “생물다양성이란 생물종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적 다양성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 서식지가 다양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환경부의 역할인데, 생물다양성 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 저런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해준다는 건 자기 지위를 망각한 거죠”라고 말했다.

공사를 주도한 농어촌공사는 새만금을 이미 죽은 것으로 여긴다. 담당 간부 ㄱ씨는 “새만금 갯벌은 1991년 매립면허가 나오면서 해양 생태계에서 육지 생태계로 변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 개발이 예정된 토지이기 때문에 갯벌은 소멸됐다. 매립면허를 발급받으면서 보상할 때 다 끝난 일이다”라고 말했다.

2023년 8월14일 오후 새만금호 수라갯벌에 멸종위기종인 황새와 저어새가 날아들었다. 정부는 이곳을 매립해 새만금신공항을 2028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류우종 기자

아직은 “보물” 모래갯벌이 살아 있다

이튿날인 8월15일 오전 수라갯벌을 밟았다. 해홍나물, 퉁퉁마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갈대숲과 영역을 나눠 사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2006년 물막이 공사 뒤 바닷물이 끊어졌음에도 여전히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고라니, 삵, 수달, 멧돼지가 풀숲에서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오동필 단장이 “보물”이라며 모래갯벌에서 발을 굴렀다. 밟으면 찰방찰방, 물렁물렁하지만 발이 빠지지는 않았다. 멸종위기 철새 등 여러 생물이 산란장·서식처로 이용하고 각종 조개 등 경제적 가치도 높아 갯벌 중 가장 귀하다는 모래갯벌이 살아 있었다.

며칠 전 내린 폭우로 물길이 파여 있었다. 2006년 바다가 끊어지자 떼죽음한 조개무덤층의 두께가 십수㎝였다. 껍질이 얇거나 없는 저서생물은 흔적을 남기지 못했을 테다. 사토 교수와 홍재상 교수, 오동필 단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조개껍데기를 생합, 노랑조개로 구분해 늘어놓았다. 10㎝ 넘는 생합을 들더니 4살짜리다 6살짜리다 논쟁이 붙었다.

흰발농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굴을 판 흔적이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내뱉은 아침 식사 흔적도 보였다. 흙이 젖은 것으로 보아 몇 시간 전 것으로 추정됐다. 오 단장이 “멸종위기종이라 흙을 파내서 끄집어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20여 분 흰발농게를 더 기다리다 철수했다.

흰발농게가 10년 넘게 수라갯벌에서 버텨낸 ‘기적’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시민생태조사단은 수라갯벌의 경사도가 1도 미만이라 바닷물이 갑문이 아닌 땅 아래로 스며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스며든 바닷물을 이용해 새우 양식을 하기도 한단다. 기적은 계속될 수 있을까.

“정부는 이 수라갯벌 모습을 보고 이건 자연이 아니야, 원래 모습이 아니야라고 해요. 자연의 천이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않으려 해요. 하구 모래갯벌은 그 생태적 가치 때문에 사실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건데 무차별적으로 매립 자재로만 사용되는 거죠. 지금 수라갯벌은 향후 복구되면 언제든 갯벌이 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후손에게 남겨줄 보물이에요.”(오동필 단장)

새만금(전북)=글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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