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플라스틱 그릇을 버려야 할 이유는?

류수연 2023. 8. 2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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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가정을 둘러보면 오래된 플라스틱 그릇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오래된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무심코 사용하면 자칫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미 CNN은 최근 주방용 플라스틱 용기의 안전사용 방법을 다룬 기사를 보도했다. '타파웨어와 플라스틱 안전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는 ‘환경호르몬’으로 일컬어지는 물질인 비스페놀A(BPA)를 피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미지투데이

◆BPA는 어떤 물질?=일반적으로 BPA로 알려진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아릴설폰(PASF), 에폭시 등 잘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오래전부터 BPA는 젖병·밀폐용기·냉장고물병 등 식품용기를 비롯해 비산방지유리(안전유리), 안경류 등 다양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제품과 금속 식품캔, 병뚜껑, 급수관 등의 코팅에 사용된 에폭시 수지 등으로 일상생활에 쓰여왔다. 또한 폴리염화비닐(PVC) , 폴리우레탄(PU) 등의 수지의 부첨가제,영수증에 사용되는 감열지 등에도 일부 사용된다. 

BPA는 내구성과 투명함 등으로 인해 오래도록 사용되는 물질이지만, 인체에서 에스트로젠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지목돼 왔다. 로라 반덴버그 미국 매사추세스대 앰허스트 캠퍼스의 환경보건학 교수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BPA 노출은 불임, 태아 성장상태 변화, 아동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공격성 증대를 비롯해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내막증 등의 여성질환과 심장병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 남성에게도 전립선비대증 등 비뇨기질환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국립보건원 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는 태아와 유·소아에 대한 BPA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일반 성인(임신부 제외)에 대해선 그 영향이 적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BPA의 노출원. 식품의약품안전처

◆BPA 노출량, 어느 정도?=BPA의 잠재적인 건강 위험이 밝혀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식기 등 인체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엄격한 사용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인체노출안전기준이 되는 1일섭취한계량(TDI·Total Daily Intake)를 TDI를 종전 기준치의 2만분의 1인 체중 1㎏당 0.2ng(나노그램)으로 대폭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 역시 TDI를 체중 1㎏당 50㎍(마이크로그램)에서 20㎍으로 2020년 강화했다. 또한 2012년부터 영·유아용 젖병 제조시 사용을 금지했고, 더 나아가 2020년부터는 모든 영·유아용으로 사용되는 기구와 용기·포장 제조에 사용이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성인용 물병 등의 제품에서도 BPA가 검출되지 않는 ‘BPA 프리(free)’ 제품의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BPA는 식품·화장품·개인 위생용품(물티슈 등)과 토양·물·공기 등을 통한 환경에 의해 인체에 노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인체에 노출되는 BPA의 70%는 식품과 식품용기·포장 등을 통해 이뤄진다. 가공식품이 43%를 차지했으며, 에폭시수지가 코팅된 통조림 용기와 금속팬을 비롯해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식품관련 기구·용기·포장 등에 의해서도 노출된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BPA가 체내에 남아있을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음식물에서 검출되는 비스페놀A의 양이 매우 적은 수준일뿐 아니라, 섭취하더라도 인체에서 무독화된 형태로 대사돼 99% 이상이 배설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표시도안. 한국은 한국환경공단
미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도안. 녹색은 재활용이 쉬운 소재, 주황색과 회색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소재를 뜻한다. 클립아트코리아

◆플라스틱 용기를 통한 BPA 노출 줄이려면=그럼에도 소비자들에게는 불편함이 남는 게 사실이다. 일상 생활에서 BPA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BPA가 포함됐을 수 있는 제품과의 노출을 줄이거나 피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래전 만들어진 플라스틱 용기, 그중에서도 단단하고 투명하며 깨지지 않는 용기이다. 

반덴버그 교수는 “구입한 날 안전하지 않은 제품은 10년 후에도 안전하지 않다”며 “더 오랫동안 보유할수록 건강에 더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제품은 사용할 때마다 소량의 BPA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

우선 BPA 함유 가능성이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구분하는 첫걸음은 바로 용기의 ‘소재’다. 

일반적으로 ‘PC(폴리카보네이트)’ 표시가 있거나 재활용표시에 ‘PVC’ 혹은 숫자 ‘3,’ ‘OTHER’ 혹은 숫자 ‘7’이 쓰여 있는 플라스틱 제품엔 BPA가 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BPA 프리’ 표시만 믿고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 등을 담거나 오래 소독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반덴버그 교수는 용기의 소재가 불명확한 경우는 구입 연도에 따라 구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한다. 한 예로 1980~90년대 미국은 물론 한국 주부들의 ‘로망’으로 여겨졌던 타파웨어처럼 10년 이상 묵은 오래된 제품은 교체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1940년대 창립된 유명 플라스틱 업체인 타파웨어의 경우 2010년 3월부터 미국·캐나다 판매제품엔 BPA가 함유돼 있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타파웨어 측에 의견을 요청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때 꼭 지켜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거친 수세미 사용 금물 비영리 소비자단체인 '컨슈머 리포트;의 식품안전 연구 책임자인 제임스 로저스는 “거친 수세미로 플라스틱 용기 표면을 닦아 긁힌 자국이 생기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긁힌 자국은 플라스틱 성분의 침출량을 늘릴뿐 아니라 세균이 서식할 수 있는 깊은 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식품 용기의 변색은 음식재료 혹은 양념 등과의 상호작용으로 플라스틱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플라스틱 용기에 미세한 구멍이나 찢김이 생기고 있다는 뜻인 만큼 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용기에  토마토나 감귤류, 신김치처럼 산성도가 높은 식품을 넣는 것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2. 전자레인지용기 반드시 확인 배달용기나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을 경우 ‘전자레인지용’ 표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통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결정화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C-PET), 내열폴리스티렌(내열OPS) 등이 있다. 이들 용기는 BPA나 프탈레이트 등을 사용하지 않으며, 과도하지 않은 가열에선 안전하다. 

내열성이 낮은 일반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의 플라스틱이나, 고주파에 의해 수지가 파손돼 유해한 기체인 포름알데히드가 생성될 수 있는 멜라민수지·페놀수지·요소수지는 사용 금물이다. 식품용기에 사용이 금지된 PVC도 마찬가지다. 

또한 같은 재질이라도 전자레인지 사용이 불가능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한 예로 PE의 경우 수지를 구성한 입자들의 사슬모양에 따라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등으로 구분되며, 특징과 용도가 달라진다.

3. 유리·스테인리스 용기 활용 검토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아예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뜨거운 음식과 액체의 경우 도기, 도자기, 유리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들 물질은 화학적으로 불활성이기 때문에 BPA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우며, 산성 식품 보관 등에 따르는 문제가 적다. 

다만 유리는 내열유리 제품만 고온의 음식 저장, 전자레인지 가열 등이 가능하다. 또한 스테인리스 스틸은 온도와 무관하게 식품을 보관할 수 있으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한 재가열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환경호르몬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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