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 폭염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유희동 기상청장 2023. 8. 2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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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서 주인공 장고는 황량한 사막 위로 카우보이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모래바람을 일으키면서 말을 타고 등장한다. 그리고 그 뒤로는 석양으로 붉게 물든 사막과 엄청난 크기의 선인장이 배경으로 연출된다. ‘사와로’라고 불리는 이 선인장은 기온이 높고 척박한 사막에서 잘 자라는 미국 애리조나의 대표적인 식물이다. 그런데 미국 서부 영화를 상징하는 사와로 선인장이 지난달 한 달여간 낮 최고기온이 43도를 기록하는 폭염이 나타났을 때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점차 일상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례로, 올해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세계 각국은 매서운 폭염의 기세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2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면 양식장에 우럭이 집단 폐사해 물 위로 떠올라 있다. 정기명(사진 가운데) 여수시장이 폐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올해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였고, 장마철이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올해 온열 질환으로 인한 추정 사망자가 31명에 달하는 등 무더위로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대급 폭염으로 기억되는 해는 2018년이다.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로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이 25.4℃로 가장 높았으며,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4일, 열대야일수는 17.7일로 가장 긴 일수를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극심한 더위로 그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48명이나 발생하였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가운데, 기후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유례 없는 이상기후가 지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일최고기온이 33℃ 이상인 폭염일수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30년 평균이 10.5일이었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평균이 13.3일로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남한 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의 경우 21세기 후반 폭염일수가 연간 70.7일로 지금보다 9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여름철 폭염 일수는 점점 증가하면서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더 강해지는 폭염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상청에서는 다양한 폭염 맞춤형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먼저 올해부터 ‘체감온도 기반 폭염특보’를 새롭게 마련하여 지난 5월 15일부터 정식 운영 중이다. 이는 국민에게 실효성 있는 폭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단순히 기온만 고려하던 폭염특보를 습도까지 고려하여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인 체감온도 기반으로 개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온열질환자가 많은 7월과 8월에는 발표 횟수가 늘어나고 비교적 피해가 적은 6월과 9월에는 발표 횟수가 줄어, 특보에 대한 경각심은 유지되면서 피해는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같은 기온에서도 대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폭염의 위험 수준을 알려주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구체적인 폭염 대응 요령을 알려주는 ‘폭염 영향예보’를 운영 중이다. 올해는 온열질환 피해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은 취약계층과 야외근로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폭염 영향예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농촌 어르신들에게 마을방송시스템을 활용해 음성 중심의 영향예보를 전달하고, 이동근로자들에게는 배달, 택배 근로 시 사용하는 업무용 앱을 통해 야외작업 중에도 영향예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이 영향예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다국어 모바일 웹과 홍보 리플릿을 제작, 배포하였다. 이와 같이 기상정보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취약계층에게 폭염 영향예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온열질환 다발 지역인 농촌 어르신의 피해를 줄이고자, 농촌 어르신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자녀에게도 폭염 영향예보를 직접 문자로 전달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에 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9월에도 당분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 예상되기에, 폭염 피해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폭염 재난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신의 날씨 정보와 폭염 영향예보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시간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물을 자주 마시는 등의 폭염 대비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지니는 것이 여름철 폭염이 일상이 된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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