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40명… 경기·인천 근로자 일하다 죽는다 [불안한 일상, 안전을 확보하라]

김정규 기자 2023. 8. 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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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서만 벌써 사망 90명 달해... 50인 이하 소규모 업체서 78.9%
재발 방지·예방 대책 ‘백약이 무효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50대 근로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 경찰이 사고 사흘째인 11일 원인 규명을 위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성남중원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샤니 제빵공장에 수사관 19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성남시 샤니 공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일 성남 샤니 공장에서 50대 근로자 A씨가 작업 도중 빵 반죽 기계에 허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분할기에 허리를 넣고 노즐을 교체하던 중이었는데, 동료가 이를 못보고 기계를 작동시켜 반죽통이 그대로 그의 허리를 누른 것이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사고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SPC그룹 내 ‘근로자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평택의 SPL 공장에선 20대 여성 근로자가 배합기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했다. 사고 이후 허영인 SPC 회장은 직접 사과를 하며, 3년간 안전관리에 1천억원을 투입하는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 이틀 뒤 성남 샤니 공장에선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끼임 사고가 일어났고, 이후 1년도 안돼 같은 공장에서 또다시 작업 중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이렇듯 근로자들이 일을 하다 생을 마감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산재 예방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올해도 90명이 산업현장에서 작업 중 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산재 사고사망자 수가 256명을 기록해 전국 산재 사망자의 29.3%(874명)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35명, 2021년 221명, 2022년 256명으로 도내에선 연 평균 약 240명의 산재 사고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재 사고사망자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78.9%(202명)를 기록했고, 50인 이상 사업장은 54명(21.1%)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고 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도 0.51‱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근로자 90명이 산업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사망했다.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도내 누적 산재 사고사망자 수는 총 9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52명(57.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조업이 23명(25.6%)으로 뒤를 이었다. 재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떨어짐(38명, 42.2%), 기타(36명, 40%), 끼임(11명, 12.2%) 등 순이었다.

인천지역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 수가 12명에 이르는 등 한 달에 4명 꼴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명) 보다 3명 늘어난 수치다. 실제, 지난달 14일 인천 서구 대곡동의 한 공장에선 B씨(50)가 5m 위에서 떨어진 1.3t짜리 덕트에 깔려 숨졌다. A씨는 당시 덕트를 옮기는 크레인 밑을 지나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46명, 2021년 40명, 2022년 46명으로 1년에 약 44명은 산업재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많은 노후 산단과 제조업 등 전통적인 재래형 업종에 비정규직 등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현장에서 작업 중 다치는 사고도 빈번하다. 인천 지역의 지난 5년 동안 산업재해자 수는 2017년 5천199명, 2018년 5천90명, 2019년 6천10명, 2020년 5천986명, 2021년 6천714명, 지난해 6천279명 등이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안전은 결국 비용이 들어가는데,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나 자원이 부족하면 예방조치가 미비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영세 사업장의 높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원청과 하청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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