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지폐에도 나오는 ‘이것’…영양도 값지도다 [철들었는과(果)?]

이시내 2023. 8.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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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은 영어로도 먹방(Mukbang)입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트렌드이기 때문입니다. 먹거리에 진심인 우리지만, 정작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단맛·짠맛·매운맛·기름진맛 등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지는 요즘, 건강한 식재료를 생각합니다. ‘철들었는과(果)?’에서 이맘때 먹으면 좋을 제철과일을 소개합니다. 

샤인머스캣. 이미지투데이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권 지폐를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경조사의 기본단위로 굳혀질 만큼 중심권종으로 자리잡았지만 지폐 앞장에 우리 농산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바로 ‘포도’다(신사임당의 <묵포도도>). 

서양화에서 포도가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조선시대 때도 포도그림이 유행이었다. 통통한 알맹이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봤던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맘때 가지를 뻗고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 포도는 강인한 생명력을 연상시킨다. 새콤달콤함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포도는 영양의 보고이기도 하다.  

캠벨얼리 vs 샤인머스캣…포도 품종 ‘다양’=일반적으로 포도는 유럽계·미국계·아시아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럽계 포도가 도입돼 널리 재배된 때는 조선시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유통되는 품종은 <캠벨얼리>, <거봉>, <델라웨어>, <MBA> 등으로 미국계가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캠벌얼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포도 품종이었다. 여름철 병해 발생이 적고 재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생겼다. 황록색의 커다란 포도송이를 가진 <샤인머스캣>이 ‘프리미엄’ 이미지로 인기를 끌자 재배면적이 급증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포도의 재배면적 비율은 <샤인머스캣>이 41.4%로 가장 많았으며 <캠벨얼리>(31.7%), <거봉류>(17.3%), <MBA>(6.5%), <델라웨어>(0.4%)가 뒤를 이었다. 

최근엔 <블랙 사파이어>라는 품종이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씨앗이 없고 당도가 높아 <샤인머스캣>과 함께 청소년들의 인기 간식인 ‘탕후루’ 재료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열매가 가지처럼 길쭉한 모양으로 돼 있는 이 포도는 당도가 20브릭스(brix)에 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원산지로 국내에선 4~5년 전부터 경북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최근엔 제주에 생산단지가 조성됐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현재 16농가가 4㏊에서 <블랙 사파이어>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최근엔 ‘가지 포도’라고도 불리는 <블랙 사파이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씨앗이 없고 당도가 높아 <샤인머스캣>과 함께 청소년들의 인기 간식인 ‘탕후루’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①심혈관 건강=‘프랑스인의 역설(French Parodox)’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도 미국인 못지않게 육식을 즐기지만 허혈성 심장질환 발병률은 유독 낮은 현상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레드와인을 즐겨 마시는 식생활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그 비결이라는 것이다. 

주로 적색 포도에 있는 레스베라트롤은 폴리노이드의 일종으로 식물이 자기방어를 위해서 만들어내는 물질(파이토알렉신)이다. 인체에 들어오면 항암·항산화·항염증 작용을 한다. 특히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전(피떡)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심장병·동맥경화증을 예방한다. 

포도엔 혈전 예방에 좋은 폴리페놀 일종인 ‘안토시아닌’도 풍부하다. 서울여대 식품응용시스템학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포도 생과 100g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최대 153㎎이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노리치 의과대학 연구진이 ‘미국임상영양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한 포도와 블루베리를 하루에 한컵(150g)씩 섭취했더니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최대 15%까지 감소했다. 

두 기능성성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싶다면 포도를 먹을 때 껍질을 먹도록 하자. 권의석 충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 연구사는 “안토시아닌 등 주요 기능성성분은 주로 껍질에 몰려 있다”며 “송이 안쪽까지 흐르는 물에 꼼꼼히 세척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프랑스인의 역설(French Parodox)’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도 미국인 못지않게 육식을 즐기지만 허혈성 심장질환 발병률은 유독 낮은 현상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레드와인을 즐겨 마시는 식생활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이미지투데이

②치매·알츠하이머 예방=포도를 꾸준히 먹으면 알츠하이머·파킨슨병·다발성경화증 등 각종 퇴행성질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 연구진이 65세 이상 어르신 1640여명을 대상으로 무려 10년에 걸쳐 실험한 결과다. 이들은 포도에 있는 ‘플라보노이드’ 섭취량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매일 와인 3~4잔씩 꾸준히 마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인지력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매일 와인을 꾸준히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8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대 줄리오 파시네티 박사팀도 유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실험용 생쥐에게 포도 씨의 폴리페놀 추출물을 5개월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기억력 감퇴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독소 물질 ‘아밀로이드 베타-5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를 얼려서 먹는 것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식감이 딱딱하지 않고 셔벗을 먹는 것과 같다. 사진은 얼린 <샤인머스캣>. 이시내 기자

③당뇨 예방=최근 ‘젊은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표적 만성질환인 2형 당뇨병(후천성 당뇨병)을 가진 20대 환자 수는 2021년 기준 3만2411명으로 2017년(1만8783명) 대비 약 73% 증가했다. 30대 환자 역시 동일 기간 31%가량 늘었다.

당뇨 걱정을 덜 수 있는 달달한 간식을 먹고 싶다면 포도를 주목하자. 꾸준히 먹으면 오히려 당뇨를 예방할 수 있다. 인슐린 민감성을 높여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 있어서다. 2007년 중국 과학원의 자이 지웨이 박사는 포도에 있는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인슐린분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효소 SIRT-1’을 활성화시켜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13년 영국의학저널(BMJ)에도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19만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포도·블루베리·사과에 항산화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인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해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포도에 있는 비타민K도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2021년)에 따르면 비타민K 함량은 100g 기준 <샤인머스캣>이 18.01㎍, <캠벨얼리>가 27.72㎍, <거봉>이  21.36㎍이다.

포도는 대표적인 저혈당 식품이다. 혈당지수(GI)는 음식이 섭취-소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포도당(탄수화물)로 전환돼 혈당 농도를 높이는지를 표시하는 수치다. 70 이상이면 고혈당 지수, 55 이하를 저혈당 지수로 분류한다. 경희대학교 국제동서의학대학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포도의 혈당지수(GI)는 48.1로 복숭아(56.5),  수박(53.5), 참외(51.2), 귤(50.4)보다 낮았다. 

그렇더라도 당뇨병 환자라면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섭취량을 조절하는 편이 안전하다.  

포도를 꾸준히 먹으면 인슐린 민감성이 향상,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사진은 <캠벨얼리>. 전원생활DB

구입요령과 보관법=포도를 고를 땐 열매부터 살펴보자. 통통하고 단단하며 색이 짙은 것이 좋다. 반대로 열매가 무르거나 갈색으로 변했다면 오래된 포도일 수도 있다. 포도알이 지나치게 밀착돼 있으면 속에 있는 열매가 덜 여문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의하도록 하자. 

포도에 흰색 가루가 묻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고 약제 잔여물 혹은 당분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과분(果粉, Bloom)’이라고 불리는 물질로 과실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 과수과에 따르면 과분은 포도 껍질구조 일부분이다. 미세한 돌기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연꽃잎처럼 항상 깨끗하게 스스로 정화하는 효과(연꽃잎 효과)를 갖고 있다. 과분이 잘 형성된 포도는 먼지, 병원균 포자와 같은 이물질이 없이 깨끗하다. 권의석 연구사는 “과분은 지방족 화합물로 잿빛곰팡이병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외국산 포도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봉지를 씌워서 재배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포도가 약제에 그대로 노출돼 포도 알 표면에 있는 과분이 손상되고 이물질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면 과분이 잘 형성된 포도는 따로 세척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포도”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포도를 먹기 전까지는 과분이 덮인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포도를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포도는 또 물기가 있으면 쉽게 물러진다. 보관할 땐 한송이씩 마른 종이에 감싸 냉장고(1~5℃)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포도에 흰색 가루가 묻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고 약제 잔여물 혹은 당분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다. 하지만 이는 ‘과분(果粉, Bloom)’이라고 불리는 물질로 과실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

※이런 사람은 조심=혈액응고를 저지하는 약제인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포도를 먹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와파린은 혈전과 색전 형성을 방지하는 데 사용되는 약제인데 뇌졸중·심근경색·심정맥혈전증 환자 등이 복용한다. 포도에 있는 비타민K는 와파린과 같은 혈액 희석제의 항응고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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