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감리 감독 유명무실한데… 정부 산하 감리기관 설립 논란

김노향 기자 2023. 8. 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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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에 가린 '허수아비 감리'(3)] LH보다 더 최악인 국토부 전관 특혜

[편집자주]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주택 건설현장에서 철근 부실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감리의 역할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현장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감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체와 공공기관 출신 퇴직자가 감리 인력 풀의 다수를 채우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짐에도 저비용만을 좇고 고용 안정성마저 보장되지 않는 업계 관행은 '허울뿐인 감리'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법정 감리 인원 기준을 못 채우는 현장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나 실망감만 키우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구성원들이 부실 감리를 규탄하고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 특혜를 철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퇴직자 요람된 감리회사… 도면에는 '까막눈'
②3000가구 공사 감리 고작 '4명'… 법적기준 못채운 LH 단지 82%
③지자체 감리 감독 유명무실한데… 정부 산하 감리기관 설립 논란

최근 잇단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로 현장에서 공사가 잘 진행되는지,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등을 감독하는 '감리'(건설사업관리)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새로운 감독기구 설립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감독기구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또 다른 감독체계를 만들 경우 오히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세금만 낭비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 감독기구 유명무실


현행 공공공사는 발주청이 직접 관리 감독을 하고 민간공사의 경우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외부 감리를 선정한다. 민간 건설현장의 감리를 감독하는 지자체 산하 '지역건축안전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조직마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각 지자체에 설치가 의무화된 지역건축안전센터는 민간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 인·허가 시 설계도면을 검토하고 공사장 안전과 노후건축물을 점검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기존의 지자체 인력으로 전문성을 요구하는 설계 점검이 어렵다 보니 산하 센터를 설립해 건축사와 구조기술 전문가를 각 1명씩 반드시 채용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철근 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소재 인천광역시 서구의 경우 구조기술 전문가를 채용하지 못했다. 경기 남양주시도 건축구조기술사 지원자가 없어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인력을 충원했다. 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이 설립 초기의 지원금 2000만원뿐인 점도 인력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인테리어의 고급화와 친환경 자재, 공법 등으로 건축비가 상승하고 중대재해 예방 등 안전관리 비용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재비·인건비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감리 보수 등 기본적인 것에 소홀해질 수 있어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감독기구 설립 실효성은


국토교통부는 공식적으론 부인하지만 이미 내부에선 건설감리 감독 기구 설립 방안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축 설계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품질·안전관리 등을 감독하는 감리 행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부실공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감리 업무에서 건축구조기술사와 협력하는 범위를 확대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주택법에 따라 감리자가 건축구조기술사와 의무 협력하는 경우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에 한정돼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이다.

업계는 부실 감리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의 해결이 아니라 감독기구만 새로 만드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감리전문회사들로 구성된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는 지난 8월9일 회원사들에 긴급 공지를 발송해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로 감리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있다"면서 "이 같은 부실공사가 재발하는 경우 감리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협회는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정부와 감리제도 개선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부실공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설계구조계산 누락 등을 해결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정부와 협의해 방안을 마련하려는 초기 단계여서 의견을 밝히기엔 이른 시점이나 협회는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이고 윤리위원회 등을 운영해 자정 노력을 하고 있어 별도 감독기구가 생길 경우 회원사들의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LH보다 국토부 전관 특혜 더 문제"


감리기술자의 능력 부족, 낮은 감리 단가, 설계와 시공의 분리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국토부는 건축법과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진흥법 등에 따라 감리자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법에 명시된 감리 규정을 어길 경우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철근 누락 사태에서 드러났듯 국토부로부터 벌점을 받은 업체도 버젓이 공공공사를 따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국토부 퇴직자 전관 특혜와 카르텔이 LH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메이저 설계용역업체가 퇴직 공무원을 스카우트하고 현장 감리단장으로 모셔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한국도로공사가 LH보다 더 심한데 도로공사가 발주한 보수공사와 자재 업체 선정에 퇴직자가 없는 곳이 없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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