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유커, 쇼핑보다 관광

박혜연 기자 2023. 8.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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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민속촌·헤이리 등 찾아

25일 낮 12시 30분쯤 서울 중구 명동 한 화장품 가게 앞. 한 남자 직원이 북적이는 명동 거리를 배경으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촬영하고 있었다. 손에 립스틱을 들고 중국어로 열심히 상품을 설명 중이다. 촬영 현장엔 순식간에 중국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한 관광객은 “한국 여행을 정말 간절하게 기다렸다”고 했다.

전날(24일) 오후 명동 롯데면세점 앞 버스 승강장에서는 빨간 깃발을 앞세운 중국 관광객 40명이 차례차례 버스에서 내렸다. 중국 웨이하이에서 페리를 타고 인천항으로 입국한 사람들이다. 면세점 12층 화장품 코너 계산대는 오후 내내 중국인 줄이 10m 이상 이어졌다. 옌타이에서 2박 3일 서울 여행을 온 첸슈잉(53)씨는 “한국 여행이 풀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남편과 결혼기념일에 맞춰 패키지로 왔다”며 “그동안 휴대폰에 저장해 둔 쇼핑 리스트를 보고 한국 화장품을 잔뜩 사갈 생각”이라고 했다.

유커 가족들, 경복궁서 한복 입고 찰칵 -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중국인 가족이 모두 한복을 입고, 돌 난간에 서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 단체 관광’이 풀리면서 최근 경복궁과 신사동 가로수길 등 서울 곳곳이 중국인 관광객 유커로 북적이고 있다. /웨이보

중국인 유커(遊客·관광객)들의 한국 관광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달 11일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했지만, 아직은 항공편이 많이 없어 페리 등 일부 배편으로 오는 정도다. 하지만 서울 명동과 광화문 일대는 이미 유커들로 북적였다. 중국 여행사 한 관계자는 “중국에선 여행사들이 한국 관광을 준비하느라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허용 첫날(11일), 입국한 중국인은 1만1801명이었다. 이날부터 14일까지 중국인 입국자는 하루 평균 1만839명으로, 이전 열흘(1~10일)간 평균 8297명보다 약 30%가 늘었다. 제주도엔 단체 관광 허용 일주일 만에 중국 관광객 80만명 이상이 크루즈 267척의 예약을 마쳤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 최대 명절인 9월 중추절과 10월 초 황금 연휴가 다가오면, 비행기편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유커들이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유커들의 관광 모습도 달라졌다. 과거 쇼핑 위주였다면 최근엔 경복궁과 청와대, 북촌 한옥마을, 신사동 가로수길 등 핫플레이스를 많이 찾는다. 중국 전문 여행사 직원 노모(51)씨는 “과거 패키지 관광의 90%가 쇼핑이었는데 요즘은 서울 명소를 찾거나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며 “몇 년 동안 못 오다 보니, 서울과 한국을 다시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을 벗어나 근교 관광지를 찾는 유커가 많아진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 24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 31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관광공사가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단체 관광 상품을 통해 한국을 찾았는데, 3박 4일 동안 경기 김포 애기봉 평화 생태공원과 용인 한국민속촌을 둘러볼 예정이다. 중국 관광객 가이드인 위칭양(38)씨는 “한국 관광이 막혀 있는 기간 많은 중국 사람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보면서 그리워했다고들 한다”며 “자주 오고 익숙해지면 쇼핑을 즐기지만, 지금은 그동안 못 가봤던 핫플레이스나 과거 인상적이었던 명소 등을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대학가도 유커 맞이로 분주하다. 서울 시내 대학 캠퍼스는 젊은 유커들 사이에서 인증샷을 찍는 장소이고, 대학가 주변 상권은 핫플레이스이자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9월부터 코로나로 중단됐던 중국 관광객 대상 캠퍼스 투어를 다시 시작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달부터 단체 투어 문의가 하루에 서너건씩 들어온다. 2학기엔 중국 관광객을 대비해 학생 홍보 대사를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홍익대도 중국어가 가능한 학생을 홍보 대사로 선발하기로 했고, 이화여대도 학교 곳곳에 중국어 안내판을 달기로 했다. 여행 업계에선 서울 시내 대학과 제휴해 만든 ‘대학 관광 코스’가 여행 상품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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