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4km 코리아둘레길 '마지막 퍼즐' 완성되다

서현우 2023. 8. 25. 06: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MZ 평화의길 9월 개통
해파랑~서해랑~남파랑과 함께 대한민국 한바퀴 도는 길 완성
DMZ 평화의길 5코스 파주 구간, 동패지하차도~장준하공원 15km 사전 답사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황해도 개풍군 관산반도. 직선거리로 2km 떨어져 있다.

전 국토를 한 바퀴 도는 코리아둘레길이 드디어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16년 해파랑길 750km가 개통된 이후 2020년 남파랑길 1,470km, 2022년 서해랑길 1,800km이 만들어졌고 이제 마지막 DMZ 평화의 길 주노선 약 530km가 오는 9월 정식 걷기길로 열릴 전망이다.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시작해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현재 총 34코스로 계획돼 있다. 이 중 파주 구간 5코스 일부인 동패지하차도~장준하공원을 걸어보았다. - 편집자 주

전망대에 섰다. 북한까지는 단 2km. 망원경을 들여다봤다. 강 건너 북을 구경한다. 분명히 한여름으로 초록색이어야 할 나무들이 적막한 황토빛으로만 보였다. 흙먼지만 날리던 길에 느닷없이 하얀 와이셔츠의 북한 주민이 등장하더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그 모습이 마치 1970년대의 어느 하루를 떼다가 붙인 것 같다. 강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 서로의 시간의 질감이 다르다.

그 앞에 임진강과 한강이 있다. 두류산에서 흘러온 임진강과 금대봉에서 흘러온 한강이 마주한다. 두 강 모두 저 멀리 강원도에선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었지만, 바위에 치고 박으며 덩치를 키워 다른 지류를 복속시키고 이곳에 장엄하게 왔다. 거대한 힘겨루기의 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누가 이길 것인가?

5코스 출발점인 동패지하차도.

DMZ 생태관광 1번지 파주

"취재는 해도 되지만, 사진은 찍으면 안 돼요."

"예?"

시간을 조금 되돌려보자. DMZ 평화의 길 주 노선 개통이 9월로 확정된 것을 기념해 현재 완공된 노선 중 DMZ 평화의 길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길을 걸어보려고 했다. 민통선 안을 지나 DMZ 특유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 또 생태적으로 아름답게 보존된, 그런 길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코리아둘레길을 종합안내하는 한국관광공사를 넘으면 행정안전부가 나타났고, 행정안전부의 협조를 구해 담당 지자체 관광과에 연락하면 다시 국방부와 통일부를 넘어야 했다. 그리고 넘지 못했다. 간신히 취재해도 된다고 허가를 받았다 싶다가도 노선의 극히 일부만 가능하다고 변경됐고, 전체 노선을 다 걸을 수 있게 되면 이번엔 사진 촬영이 불허됐다.

그래서 파주로 왔다. 사실 DMZ 생태관광 1번지인 파주를 빼놓고 이 길을 얘기할 수 없기도 했다. 파주시청 관광과 김창구 주무관이 바쁜 와중에 기꺼이 가이드를 자처했다. 그는 "주 노선에선 조금 떨어져 있지만, 장준하공원 옆 오두산통일전망대에 오르면 기대했던 '강 건너 북 구경'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좋았다. 또 지도를 보니 자유로 옆을 한창 걸어야 하는 것 같아 빠르게 갈 요량으로 러닝 인플루언서 위하라씨와 함께했다.

심학산 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에 평화의 길 안내판이 크게 들어서 있다.

맨발로 걷기 좋은 심학산둘레길

길 시작점인 동패지하차도 상단은 고양시와 파주시의 경계다. 또한 다양한 길이 교차하고 있어 이정표와 안내판이 어지러이 붙어 있다. 출판도시길 순환코스이자 경기둘레길 5코스이자 평화누리길 6코스이자 DMZ평화의 길 5코스란다.

어쨌든 길은 하나로 이어진다. 성동사거리 방면으로 내려서서 지하도를 지난다. 곧바로 가파른 계단길이다. 한 떨기씩 떨어진 제비꽃들 사이로 오르자 심학산둘레길이다.

"심학산은 한강이 범람해 내려오는 물을 막았다 해서 수막, 물 속 깊숙이 들어간 메뿌리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은 1~2시간 코스의 등산로와 둘레길이 있어 운정신도시는 물론 일산 지역 주민들의 숨통이 되어주고 있죠. 개발 압력이 높지만 시청이 열심히 막고 있습니다. 주민 분들이 워낙 아끼는 산이거든요."

DMZ 평화의 길은 기존 걷기길을 적극 활용한다. 그래서 평화누리길, 출판도시길 등의 이름도 같이 짊어진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길손이 많다. 그중 거의 절반은 신발을 벗고 맨발 걷기를 즐기고 있다. 그만큼 잘 관리돼 있다. 지겹지 않게 오르막 내리막이 리듬감 있게 거듭되고, 숲이 울창해 덥지도 않다. 세금이 아니라 주민들의 발로 만들어진 길 특유의 자연미도 있다.

동서로 길게 뻗은 심학산 능선과 그 남쪽에 있는 이 둘레길을 순환해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인근으로 이사 온 젊은 산꾼들은 더 큰 산을 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면 이 코스를 미친 듯이 돈다고 한다.

"그럼 저희도 정상 한 번 들러볼까요? 정상 조망도 좋다고 하던데."

"이 방향으로 쭉 가면 낙조전망대가 있어요. 거기서 보셔도 충분합니다."

소나무와 신갈나무, 굴참나무가 한데 어울린 숲길의 끝에 다가서자 느닷없이 서쪽으로 시야가 확 열린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장중히 흐르는 한강 너머 김포 한강신도시를 시작으로 하성면 일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봉성산, 태산, 문수산의 멧부리들이 앙증맞다. 밀물일 땐 바닷물이 이곳까지 오기도 한단다. 멀리 북녘에는 황해도 개풍군 관산반도가 희끄무레하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 가면 북한을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서 가시죠."

심학산 둘레길 서쪽 끝에는 낙조전망대가 있다.
5코스 초입은 심학산둘레길로 시작된다. 지역 주민들의 숨통이 되어주는 길이다.

'숨은 같은 그림'을 찾아보세요

낙조전망대에서 몇 번 꺾어 들어가자 어느덧 마을길이다. 갈림길이 무척 많지만 정성스럽게 달아 놓은 DMZ 평화의 길, 혹은 평화누리길 산행리본과 성동사거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충실히 따르면 길을 잘못 들 일은 없다.

건물을 휘돌아나가면 바로 파주출판도시다. 1989년부터 뜻있는 출판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국가문화산업단지다. 그런데 최근에는 출판만큼 더 유명해진 게 있다고 한다. 바로 건물이다.

"건축과 학생들이 이곳에 자주 온다고 해요. 파주출판도시에는 같은 건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거든요. 그래서 디자인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다고 하네요. 한 번 찾아보시겠어요?"

본격적인 자유로 자전거길 구간에 돌입하기 전 위하라씨가 파주출판도시근린공원에서 필라테스로 몸을 풀고 있다.

마침 따분한 마을길 걷기에 흥미로운 소일거리가 주어졌다. 숨은 그림, 혹은 다른 그림 찾기가 아니라 '숨은 같은 그림 찾기'다. 오기가 생겨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정말 각양각색이다. 슬슬 같은 건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때쯤 벌써 출판도시 밖이다.

심학산의 산길이 그리워질 때쯤 파주출판도시근린공원이 나온다. 여기서 잠시 몸을 푼 뒤 본격적으로 달려 나간다. 위하라씨는 아예 러닝 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올해 열린 서울마라톤대회에 출전해 3시간 26분 45초 만에 풀코스를 완주한 건각이다.

일자로 쭉 뻗은 자유로 옆 자전거도로를 따른다. 구름을 뚫는 햇빛을 간혹 만나면 버드나무 그늘 밑에서 잠시 피하기도 하며 걸음을 서두른다. 자유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리가 시끄럽지만 다행히 매캐한 매연 냄새는 동풍이 치워 준다. 문발IC를 지나니 그나마 조금 소음이 잦아든다.

송촌교를 건너자 가로수가 울창하고 고즈넉한 자전거길이 짧게 펼쳐졌다.

"옛날에는 이 길이 농사목적도로였어요. 자유로가 생기기 전에는 근방이 다 농경지였거든요. 그런데 자유로가 뚫리고, 농경지들이 사라지면서 이 길이 자전거길이 된 거죠."

"차라리 강 쪽으로 길을 냈으면 물을 따라 걸을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았을까요?"

"아직 DMZ가 실감이 안 나시나보군요. 벌써 여기도 민통선이에요. 안보 차원에서 개방할 수 없는 곳이죠."

여기서 한강을 헤엄쳐 조금만 흘러가면 바로 임진강과 만나고, 거기서 더 들어가면 바로 북한이므로 지금 이 길이 최선이라는 것. 다만 길 주변이 다소 더러운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라이더들이 흘린 듯한 페트병 물병이 많다. 김 주무관은 "DMZ평화의 길 파주 구간은 역사·문화·생태 자원이 모두 뛰어난 길이므로 자연 훼손이나 쓰레기 투기 금지 등 기본적인 사항은 꼭 지켜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슬슬 지겹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려고 할 때쯤 길은 직각으로 꺾여 마을로 들어간다. 논두렁 사이로 난 시멘트길을 걸으니 국토종주의 느낌이 물씬 난다. 야트막한 둔덕 위에 리기다소나무 군락은 범상치 않은 기세로 솟아 있다. 전봇대 하나를 통으로 몸에 품고 자라는 버드나무도 이색적이다.

자전거길과 숲길, 마을길을 넘나들지만 갈림길마다 이정표와 산행리본이 충분하게 붙어 있어 길 찾는 데 어려움은 없다.

송촌교 철조망이 한쪽에만 있는 이유

굽이굽이 논길과 시골 마을길을 돌다보면 철새의 낙원이라는 공릉천이 나온다. 정확히는 공릉천 전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철책이 눈앞에 다가선다. 철책을 따라 송촌교를 건너는데 뭔가 이상하다. 다시 보니 다리에 칭칭 감겨 있는 윤형 철조망이 서쪽을 향해서만 있다.

"송촌교 다리 아래는 물만 지나갈 수 있고 사람은 못 지나가게 막혀 있어요. 실제로 간첩이 공릉천을 따라 침투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시면 하류 쪽은 철책으로 꽉 막혀 있고, 상류 쪽은 아무 제한 없이 내려갈 수 있도록 돼 있죠. 그러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다리 자체가 민통선인 셈입니다."

다리를 건너자 비릿한 농업비료 같은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갈수록 심해져 의아스러울 때 길 오른쪽에 파주시통일동산 공공하수처리시설이 등장하며 의문이 풀린다. 서둘러 지나치니 가로수가 울창해 달리기 좋은 길이 짧게 펼쳐진다. 이윽고 물의삼거리지하차도다. 굴다리 벽면에는 천장까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작품명은 '평화의 삼거리'.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하구 습지 지역의 특성을 그림으로 담았다.

오두산통일전망대 1층 로비. 강익중 작가의 작품 '아리랑'이 전시돼 있다. 남북이 공유하는 '한글'과 '아리랑'을 소재로 했다.
장준하공원.

이제 여정의 종착지를 향한다. 검단사 방면에서 살래길로 올라타는 것이 정석 루트이지만,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오를 생각이기에 생략하고 장준하공원을 먼저 들렀다.

장준하 선생은 천주교 공동묘지에 37년간 묻혀 있었는데 홍수로 묘가 파괴되어 지난 2012년 8월 이곳으로 이장하게 됐다. 공원에는 선생의 행적을 알리는 연혁이 적혀 있는 기념비들이 고요하게 들어서 있다. 공원 뒤편 산길을 따라 50m쯤 오르면 선생의 묘다. 그의 책 <돌베개>의 이름을 따 봉분을 돌베개로 만들었다. "모든 통일은 다 좋다"고 말했던 선생은 이제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공원에서 안식하고 있다.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올라가는 방법은 3가지다. 평일에 사람이 없으면 자기 차량으로 올라가면 된다. 반대로 주말에 사람이 많을 땐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1.4km의 생태탐방로를 따라 걸어올라가거나,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전망대라고 하여 망원경만 있을 줄 알았는데 층마다 통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 작품들이 있어 은근히 볼 게 많다. 실향민이 그린 북에 두고 온 고향 그림, 아이들에게 통일과 분단의 의미를 가르쳐줄 수 있는 동영상 상영관 등이 있다. 인근 통일초등학교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작품들도 하나하나 귀하다.

파노라마로 담아본 황해도 개풍군 관산반도. 북한 주민 4,000여 명이 살고 있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소장 가능

그래도 역시 전망대는 전망이다. 3층과 4층에 전망실과 야외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북한 방면을 촬영하려고 하자 정진아 전시운영팀 팀장은 "개인 소장용 촬영은 괜찮지만, 너무 전문적인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 공유 가능한 곳에 게재하는 것에 대해선 오두산통일전망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꼭 알려 달라"고 했다.

이제 관산반도를 본다. 반듯하게 지어진 북한 선전마을이 보인다. 정 팀장은 "마을엔 인민문화회관과 소학교, 김일성별장, 북한군 초소 등이 있으며 주민은 4,000여 명이 산다"며 "그런데 65퍼센트가 군인 가족으로 선별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연신 눈살을 찌푸리고 한참 들여다보는데 실시간 XR확장현실 망원경이 눈에 띈다. 최고 60배율 줌으로 관람할 수 있으며, 화면상에 실시간으로 주요 지명과 생태계도 뜬다. 흐린 날을 대비해 맑은 날 모드도 제공하며 직접 망원경으로 담은 장면을 QR코드로 스캔해 저장해 갈 수도 있다.

망원경으로 점처럼 움직이는 북한 주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송촌교 철조망은 하류 쪽으로만 설치돼 있다.

"도라 전망대는 인공기도 보이고, 바로 옆에 제3땅굴도 있어 긴장감이 있는데 여긴 뭐랄까요. 뷰 맛집 같은 느낌이에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것도 멋있고요."

"과연 그런 것 같다"고 맞장구친다. 그리고 임진강과 한강의 거대한 힘겨루기를 보며 XR 망원경 촬영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진다. 나이 지긋한 따님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전망대 창가에 바싹 붙어 앉았다. 실향민일까. 이북 땅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을 살짝 훔쳐봤다. 묘했다. 공허한데 가득 차 있었다.

다시 눈을 드니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던 임진강과 한강이 달리 보였다. 이젠 화해의 악수를 나누며 몸을 부둥켜안은 채 서해로 흘러가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파주의 옛 이름은 교하交河였다. 자리를 비켜드리고자 황망하게 마지막으로 담은 XR 망원경 촬영 사진에는 한 마리 갈매기가 우연찮게 담겼다. 그 갈매기는 여유로운 날갯짓으로 눈앞을 한 번 휘돌더니 유유히 강을 넘어 사라졌다. 이제야 DMZ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장준하공원 방면에서 당겨본 오두산통일전망대.

민통선을 지나느냐, 안 지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DMZ평화의 길 주노선 길라잡이

DMZ평화의 길을 걷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테마의 길과 주노선의 차이점이다. 9월 개통을 앞둔 길은 DMZ평화의 길 주노선으로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시작해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끊기지 않는 길이다. 반면 테마의 길은 DMZ 곳곳의 특정 안보관광지를 들어갔다 나오는 11개 노선으로 별개의 개념이다.

또한 '누리길'이란 이름이 혼용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주노선은 그간 각 지자체가 조성해 둔 DMZ 둘레길들을 이어 붙여 만든 길이다. 이 둘레길들의 명칭은 각 지자체별로 조금씩 상이한데 대체로 ○○누리길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그러니 "평화의 길을 걸으러 왔는데 왜 누리길이지?"하고 당황하지 않도록 하자.

주노선은 출입통제지역을 넘나든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파주, 철원, 양구 지역의 민통선 이내 지역, 인제 지역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적계로 등이다. 모두 사전 허가가 필수며 특정 시간에 한해 가이드가 동행해야 걸을 수 있고, 사진 촬영도 대체로 불가하다.

그래서 개통 시 전체 노선 정보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두루누비 durunubi.kr에 게시될 텐데 다른 코리아둘레길과는 달리 정확한 GPS 궤적이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아직 관계부처가 협의 중인데 꽤 난항이라는 후문.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안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아직도 길이 확정되지 않은 곳이 몇 곳 있다"며 "이번에 협조를 얻어 길을 개통했다 하더라도 향후 대북관계 경색 등 안보 이슈로 민통선 출입이 제한되면 길이 뚝 끊기는 꼴이 된다. 그래서 아예 모든 노선을 민통선 이남으로 고정하자는 의견도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개통 당일까지 지켜봐야 한다.

현재 기준 확정된 주노선 지도도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각 코스 기점과 거리에 대한 정보는 허가를 받았다. 지도와 함께 놓고 보면 대략적인 코스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향후 관건은 교통편. 그나마 동남서해안길은 바닷가 마을이 발달해 택시도 많고 대중교통 편도 괜찮은데, DMZ길은 지역 특수성상 교통편이 좋지 않다. 순환버스를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도 아직 없다. 현재로선 산악회 버스 대절이 가장 나은 선택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6월 서해랑길 개통과 함께 공개한 코리아둘레길 지도.

1코스 강화 평화전망대~문수산성 남문 16.49km

2코스 문수산성 남문~애기봉 입구 8.29km

3코스 애기봉 입구~전류리포구 16.93km

4코스 전류리포구~고양종합운동장 14.89km

5코스 고양종합운동장~통일동산(성동사거리) 20.68km

6코스 통일동산(성동사거리)~낙하리아랫말 10.92km

7코스 낙하리아랫말~임진각 12.08km

8코스 임진각~율곡습지공원 10.15km

9코스 율곡습지공원~리비교 거점센터 8.21km

10코스 리비교 거점센터~장남교(원당리) 9.94km

11코스 장남교~숭의전지 16.24km

12코스 숭의전지~군남홍수조절지 18.22km

13코스 군남홍수조절지~대광리역 19.62km

14코스 대광리역~백마고지역 11.96km

15코스 백마고지역~DMZ철새평화타운 21.51km

16코스 DMZ철새평화타운~도창검문소 15.95km

17코스 도창검문소~와수리 13.29km

18코스 와수리~잠곡3리 마을회관 14.86km

19코스 잠곡3리 마을회관~명월2리 정류장 15.73km

20코스 명월2리 정류장~산천어밸리 10.82km

21코스 산천어밸리~화천대교(회전교차로) 12.20km

22코스 화천대교(회전교차로)~풍산교 14.96km

23코스 풍산교~국제평화 아트파크 20.07km

24코스 국제평화 아트파크~금악리 금악교 20.45km

25코스 금악리 금악교~양구 두타연갤러리 9.34km

26코스 양구 두타연갤러리~피의능선 전투전적비 19.27km

27코스 피의능선 전투전적비~DMZ자생식물원 16.95km

28코스 DMZ자생식물원~양구통일관 6.79km

29코스 양구통일관~인제거점센터 13.24km

30코스 인제거점센터~진부령(미술관) 21.61km

31코스 진부령(미술관)~소똥령마을 14.31km

32코스 소똥령마을~건봉사 9.28km

33코스 건봉사~명파해변 24.45km

34코스 명파해변~고성 통일전망대 6.67km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