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파봐서…‘재벌집 첫째딸’이 직접 만든 화장품, 뭐길래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3. 8. 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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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화장품 스타트업 창업한
애경가 3세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
‘흰 민들레’ 활용 화장품 론칭
탈리다쿰 채문선 대표
어린 시절 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손주와 함께 놀이터 대신 매번 연구소에 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손녀는 연구소를 살피고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유학 시절 힘이 들 때마다 노래를 부르며 견뎠다던 할머니의 꿈을 대신 이뤄주기 위해 성악을 배웠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애경그룹 3세인 채문선(37)씨 이야기다. 예술을 전공했지만 사업과 마케팅에 대한 ‘끼’를 감출 수 없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매일유업에 인턴으로 입사해 알앤디(R&D) 팀에서 근무 후 애경그룹 마케팅 팀에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결혼과 출산 후 육아와 개인적인 치료에 전념하던 그는 할머니와 아버지가 일군 회사에 돌아가는 대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총 여섯명의 직원과 함께 ‘탈리다쿰’이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을 만들고 같은 이름을 가진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다.

탈리다쿰 채문선 대표
채문선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난치성 켈로이드 피부 질환과 그로 인해 극도로 예민한 피부로 인해 늘 치료를 받으며 고민을 안고 살아왔다”며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유전성 질환이라 반복되는 치료로 민감해진 나 자신의 피부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창업 배경을 밝혔다.

10대 부터 증상 개선에 좋다는 각종 한·양방 치료를 찾아다니던 채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하얀 민들레’다. 마스크팩이 얼굴에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고, 적은 자극에도 살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 염증성 질환에 좋다는 하얀 민들레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피부 질환이 더 심각해졌을 때 흰 민들레 즙을 누가 먹어보라고 권했는데, 먹고 바르며 효과를 체감하고는 직접 화장품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히브리어로 ‘소녀여, 일어나라’라는 뜻을 가진 탈리다쿰의 사명은 성경에서 따왔다. 채 대표는 “성경적인 의미도 있지만 누군가가 너무 힘들어 무너지고 싶을때 우리가 동행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고 덧붙였다.

탈리다쿰 채문선 대표
채 대표는 흰 민들레를 들고 전국의 연구소를 찾아다녔다. 그는 “사실 화장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화장품 제조사들을 찾아갔다면 지금의 사업도, 제품도 없었을 것 같다”며 “할머니에게 보고 배운게 ‘현장’과 ‘연구소’였고, 이름 모를 스타트업이라며 많은 연구소에서 퇴짜를 맞던 중 딱 하나의 연구소에서 제안을 수락해 화장품 개발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연구소에서 피부 장벽 강화에 실제 하얀민들레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흰 민들레 부위 중 가장 효능이 집약되어있는 태좌부분에서 세포를 배양해 효능 성분을 추출했다. 원료를 국내에서 채취, 배양, 추출 작업을 거친 뒤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이미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애경 그룹 내에서 브랜드를 론칭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채 대표는 “어렸을 때 부터 듣고 자란 말이 ‘절대 개인 때문에 회사에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말이었다”며 “애경은 대중을 위해 좋은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회사인데,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긴 호흡으로 오랫동안 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회사에 들어가서 이 브랜드를 론칭 한다고 하면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도 많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건 회사에 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재벌집 첫째딸’이라는 타이틀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채 대표는 “부모님이 내 결정을 응원하셨지만 다른 도움을 주시지도, 받고자 하지도 않았다”며 “내가 내 회사를 만든다고 해놓고 회사(애경)나 부모님 힘을 빌리면 더 우스워지지 않겠냐”며 웃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인테리어도 직원 여섯명과 일일이 발품을 팔며 직접 했다 . 본인의 사무실 가구는 최대한 집에서 사용하던 가구를 재활용해 꾸렸다. 화장품 모델은 직원이 요가 학원에서 만난 친구를 섭외했고, 촬영도 전문 작가가 아닌 디자인팀에서 진행했다.

탈리다쿰 채문선 대표
채 대표는 “사무실에 테이블, 소품은 집에서 쓰던 것들로 많이 가져왔다”며 “내 사무실에 있는 의자는 수유할 때 쓰던 의자”라고 말했다. 이달 중 강남구 신사동에 오픈할 쇼룸 역시 직접 인테리어 중이다.

제품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애경그룹의 백화점 브랜드 AK플라자에는 론칭을 하지 않았다.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고 난 후 가장 마지막에 입점하게 될 곳이 될 것이라는게 채 대표의 생각이다.

채 대표는 2년간의 제품 개발을 거쳐 지난해 처음 탈리다쿰을 출시한 후 올해 상반기 현대백화점과 세포라 등에 제품을 성공적으로 입점시켰다. 채 대표는 “미국 내 비건 시장이 가장 큰 만큼 국내에서 브랜드가 알려지고 나면 미국으로 진출에 인정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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