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부회장 당선무효에 민원 폭탄 학부모‥"언빌리버블이야"

지윤수 gee@mbc.co.kr 2023. 8. 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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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 교권침해'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

지난 1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피해 당사자는 교장과 교감. 교권침해 행위를 한 사람은 학생 아닌 학부모였습니다. 발단은 전교 어린이 부회장 선거였습니다. 학부모는 지난 2월 자녀가 선거에서 당선 무효 처리되자 온갖 민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경찰 고소·고발 7건, 행정심판 8건, 국민신문고 24건, 정보공개 청구 29건에 청구한 항목만 300개가 넘습니다. 선거와 관계없는 영양사 정보부터 도로 열선공사 내역, 교장의 과거 인사까지…

아이들을 위해 쓰일 행정력이 엉뚱한 곳에 쓰이면서 사실상 학교 업무가 마비된 겁니다.

# "너무 편파적‥Unbelievable이야"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는 날, 학교로 가서 학부모를 만났습니다. 취재진임을 밝히자 거친 반응을 드러냈습니다.

<행정심판 또 하셨던데 너무 많이 제기하셨잖아요.> "너무 거짓말…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해서 당신을 믿을 수가 없어." <심판 제기한 적 없으시다는 거예요?> "8개 아니지. <그럼 몇 개예요?> 그건 기자가 calculating(계산) 해야지."

이미 한 차례 보도된 기사를 두고 불만도 표시했습니다.

"당신이 교육청의 side(입장)로 해서 내가 너무 놀라가지고." "당신 나한테 소송 걸려 지금. <저한테 거신 거예요?> 아직, 뭐든지 calculating(계산)해서 지금 하려는데. 너무 편파적이고 unbelievable이야(믿을 수 없어), unbelievable."

학교와 교육청의 입장만 반영됐다는 겁니다.

"Only the school side에서 point of view를 한 거야." (학교 쪽 입장에서만 바라본 거야.) "언론 play, '여론몰이'해버린 거에요."

교권보호위에서 어떻게 소명할 건지 재차 묻자 "Stop it!"(그만!)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 당선 무효 속사정

자진 출석한 학부모는 학교 측이 당선을 부당하게 취소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어떤 일이 있던 걸까.

지난 2월 6일, 학부모의 자녀가 최다 득표로 부회장에 당선됐지만 다른 후보 6명이 일제히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포스터 규칙 등 선거 규정을 어겼다는 겁니다. 교내 선관위와 학교운영위에서 당선 무효를 결정하고 부회장 공석 운영을 제안했습니다. 선거 과열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해당 학부모가 반대했고, 재선거가 실시됐습니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이 비록 규정을 어겼어도 교육적 차원에서 피선거권을 다시 부여했습니다. 이후 학부모의 자녀는 단독 출마해 결국 부회장에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는 무효 처리 과정에서 교감이 아이를 구타하고, 교장이 정서적 학대를 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실제 갑자기 학교에 경찰 5명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2분 30초 분량의 녹취가 있어 폭행이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경찰도 이를 인정하고 무혐의 처분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학부모는 아직도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문제의 발단이었던 전교 부회장이 됐는데도 상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이제 부회장 임기마저 끝났건만, 온갖 고소전과 민원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 또 행정심판‥회의 도중에도 증명된 교권침해

교권보호위에 앞서 학부모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또 제기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학교에 대한 진정도 넣었습니다. 한국어가 서툰데 통역사를 섭외해주지 않고, 교권보호위 날짜가 자신의 휴가와 겹치는데 바꿔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교권보호위 진행 자체도 쉽지 않았습니다. 의무 출석이 아닌데도 참석한 학부모가 막무가내로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 교원 진술 도중에 "빨리 끝내라, 바쁘니 나부터 하자"며 막무가내로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장, 교감을 포함해 위원들도 압박으로 느꼈다고 합니다. 결국 회의가 지연돼 3시간이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교권보호위는 만장일치로 "심각한 교권침해가 맞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들은 공무집행 방해,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학부모를 고발해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했습니다.

# 교육청, 구청, 경찰에도 민원 남발

취재 과정에서 학부모가 학교 외에 다른 기관에도 동시다발적인 민원을 제기해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교육청부터 구청, 여러 경찰서까지. 취재원 대부분 이 학부모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각종 신고나 민원을 넣은 뒤 처리가 지연될 경우, 관계자를 '비리 공무원'이라며 기피신청을 하고… 또 민원을 넣는 행태가 반복됐습니다. 그럼에도 다들 "막을 방법이 없다"며 혀를 찼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이제 교육청이 대리해 학부모를 고발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언제쯤 이 악성 민원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요.

# 관련 리포트

'마구잡이 민원'에 교권보호위 "교권 침해로 고발"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7361_36199.html

[단독] 무더기 고소·고발에 행정심판까지, '아동학대' 시달린 교장·교감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09940_36199.html

지윤수 기자(ge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17706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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