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전세버스 노란 칠 하라” 법제처 해석에 버스업계 당혹

최효정 기자 2023. 8. 24. 14: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학버스 신고 준수” 교육부 등에 공문 내려와
초등학교 현장학습에 통학버스만 운행 가능해져
버스임차 문제로 일정취소 속출…”구조변경 어려워”
전세버스 업계 “유예기관 충분히 갖고 법 개정해야”
경찰청, 이달 말까지 유예 기간 확정할 것으로 알려져

‘초등학생들이 현장학습 때 타는 버스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하라.’

법제처가 작년 10월 내린 법령 해석이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에 힘입어 오랜만에 재개 준비를 하던 전국 초등학교의 현장학습도 이로 인해 무더기로 취소될 위기다. 현행법상 어린이 통학버스는 차 전체를 노란색으로 도색해야 하고 어린이용 안전띠와 개방 가능한 창문을 설치해야 한다. 수학여행 성수기를 들뜬 마음으로 준비하던 전세버스 업계는 이런 구조 변경에 1대당 500~600만원이 발생할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경찰청은 현장 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비정기적인 운행 차량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되니 규정에 맞춰 관할 경찰서에 이를 신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에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하는 경우 어린이만 태워야 한다. 아울러 차 전체를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어린이용 안전띠와 개방 가능한 창문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운전자는 별도의 안전 교육도 받아야 한다.

주차된 전세버스./뉴스1

◇ 법제처 해석이 불러온 후폭풍... 노란칠 된 버스, 5% 뿐

그동안 전국 초등학교는 수학여행을 갈 때 전세버스를 대여해 아이들을 태워 왔다. 그런데 작년 10월 제주교육청이 법제처에 “현장 체험학습도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 대상에 해당하느냐”고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법제처는 ‘교육과정 목적으로 이뤄지는 비상시적인 현장 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에 이용되는 것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에 따라 ‘어린이 통학 등’의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봤다.

운수업계 추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어린이 통학버스 규격에 맞는 전세버스는 5% 미만이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파악한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 통학버스 수는 1만2527대(초교 4046대·유치원 8481대) 정도다. 기존 어린이 통학버스로는 전국 초등학생 수학여행 수요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 전세버스 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8월 말부터 현장 체험학습으로 잡혀있는 예약이 줄취소 중인데 어떡하냐는 버스회사의 연락이 계속 온다”며 “작년 유권해석 후 (전국 전세버스 운송사업조합) 연합회 측과 유관기관이 회의를 계속해 왔다고 들었는데 갑작스러운 공고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은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인천시는 전체 전세버스가 950대 정도에서 통학버스로 등록된 차량은 20여대에 불과하다. 등록된 통학버스는 현재 장애 학교 등에 통학버스로 운행하고 있어 현장 체험학습에 투입할 수도 없다. 인천 전세버스 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단속이 시작되면 가을학기에 1500건 이상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버스의) 주된 업무가 기업 통근이고, 낮이나 주말에 행사·관광 버스로 운행하는데 어떤 버스회사가 성수기에 잠깐 운영하는 통학버스로 등록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도 850여대의 전세버스 중 통학버스는 56대에 불과하다. 광주시 전세버스 업계는 광주시의 30여개 초등학교에서 분산 운영할 수 있는지 계획을 세워보려고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제처 해석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끊겼던 국내 단체여행 수요가 이제 막 살아나는데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버스 업계 관계자는 “학교가 중요 수입원 중 하나로 영향을 많이 주는데 최근 예약이 좀 들어오면서 힘든 시기가 끝나는 줄 알았다”며 “통학버스 신고 지침은 9월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운수업계는 이번 지침에 대한 유예 기간을 충분히 주고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학교 측의 문의에도 마땅한 해답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이달 말까지 유예 기간을 둘지 여부를 결정한 뒤 전국 전세버스 운송사업조합 연합회에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각 시도 교육청도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최근 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