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자발적’ 팁 도입…“소비자에게 비용 떠넘겨” 비판 여론

김현주 2023. 8.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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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기사에 대한 호의로 별점 5점을 줬는데
기사 보상마저 수요자에게 넘긴다니 황당하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팁(tip·봉사료)을 요구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부담되지 않는 액수의 팁을 주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과, 가격에 이미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데다 가뜩이나 오른 물가에 팁까지 사실상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팁 논란'은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에서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최근 카페에서 '팁을 요구받았다'는 경험담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커지고 있다.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9일부터 별도 교육을 받고 승차 거부 없이 운영되는 카카오T블루에 '감사 팁' 기능을 시범 도입했다.

카카오T 앱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직후 서비스 최고점인 별점 5점을 준 경우에만 팁 지불 창이 뜨며 승객은 1천원, 1천500원, 2천원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팁 지불 여부는 승객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고 이 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남동에 팁을 요구하는 카페가 생겼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 게시자는 카운터에서 주문받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팁 어떠신가요"라고 묻더니 5%, 7%, 10% 항목이 있는 태블릿PC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다만 작성자가 "이 카페가 임시개업해 상호가 검색되지 않는다"고 덧붙여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유명 빵집에서 카운터에 현금이 담겨있는 '팁 박스'를 뒀다는 목격담도 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엔 서울 강남 미용실에서 손님이 좋은 서비스를 위해 미용사에게 팁을 주는 개념으로 빵, 디저트 등을 제공하는 행위가 유행이라는 글도 있다.

외국에서나 보던 팁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팁을 낼 정도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직장인 나모(30)씨는 23일 "외국의 팁 문화도 이해되지 않는데 우리나라도 도입한다니 싫다"며 "그만큼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정모(29)씨도 "내가 내는 가격에 서비스 비용이 다 포함됐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할 게 아니라 (사장이) 직원 월급을 올려주면 될 일"이라고 했다.

고용주가 치러야 할 임금을 손님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서모(33)씨는 "고깃집에서 홀 직원에게 1만∼5만원을 따로 주는 이른바 'K-팁'은 자발적인데 이를 강제하거나 공식화한다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팁 박스가 있는 카페에 가봤다는 권모(48)씨는 "팁이 자율적이라고는 했지만 안 내면 매너없는 '짠돌이'로 비칠까 봐 눈치가 보여 불편했다"며 "약 3만원어치를 먹고 갖고 있던 현금 2천원을 모두 팁 박스에 넣었다"고 했다.

현행법으로 엄밀히 따져보면 식당이나 카페에서 팁을 따로 요구하면 식품위생법에 위반될 수 있다.

이 법은 식품접객업자 준수사항으로 '영업소의 외부 또는 내부에 가격표를 붙이거나 게시하고 가격표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가격표란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손님이 실제로 내야 하는 가격이 표시된 것을 말한다.

소비자 10명 중 7명은 팁에 부정적이라는 설문조사도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입에 대해 반대에 더 가깝다는 의견이 71.7%로 집계됐다. 찬성에 더 가깝다는 의견은 17.2%에 그쳤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카카오T는 택시 기사가 별점에 연연하게 만드는 플랫폼"이라며 "그간 기사에 대한 호의로 별점 5점을 줬는데 기사에 대한 보상마저 수요자에게 넘긴다니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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