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밀접 내용인데 사회탐구 과정서 축소…갑구 을구가 뭔지 알 턱 없어”[법률·부동산·금융, 얼마나 아십니까]
현행 교육과정 ‘정치와 법’ 범위
직전 대비 부동산 내용 대폭 줄어
수능 끝난 고3 창체 시간 활용해
기본 교육만 해도 집 구할 때 도움
교육계에서는 최근 사회교육에서 부동산과 법, 권리구제 방법 등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이 축소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려운 법 개념은 줄이더라도 부동산 계약 등 일상생활에서 법률행위를 할 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본지식은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교육과정(2015 개정) 사회탐구 과목 중 ‘정치와 법’ 교과과정 범위는 직전 교육과정에서의 ‘법과 정치’ 대비 부동산 관련 내용이 대폭 축소돼 있다.
단원별 내용 요소를 보면 직전 교육과정까지 ‘개인 생활과 법’ 단원에서 다루던 부동산 관계 법령은 현행 교육과정에선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일부 고교에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동산을 ‘정치와 법’ 과목 내신 시험 범위에 편입하기도 했다. 그러자 수험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교과과정엔 없는 내용이지만 내신에 대비하기 위해 ‘법과 정치’ 시절 인터넷 강의를 따로 결제해야만 했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부동산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빠진 현행 교과과정은 고등학교 재학 연령을 기준으로 2002~2008년생(2018~2024년 입학 학생)이 배운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부동산 관련 지식에 취약한 것은 이 같은 교과과정의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경찬 충북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현행 교육과정에선 정치교육 부문이 강화되면서 법학과 관련한 교과과정 범위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라면서 “가령 민사법 영역에서는 부동산 매매, 임대차, 등기부등본 등이 대표적으로 현행 교육과정에서 빠진 부분”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학생들이 등기부의 갑구와 을구의 의미는 무엇인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은 무엇인지 등을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부동산 관련 내용이 완전히 빠진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기존 수능 선택과목이었던 ‘정치와 법’은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진로 선택과목인 ‘정치’ ‘법과 사회’ 과목으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공개한 ‘법과 사회’ 과목의 성취기준을 고려할 때 부동산 관련 내용이 직전 교육과정 대비 자세하게 다뤄지더라도 수능과는 무관한 과목이 된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주목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자영 공주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법과 사회’ 과목을 굳이 채택, 개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무리 ‘법과 사회’ 교과서에 부동산 관련 내용이 자세하게 포함돼도 실제로 이를 배우는 학생은 이전보다 더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등 교과 외 시간을 활용해 매매, 임대차, 등기부등본 보는 법 등 교육을 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 교수는 “일선 학교에선 수능 후 여유가 생긴 고3 학생들 대상으로 특강 프로그램 등 창체 활동을 하는데 그 시간을 일부 할애해 부동산 관련 내용을 교육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이 정도 교육경험만 있어도 학생들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 후 집을 구할 때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설치되면서 학부 과정에서 법학과가 폐지된 대학들의 경우 학부에서 부동산과 관련이 깊은 민법 과목 등을 접할 기회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윤성현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수능 영향력이 큰 체제에서는 수능 범위가 아닌 부동산 관련 법 교육을 강화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대학 수준의 교육을 더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대학 저학년 교양 수준에서 부동산 관련 강의를 충분히 개설해 학생들이 임대차 등 부동산 계약을 맺을 때 참고할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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