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립중앙박물관의 태국 유물 전시, 기대해도 좋습니다”

이용성 기자 2023. 8.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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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 아시아의 관광대국이다. 푸껫과 파타야, 끄라비 등 에메랄드 빛 바다가 손짓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들이 많다.

까녹몽콘 니따야 태국 문화부 국립박물관 담당 국장. /이용성 기자

수도 방콕은 먹거리와 쇼핑, 이색적인 문화와 즐길 거리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여행 명소다. ‘뿌팟퐁커리(게 카레 볶음)’와 ‘팟타이 꿍(새우 팟타이 쌀국수 볶음)’, ‘똠양꿍(태국식 새우 수프)’ 등으로 대표되는 태국 음식은 각종 향신료의 독특한 향기가 어우러진 섬세한 맛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 태국이기에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던 수코타이 욍국(1249년~1438년, 태국 최초의 통일 왕국)과 아유타야 왕국(1351년~1767년)의 유물과 유적들이 관광객들의 방문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이 드는 건 이해는 가지만, 태국 정부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 있겠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까녹몽콘 니따야 태국 문화부 국립박물관 담당 국장도 그 점을 아쉬워했다. 푹푹 찌는 8월의 무더운 날씨 속에 박물관을 매개로 한 한국과 태국의 문화교류 확대를 모색하기 위해 방한한 그와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울 날씨가 너무 덥지 않은지 물으니 “태국 날씨 비슷하다”고 했다.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은.

“국경을 초월해 박물관 간 협력을 모색하는 게 내 업무다. 이번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전남 광주에 있는) 아시아문화박물관 등을 방문했다. 함께 논의할 것도 많고, 한국의 박물관 운영에 대해 배울 것도 많다. 전시 규모와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내년부터 2년 동안 태국 방콕국립박물관 전시품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기로 했다. 기쁘게 생각한다.”

─태국 박물관에서 한국 관련 전시를 여는 것도 논의 대상인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미 지난해 11월에 방콕국립박물관에 실감콘텐츠 기반의 한국실을 개관했다. 태국 문화부와 협력해 한국 전통문화유산을 최신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영상을 상영 중이다. 지난 5월까지 전시 예정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10월까지 전시하기로 했다. 태국 문화부에서는 언어박물관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립한글박물관 담당자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도 우리와 협력을 문의해 와서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의 박물관을 둘러본 느낌이 궁금하다.

“2008년에 처음 한국에 왔고 이후에도 여러 번 왔는데 올 때마다 매번 느낌이 새롭다. 초기에는 전시물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 치중했지만, 이젠 이야기와 메시지를 구성하고 전하는 스토리텔링 수준도 높아졌다. 영상 콘텐츠도 잘 활용해 학습의 장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태국의 문화재와 유물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첫 통일 왕국인 수코타이 왕국은 불교예술로 유명하다. 지금도 수코타이 지방에 가면 당시에 지어진 불교 사원과 불상 등을 볼 수 있다. 수코타이 예술품 중 유명한 것으로는 청자도 있다. 한국의 고려청자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스타일은 다르다. 수코타이 지방은 방콕에서 차로 7시간 거리다. 하지만 방콕국립박물관에서도 수코타이 왕국의 예술품을 볼 수 있다.”

수코타이 왕국 시대의 자기. /트위터 캡처

─한국과 태국이 교류를 시작한 건 언제 부턴가.

“아유티아 왕국 시절에 교류를 시작한 기록이 있다. 아유티아는 태국의 역대 왕조 중에서 최전성기를 누렸던 시대다. 일찍이 포르투갈인에 의해 ‘세계 무역의 중심지’라고 불렸을 정도로 왕성한 교역 활동을 펼쳤다.”

아유타야 왕조는 아유타야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외교 사절을 보낸 나라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 건국 1년 후 야유타야는 상인을 포함한 사신단을 조선에 여러 차례 파견한 기록이 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문화유적이 잘 보전되어 있을 것 같다.

“당시 태국 국왕(라마 4세)이 미얀마와 베트남이 각각 영국과 베트남의 식민지가 되는 것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었을 것이다.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에서는 어김없이 문화재 수탈이 진행됐다. 그래서 그는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고 태국 문화를 공유하면서 유럽 국가들과 친구가 되길 원했다.”

라마 4세의 이야기는 율 브리너와 데보라 카가 주연했던 1956년 영화 ‘왕과 나’의 배경이 됐다.

태국 방콕국립방물관. /태국 관광청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 유물이 있나.

“미륵보살상에 관심이 많다. 신라시대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자세도 그렇고 평화로운 느낌이 좋다. 스코타이 시대에 만들어진 미륵보살상도 있지만 느낌이 다르다.”

─태국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경제 등 다른 분야로도 옮겨가고 있다고 보는지.

“태국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처음 유명해진 건 드라마 ‘대장금’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이었다. 20여년전 태국 사람들이 대장금 방영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귀가하던 기억이 새롭다. 가수 비(레인)도 비슷한 시기에 태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영향으로 많은 태국인들이 한국을 찾기 시작했고, 화장품과 패션 등 한국의 많은 것에 관심을 갖고 알게 됐다.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경제 분야로 전이된 셈이다.”

─앞으로 박물관을 매개로 한 한국과 태국의 교류에서 어떤 일을 더 하고 싶은가.

“양국 간 전시 교류가 더 활발해지도록 돕고 싶다. K팝과 K뷰티를 넘어 한국의 역사와 문화유산 관련 이야기를 통해 태국에서 한국을 더 잘 알릴 수 있다면 더 많은 태국인들이 한국을 찾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시를 통해 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한국에 제대로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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