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두고 의대 교수 사표, 개원 이유는…" 녹내장 권위자의 '울림'

정심교 기자 2023. 8.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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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영재 남양주 누네안과병원장

사는 곳 근처에 큰 병원이 없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병증처럼 완치가 힘들어 평생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눈 질환'을 앓는 경우 안과병원을 찾아 먼 곳을 왕래하는 것 자체가 환자로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시도 불과 2021년까지는 그런 지역 중 한 곳이었다. 이 지역 안과 질환 환자들은 서울까지 왕복 2~3시간을 감수하며 눈을 치료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27일부로 이곳 상황이 달라졌다. 남양주 누네안과병원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남양주 누네안과병원의 개원을 진두지휘한 '녹내장 권위자' 홍영재(77) 병원장에게서 개원 히스토리를 들었다.

누네안과병원 창립 멤버인 홍영재(안과 전문의) 남양주 누네안과병원장. /사진=정심교 기자

Q. 개원 후 1년 반이 지났다. 진료 성과는 어떤가?
"지난해 1월 개원한 남양주 누네안과병원은 서울(2006년 12월), 대구(2011년 3월)에서 누네안과병원을 개원했을 때와 비교하면 이제 막 자리 잡은 후발주자인데도 '개원 후 첫해' 수술 건수, 외래 진료 환자 수가 세 곳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 서울·대구 같은 큰 도시에 개원했을 때보다 성과가 우수한 건 그간 누네안과병원이 쌓아온 브랜드파워가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본다."
Q. 환자가 전국에서 몰려든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첫해 새 환자(신환)의 거주지 데이터를 살펴보면 경기도가 3만여 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중에서도 남양주시가 가장 많았다. 서울이 1500여 명으로 2위였다. 강원도가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인천·경남·경북·광주광역시·제주·전북·울산·충북·부산 등 전국에서 대중교통이나 자차를 이용해 몰려들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 안과병원으로 안착한 계기 중 하나는 매우 우수한 의료진이 포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곳 안과 전문의 11명 가운데 남양주에서만 근무하는 전문의도 있지만,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서울 누네안과병원의 전문의 일부가 남양주를 왕래하고도 있다. 일주일의 절반은 서울에서, 절반은 남양주에서 진료하는 식이다. 서울 누네안과병원 의료진에게 예약하는 데 대기 시간이 길어 힘들어하는 환자 중에도 멀지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남양주 진접읍 연평리(해밀예당1로)에 위치한 누네안과병원은 전체 면적 2975㎡(약 900평)의 넓은 공간에 14개 입원실, 30개 병상을 갖췄다. /사진=정심교 기자
Q. 이 지역은 중증 안과 질환의 사각지대로 꼽혀왔는데.
"맞다. 우리가 개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시 거주자는 망막·각막 질환, 시력 교정, 사시, 녹내장 등 고난도의 안과 진료를 받으려면 서울까지 장거리를 가야 했다. 이 지역 개원가(안과 의원)에서 1차 진료받더라도 중증·응급 질환인 경우 개원가에서 의뢰할 '병원'이 마땅치 않아서였다. 우리가 남양주시에 개원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 병원은 아무리 어려운 중증·응급의 안과 환자가 와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비록 응급실은 없지만, 응급 안과 환자가 오면 바로 우리 병원의 안과전문의에 연락해 응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했다. 단, 1시간 이내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할 가능성이 큰 '망막중심동맥 폐색(갑자기 혈액이 막혀 시력 상실)' 같은 초응급 환자의 경우 안타깝지만, 우리 병원뿐 아니라 세계 어느 안과병원이든 치료해줄 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초응급 질환은 진단·검사하는 데만 1시간을 넘길 가능성이 큰 데다, 워낙 빨리 실명할 수 있어서다."
녹내장 권위자로 평가받는 홍영재 병원장의 병원장실은 창문도 없는 좁은 방으로, 의외로 조촐했다./사진=정심교 기자
녹내장 권위자로 평가받는 홍영재 병원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한안과학회 전 이사장을 역임한 데다, 의사들의 하이클래스로 불리는 대한민국 의학 한림원의 정회원이기도 하다. 그의 또 다른 직함은 '연세대 의료원 명예교수'다. 짐작할 수 있듯, 그는 과거 연세대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며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과장, 세브란스병원 부원장, 연세대 의료원 안·이비인후과 병원장을 역임했다. 그러던 그는 안정된 정년을 불과 5년 앞둔 때, 돌연 사표를 내고 누네안과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고 한다. 그는 2006년 누네안과를 개원한 이래 지난 6월 30일 기준, 녹내장·백내장 등의 누적 수술 건수 9136건(서울 누네안과병원 8875건, 남양주 누네안과병원 261건)을 쌓아왔다.
Q.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하다 과감히 사표를 냈다고 들었다.
"그렇다. 연세대 의료원 교수로 재직하다가 65세 정년을 5년 앞둔 60세에 교수직을 그만뒀다. 의사는 모름지기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데, 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 공부하러 다니기가 힘들었다. 의대에 들어가 어렵게 전문의가 돼도 전문의는 계속 교육받아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 의료 분야의 새로운 지식, 국내외 신의료기술을 꾸준히 배우는 데 힘써야 한다. 그래야 내가 떳떳하고, 환자에게도 선택권을 줄 수 있다.
환자에게 더 넓은 선택권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공부해야 한다. 의사에게 교육은 'CME'(Continuing Medical Education)다. 정년을 5년 남긴 상황에서 그만둔 첫 번째 이유가 그것이다."
올해 77세인 홍영재 병원장은 향후 남양주 누네안과병원이 의료법인으로 승인되면 모든 수익금을 환자를 위해 재투자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정심교 기자
Q. 또 다른, 두 번째 이유도 궁금한데.
"다름 아닌, 환자와의 상담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 의사가 환자와 대화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미경으로 환자의 눈은 보겠지만 대화할 때 아이컨택이나 제대로 하겠는가? 환자는 궁금한 게 많아도 뒤에 기다리는 환자가 수십 명이라 미안해서라도 의사에게 물어보지 못한다. 진단은 정확하더라도 설명은 못 듣는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에선 예약하기도 힘들뿐더러 가면 대기시간이 긴데, 막상 진료받을 땐 주치의와 충분히 대화하지 못한다. 대학병원을 나와 개원한 또 다른 이유는 '환자와 충분히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시설은 대학병원 부럽지 않게 차려놓고, 오랜 기간 경험 많은 의사가 충분히 설명해주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다. '문턱'은 낮고, 설명은 잘해주는 의사가 되자는 게 개원 당시의 모토였다. 그래서 우리 병원의 의사들은 설명을 충분히, 잘한다. 환자 1인당 10~15분은 예사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뒷사람들이 짜증 내기도 하지만 '설명 잘하는 경험 많은 의사'가 직접 진료하는 병원이 우리 병원이다."
Q. 향후 병원 운영 계획과 목표는 어떤가?
"진료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현재 남양주 누네안과병원은 전체 면적 2975㎡(약 900평)의 넓은 공간에 14개 입원실, 30개 병상을 갖췄다. 환자들이 넓은 공간에서 쾌적하게 진료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진료 문턱을 더 낮춰 환자들이 의료서비스에 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일부터 일요일 진료를 개시했다. 오전 9~12시에 진료받을 수 있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주중에 바쁜 환자들이 토요일뿐 아니라 일요일에도 진료받게 돼 진료 시간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이처럼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바지하려 한다. 그 예로 지난해 장마철을 앞두고 남양주시복지재단에 우산 4000개를 기부했다. 또 2013년부터 누네안과병원이 주최해온 '90일의 기적, 헌혈 나눔 캠페인'이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했는데, 지난 2월 남양주 누네안과병원도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향후 의료법인과 전문병원, 수련병원으로 승인되길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누네안과병원은 투명하게 운영하며 낸 수익금으로 환자를 위해 재투자할 수 있고, 전공의 수련을 통해 후학 양성할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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