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국민의 敵 정율성 공원

이용수 논설위원 2023. 8. 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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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일 청와대가 마련한 만찬 메뉴 중에 통영산 문어 냉채가 있었다. 청와대는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 특산물이라고 소개하며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애쓴 분들의 뜻을 담았다”고 했다. 윤이상은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았고, 범민련 등 6개 이적 단체에서 활동했다. 김일성을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라 불렀고 김일성 생일 땐 곡을 만들어 바쳤다. 죽을 때까지 대한민국을 적으로 삼았다. 사망한 뒤엔 그 아내가 방북해 방명록에 ‘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한다’고 적었다.

▶김원봉은 일제 때 중국에서 의열단,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한 공이 있다. 하지만 해방 후 월북해 김일성 정권에서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 요직을 맡았다. 6·25전쟁에서 공훈을 세웠다며 훈장을 받았다. 한국민을 죽이고 한국 국토를 파괴한 공로다. 그런 김원봉에 대해 지난 정부는 집요하게 서훈을 추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인 것처럼 칭송했다.

▶정율성은 의열단 활동을 하다 중공 당원이 됐다. 훗날 중공 인민해방군 군가가 되는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해방 후 북한에 가 인민군 구락부장, 인민군 협주단장을 지내며 ‘조선 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김일성에게 바쳤다. 6·25 때는 중공군으로 참전했다. 6·25 때 국군과 유엔군 77만여 명이 죽거나 다쳤고 민간인 사망·부상·실종자도 100만명에 육박한다. 대부분이 중공군 소행이다. 조선인이었지만 적장의 역관(譯官)이 돼 병자호란 때 우리 산하를 짓밟은 정명수가 떠오른다. 정율성은 1956년 김일성의 연안파 숙청 때 중국으로 귀화했다. 1976년 중국 혁명열사 묘에 묻혔고, 2009년 ‘신중국 수립 영웅 100인’에 선정됐다.

▶문 정부 주중 한국 대사는 광복절 경축 행사에 정율성의 딸을 초청했다. 문 전 대통령은 베이징대 강연에서 “한국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 해방 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가 있다”고 말했다. 정율성은 광주 출신이라고 한다.

▶광주시가 국민 세금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기념 공원을 조성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으로 광주에 ‘정율성로’가 있다는 사실도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시장은 “정율성의 업적 덕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를 죽이고 짓밟은 ‘업적’인가. 마치 정신분열증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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