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공항 동시 폐쇄…벨라루스선 美국민 철수령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8. 22.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선 넓어지는 우크라전쟁
우크라 드론, 러시아 또 공격
공항 폐쇄되고 주택도 피해
벨라루스 군사 훈련 늘리며
폴란드 등 인접국가와 전운
美, 자국민 즉시 출국 통보
여행경보도 최고단계 격상
러시아 공군 기지에서 폭격기 투폴레프 Tu-22M3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인 모습을 '우크라이나 웨폰스 트래커'가 X(전 트위터)에 공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벨라루스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확대되며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가 폴란드와 인접한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늘리는 등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벨라루스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은 모스크바는 지역 내 모든 국제공항을 일시 폐쇄하는 등 초유의 조치를 단행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F-16 전투기를 인도받기로 확약받는 등 전쟁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 심장부인 모스크바는 사실상 '전장'이 됐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이날 한때 모스크바 내 모든 국제공항이 폐쇄됐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브누코보·셰레메티예보·도모데도보 등 모스크바 소재 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은 이날 모두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러시아 당국은 공항 폐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연속 단행한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 공습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BBC 등 외신과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이번 드론 공격으로 시민 거주지에서 자동차 파손 등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러시아 북서부에 위치한 노브고로드의 군용 비행장에서 X-22 미사일을 탑재한 러시아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 Tu-22M3가 폭발했다.

모스크바는 지난 5월부터 직접적으로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5월 2일 우크라이나 소유로 추정되는 드론 2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무 공간인 크렘린궁 지붕 바로 위에서 격추됐고, 같은 달 30일에는 러시아 기득권인 '엘리트'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드론 공습이 발생했다. 7월 30일에는 모스크바의 경제 중심지로 불리는 '모스크바시티'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당시 "전쟁이 러시아 영토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이날 벨라루스 주재 미국대사관 온라인 홈페이지에 "벨라루스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인에게 즉시 출국을 권고한다"는 성명서를 올렸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 함께 벨라루스에 대한 여행 경보를 가장 높은 단계(4단계)인 여행 금지로 조정했다. 미국 국무부는 "벨라루스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 조장한다"며 "벨라루스 내 러시아군도 증강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벨라루스 국경 지대가 사실상 전선이 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지난 7일 자국 서부 그로드노(흐로드나)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는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용병도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이날 훈련을 두고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반으로 한다"고 밝혔다. 앞서 벨라루스는 반란에 실패한 바그너그룹 용병을 거두며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을 벨라루스 정규군에게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폴란드 등 벨라루스와 인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극도의 긴장 상태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와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은 최근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지난주 벨라루스 국경 검문소 6곳 중 2곳을 폐쇄했으며 폴란드와 라트비아는 각각 국경 검문소 1곳, 2곳만 개방해두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최근 벨라루스와 접한 국경 일대에 병력 1만여 명을 증파했다. 벨라루스에 주둔 중인 바그너그룹 용병은 4000명으로 추산된다.

전선뿐만 아니라 전투 양상도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끈질긴 전투기 지원 호소에 서방국가가 응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지난 20일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조종사 훈련, 정비·통신 역량 확보 등 조건이 충족되면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제공하기로 확약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전황이 반전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공군력이 취약해 현재 제공권을 러시아가 완전히 차지한 형국이다. 대다수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가 하늘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더디다고 분석한다.

[김상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