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62. 질경이 - 척박한 땅 억척스러운 생존력의 지표

강병로 2023. 8. 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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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히고 또 밟혀도 꿋꿋하게 곧추서는 식물이 있습니다.

질경이! 이 식물은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고 해서 '질경이'로 불렀다는 이야기와 함께 '길가에 자라는 풀'이라는 의미에서 '길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지요.

다른 식물과 경쟁하며 서식 환경을 개척한 질경이는 결국 사람 가까이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인간 또한 질경이를 활용하면서 공생관계(?)를 이어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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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히고 또 밟혀도 꿋꿋하게 곧추서는 식물이 있습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더는 살아남을 수 없을 지경인데도 찢긴 상처를 뒤로하고 움을 틔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억척스럽고 질긴 생명. 도대체 이 식물이 지닌 DNA는 뭘까요. 생존 환경은? 넘겨짚지 마세요. 이 식물이 자라는 땅은 기름진 옥토가 아닙니다. 사람과 동물의 발길이 분주한 척박한 길, 그 가장자리가 이 식물의 서식처입니다. 산길과 임도를 걷다 보면 어김없이 이 식물과 마주하게 되지요. 사는 환경이 안타깝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약초이자 나물입니다. 질경이!

이 식물은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고 해서 ‘질경이’로 불렀다는 이야기와 함께 ‘길가에 자라는 풀’이라는 의미에서 ‘길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지요. 15세기 초에 편찬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엔 ‘길형채(吉刑菜)’로 표기됐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엔 ‘길경이’, ‘’로 기록됐습니다. 재밌는 건 ‘’라는 말. 경북 영천 지역에서는 지금도 질경이를 ‘배짱이’라 부르며 나물로 먹는데 ‘이리저리 밟히며 살지만, 주변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는 강인한 생명력’이 민초의 마음에 닿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식물과 경쟁하며 서식 환경을 개척한 질경이는 결국 사람 가까이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인간 또한 질경이를 활용하면서 공생관계(?)를 이어왔지요. 특히 채소 섭취가 많은 우리 식생활과 잘 어울립니다. 음력 5월 5일을 전후로 잎을 채취, 국을 끓이거나 나물로 먹는 질경이는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로 살짝 데쳐 묵나물로 유용하게 씁니다. 눈 내리는 겨울, 물에 불린 질경이를 간장 양념에 들기름으로 볶으면 반찬 이상의 진가를 발휘합니다. 흉년이 들었을 땐 구황작물로 활용됐지요.

차와 약재로서의 가치 또한 뛰어납니다. 잎은 차전(車前), 종자는 차전자(車前子)라 하는데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와 감기, 기침, 기관지염, 인후염, 간염 등의 치료에 쓰였습니다. 특히 간 기능을 개선하고, 어지럽거나 두통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초순, 정선군 고한읍 운탄고도에서 질경이(사진)를 만났습니다. 푸른 잎사귀를 마음껏 펼친 모습이 어찌나 싱그럽던지. 1500m 고산지대에서 자신의 DNA로 대지를 평정(?)한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스러웠습니다. 요즘, 여러모로 인내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질경이의 억척스러운 생존력이 지표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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