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달 착륙선 '루나 25호' 왜 실패했나…"문제는 고도 계산"

박정연 기자 2023. 8. 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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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반세기만에 야심차게 꺼내든 달 탐사 시도는 막판 실패로 돌아갔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루나 25호'(루나-25)가 달 표면에 추락해 완전히 파괴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은 "21일 착륙 예정이었던 루나 25호는 이틀 전에는 착륙 준비궤도에 들어서야 하지만 착륙 직전에 달 진입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마지막에 궤도에 진입하면서 달의 중력장에 빨려 들어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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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착륙 준비궤도 진입 위한 '고도계산' 실패했을 것"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달 탐사선 '루나-25'(달-25)를 실은 소유스 2.1b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러시아가 반세기만에 야심차게 꺼내든 달 탐사 시도는 막판 실패로 돌아갔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루나 25호'(루나-25)가 달 표면에 추락해 완전히 파괴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루나-25는 달의 남극을 조사하기 위해 떠난 무인 달탐사선이다. 

로스코스모스는 "초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계산된 수치와 실제 충격량 변수 간의 편차 때문에 루나-25 우주선이 계산되지 않은 궤도로 진입했고 달 표면에 충돌한 결과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9일 로스코스모스가 “착륙 전 궤도 진입 명령을 내렸지만 루나 25호에 이상이 발생해 계획대로 가동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실패가 확정됐다.

루나 25호는 러시아가 1976년 이후 47년 만에 쏘아올린 달 탐사선이다. 지난 11일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문제가 없었다면 21일 달 남극 표면의 보구슬라우스키 분화구 북쪽에 착륙해 1년간 달 내부 구조 연구와 물을 포함한 자원 탐사 등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전문가들은 루나 25호의 추락 원인에 대해 고도 측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우주 착륙선은 목표 지점에 착륙하기 전 착륙을 준비하기 위한 ‘고도 100km 궤도’에 무사히 안착해야 하는데 고도 계산에 실패하면서 궤도 진입이 불발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은 “21일 착륙 예정이었던 루나 25호는 이틀 전에는 착륙 준비궤도에 들어서야 하지만 착륙 직전에 달 진입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마지막에 궤도에 진입하면서 달의 중력장에 빨려 들어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착륙선의 고도 측정에는 아주 민감한 레이저 고도계가 사용된다.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를 레이저 거리측정기에서 발사하면 물체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레이저 고도계가 계산한 착륙 지점까지의 거리에 따라 착륙선은 기동량을 조절한다. 만약 잘못된 고도에서 기동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착륙선은 사전에 계산했던 궤도에서 이탈하거나 착륙 지점에 지나치게 빠르게 충돌하게 된다. 

레이저 고도계 기술은 우주개발 선진국에서도 완전하지 않은 기술이다. 2019년 발사된 이스라엘 민간기업 스페이스IL의 달 착륙선 ‘베레시트’도 레이저 고도계를 사용한 고도 측정에 실패하면서 추락했다. 착륙선이 달 표면에 접근했을 때 달 토양의 먼지가 흩날리면서 지표면과의 거리를 잘못 가늠한 것이다.

4월 우주로 출발한 일본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하쿠토-R’도 달 고도를 잘못 인식하면서 표면에 부딪혔고 이내 통신이 끊겨버렸다. 지난해 8월 쏘아 올려진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도 고도 측정에서 아슬아슬한 순간을 겪었다. 임무 궤도에 진입하기 전 기동량이 조금만 더 컸으면 궤도를 이탈할 수도 있었다. 

레이저 고도계 기술은 본격화된 달 탐사 경쟁에서 각국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나 25호에 앞서 이달 초 달 궤도에 진입한 인도의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는 23일 달 남극 지역에 착륙을 시도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6일 달 착륙선 ‘슬립’을 미사일에 실어 우주로 보낸다.

달의 남극은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앞으로 달 탐사의 주요 지역으로 여겨졌지만 아직 탐사선이 착륙한 적은 없다. 물이 있다면 식수와 산소는 물론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를 현지 조달할 수 있어 화성과 태양계 외행성 유인 탐사의 난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달 남극은 또한 핵융합의 연료가 되는 헬륨 동위원소(헬륨-3)와 희귀 광물 티타늄 등도 많아 경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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