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래식 전력 현대화 속도전... 우리의 대응은 [밀리터리 월드]
-북한 중국뿐 아니라 최근 러시아에서 첨단 기술 제공 과시
-북 최신 호위함 관측, 한국 해군도 NLL 수호 작전 대응 전략 달라져야
북한의 군사부문에서도 2018년은 중요한 변곡점을 만든 한 해였다. 북한의 국방력 건설 방향의 중점이 전략핵 개발의 연장선상에서 '전술핵 개발 및 재래식 전력 강화'로 전환점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북한의 신형무기 개발시험이 총참모부가 아닌 당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원이 주도했지만 현실적으론 군사작전을 책임지는 총참모부의 군사기술적 조언을 중시해 온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이후 북한군 총참모장은 해임과 강등, 재신임을 반복하는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로 6명째 교체됐다. △2018년 5월 리명수에서 리영길로 교체 이후 → △2019년 8월부터 박정천 → △2021년 9월부터 림광일 → △2022년 6월부터 리태섭 → △2022년 12월부터 박수일 → △2023년 8월 10일부터 리영길로 전격 교체됐다.
1990년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Weapon of Mass Destruction) 전력개발에 주력하던 시기에 작전국장을 지낸 리명수를 비롯해 포병전문가로 잔뼈가 굵어 북한의 사이버전력 강화를 이끌던 정찰총국을 거친 박정천, 제2전투훈련국장과 역시 정찰총국을 거친 DMZ 목함지뢰 매설 사건의 주도자로 알려진 림광일, 사회안전상과 최고인민회의 법제위원장 출신의 박수일에 이어 한때 처형설이 돌기도 했으며 사회안전상, 국방상, 군사비서를 두루 역임한 차수 계급의 리영길은 북한 군부의 최고 거물 중 한 명으로 현재 3번째로 총참모장을 맡고 있다.
이 같은 총참모장 등용과 교체 추이로 미루어 북한의 무력건설의 방향이 '전략핵 완성→그 연장선상에서 전술핵 고도화→다시 그 연장선상에서 더욱 공세적인 재래식 전력 강화'의 방향으로 변화하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에 더해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정천 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당·정·군 주요 보직에 복귀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7월 26일, 무장장비전시회를 열어 다양한 신무기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무기들은 지난 2021년 자위-2021이라는 무기 전시회 당시보다 더 다양하고 더 진보한 형태를 보이는 무기들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다음날인 북한 주장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도 등장했다.
가장 주목됐던 것은 북한판 글로벌호크라고 불리는 새별-4형, 북한판 리퍼라고 불리는 새별-9형과 같은 중·대형 무인기였고, 그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신형 전차와 미사일도 식별됐다.
2020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최초로 등장한 북한 신형 전차를 한미연합에선 가칭 M-2020이라는 코드명을 붙였다. 한국의 K1이나 미국의 M1 에이브럼스를 연상케 하는 각진 포탑 형상으로 주체브럼스, 북괴브럼스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3년여 후인 지난 7월 27일 열병식 선두엔 이 전차에 전면 증가장갑, 능동방호장치(APS· Active Protection System)를 더해 등장시켰다. 영상을 통해 대전차미사일을 방어, 요격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물론 전차의 성능 등 북한 무장장비전시회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의 공식적인 정확한 성능 평가는 제한된다. 그러나 이는 단적으로 북한군이 서방과 러시아의 무기운용 개념을 적용한 첨단 무기로 무장해 재래식 무기체계에도 강력한 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 기존 중국뿐 아니라 이젠 러시아에서도 첨단 기술을 대거 들여오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열병식에서 등장한 KN-25 초대형 방사포, 화살 순항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테킴스라 불리는 KN-24나, 해일 수중드론은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 대한 공격 무기로 북한판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Access, Area Denial)전략, 즉 대한민국의 군사 전력뿐 아니라 일본과 일본주둔 미군 후속지원 전력을 포함한 미군 자산의 한반도 접근을 막는 핵심 타격자산이라는 측면에서 북·중·러의 연대와 결속강화 과시 전략으로도 읽혀진다.
북한판 글로벌호크 새별-4형은 지난 2019년 이란이 격추해 잔해를 수거한 부품들을 복원한 글로벌호크의 해상정찰형인 MQ-4C 트리톤을 복제해 러시아를 거쳐 북한에 제공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후 잇달아 등장한 화성-12나는 괌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한 극초음속 무기로 중국의 DF-17 극초음속 미사일 복사판으로 등장 초기부터 북한에 대한 중국의 기술지원을 의심받았던 무기다.
이와 같은 움직임 등은 북·중·러 삼각 공조에서 북한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보여주면서, 이와 동시에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어필하려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 교수는 이어 "세계적 군함발전 추세를 고려한 듯 북한의 압록급 호위함은 선형이 스텔스형이고 사격통제레이더도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와 달리 핵무기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 압력만 이겨내면 체제생존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핵 고도화에 올인해 왔지만 최근 북한의 군 현대화가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1·2차 연평해전, 대청해전 등 주요 해전에서 북한은 사격통제레이더도 없는 함정을 동원해 무모한 도발을 벌이다 막심한 피해를 보며 패전의 치욕을 맛본 바 있다"고 설명하고 "북한이 사격통제레이더를 장착한 해군함정 현대화에 나선 것은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번번이 패전했던 교훈을 도출한 결과로 보인다. 북한이 앞으로 한국과 해전에 직면할 시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제 NLL 도발에 있어 ‘의지’를 넘어 ‘역량’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 해군은 NLL 수호 작전을 중간 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사격통제레이더를 장착한 전투함을 작전배치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해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전술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함정배치 방안 등도 과학적 방법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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