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지주택]③ ‘성공 사례’도 분양까지 12년 걸려... “청계SK뷰, 조합파산에 한 때 신음”

채민석 기자 2023. 8.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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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추진위 첫 구성... “시공사 교체도 수차례”
브릿지 대출 이자도 못 내 ‘파산’
“부동산 경기 침체땐 지주택 더 꺼려”

한 때는 저렴한 분양가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조합의 빈번한 사기·횡령과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 등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택조합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시 성동구 일원에 공급되는 ‘청계SK뷰’가 지역주택조합 성공 사례로 주목 받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12년을 끌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업 지연은 물론 자금난에 부딪쳐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는 등 ‘투자 대비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다. 특히 시공사나 브랜드 이름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舊 SK건설)가 시공한 청계SK VIEW는 오는 21일부터 청약에 돌입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34층, 아파트 3개동, 전용면적 59~84㎡, 총 396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해당 단지는 ‘청계지역주택조합’이 무려 12년간 산전수전을 겪고 일궈낸 성과다. 김영재 청계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12년간 있었던 일을 정리하면 책 한 권은 나올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9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신답역 사거리에서 바라본 '청계 SK뷰' 공사현장의 모습./조은임 기자

지난 2011년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청계지역주택조합’은 3년간의 노력 끝에 2014년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김 조합장은 사업이 한창이던 2013년 일반 조합원 자격으로 처음 참여했다. 그는 당시 “토지 확보가 완료돼 2015년에는 입주가 가능하다”는 업무대행사(협력업체)의 말만 믿고, 곧바로 조합 가입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조합은 2년이 더 지난 2017년이 돼서야 (주)한양을 시공예정사로 선정했다. 이어 토지 확보를 위한 브릿지 대출을 실행했다. 김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원들도 신용대출을 받아 사업에 투자했다. 조합 측은 “2017년 12월에는 반드시 착공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조합이 약속한 착공 시기가 다가왔지만, 사업계획승인 접수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조합원들이 불만을 표출하자, 조합 측은 그제서야 시공계약이 해지되면서 사업이 미뤄졌다고 실토했다. 한양은 조합·업무대행사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사업을 철회했다.

이후 조합은 2018년 조합원들에게 진흥기업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예정사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당시 진흥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 절차를 밟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주주인 효성의 지급 보증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효성 측은 청계지역주택조합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 사업 진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조합원들은 2018년 4월부터 8월까지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해임총회 발의 요청을 했다. 해임 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같은 해 12월, 기존 조합장이 해임됐다. 이후 2019년 6월 김 조합장이 새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전임 조합장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김 조합장은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일단 자본금 1000만원 규모의 업체가 업무대행사를 맡고 있었다. 당시에는 (법 개정 전이라) 선정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탈퇴를 원하는 조합원 130여 명에게 환불도 해줘야 했지만, 브릿지 대출 이자를 낼 자금조차 조합에 남아있지 않았다. 지난 2018년에 1년 선납 조건으로 이자를 유보했던 브릿지 대출을 만기인 2019년까지 상환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전 조합은 디폴트 선언을 했고, 사무실로 공매 안내장까지 날아왔다. 사실상 조합이 파산한 것이다.

결국 김 조합장은 농협을 설득한 끝에 로6월 내 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1년 연장했다. 이후 추가로 모집한 조합원을 통해 확보한 자금 등으로 토지 매입을 진행했다. 최종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진행 토지 소유권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98%를 달성한 상황이었다. 건물을 올리기 위해서는 토지를 100% 확보해야 하는데, 1곳의 토지 소유권자가 매매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김 조합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는 즉시 토지 대금을 지급하겠다’며 토지주를 설득해 매매계약서를 체결했다”면서 “금융기관에는 반대로 ‘PF대출을 실행시켜주면 토지를 100% 확보할 수 있다’면서 관련 서류들을 제출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20년이 돼서야 조합은 시공사 선정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조합 내부와 관련한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고, 위치상 청계천과 지하철 5호선 등으로 공사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시공사들이 참여를 꺼려했다.

다만 사업성을 두고 고심하던 SK에코플랜트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업무 추진과 관련해 조합과 꾸준히 소통하고 방향성에 대한 컨설팅도 제공하면서 지난 9일, 최종적으로 분양 승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 조합장은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한 개정안이 나와도, 개정안 전에 사업을 시작한 사업지에는 소급 적용이 안 된다. 6년 이상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들은 전부 좌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지역주택조합 성공 사례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한파에 건설사들이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도 줄이는 분위기라, 리스크가 큰 지역주택조합에는 뛰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과 시공예정사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에 만약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미지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2000년대에는 재건축 수주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중견사들이 틈새시장 공략 차원으로 지역주택조합에 활발히 참여했지만, 지금은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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