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예감] 자본주의의 시작은 왜 산업혁명이었을까 – 홍기빈 소장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KBS 2023. 8. 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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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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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탄생은 불과 300년 전
- 자본주의는 전쟁과 무역과 금융으로 시작
- 전통사회에서의 경제활동은 교환이 아니라 선물의 증정으로부터
- 화폐는 계산 수단, 지불 수단, 기치 저장, 교환 수단 이런 순서로 발전
- 자본주의의 시작은 산업혁명에서부터
- 부르주아라는 말은 독일서 부르크에서 유래
- 돈이 필요한 왕족이 상인들과 공생관계를 하면서 중상주의 국가가 탄생
- 명예혁명 후 왕권과 부르주아가 결탁해 영국 중앙은행 설립
- 설탕은 영국의 삼각무역에서 노예의 희생을 통해 수확되고 공급됐다
- 영국 왕실은 해적 면허증을 발급해 약탈을 했다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 방송시간 : 8월 17일(목) 09:05-10:53 KBS1R FM 97.3MHz
■ 진행 : 이대호 편집장(와이스트릿)
■ 출연 : 홍기빈 소장(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이대호>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2부가 시작이 됐습니다. 저희가 습관적으로 자본주의 자본주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과연 이 자본주의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 시간을 좀 마련을 해봤습니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데도 좀 도움이 되실 것 같은데요. 오늘 어나더 경제사라는 책을 쓴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의 홍기빈 소장과 함께 자본주의 역사 재미있게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홍기빈> 예, 안녕하세요.

◇이대호> 처음 뵙겠습니다. 자본주의, 우리가 자본주의는 늘 듣는 말이고 우리가 그 한가운데서 숨쉬면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데 잘못 알고 있는 게 꽤 많다고 책을 보면서 지적을 해 주셨더라고요. 우선은 자본주의가 처음에 경제에서부터 생겨난 말이 아니라고요.

◆홍기빈> 네, 이것 되게 당혹스러우시죠. 우리가 자본주의면 경제, 경제면 자본주의 이렇게 보통 생각들을 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보다 경제는 훨씬 전에 있었어요. 그거는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몇십만 년 전부터 우리는 먹고 살았잖아요. 경제를 먹고 사는 걸로 정의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걸로 정의한다면은 경제라고 하는 건 몇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쭉 있었던 거니까 훨씬 오래됐죠. 그런데 자본주의는 생겨난 지 한 300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래됐고 자본주의는 경제에서 생겨나질 않았습니다. 경제라고 하는 거는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를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자본주의는요, 300년 전에 생겨날 적에 자본주의는 돈을 버는 거예요. 돈을 많이 벌어서 자산 가치를 무한히 뿌리는 거거든요. 그래서 300년 전에 자본주의가 생겨날 때 그 주된 수단은 전쟁하고 무역하고 그다음에 금융이었습니다. 그래서 생산하고 소비 활동하고는 큰 관계가 없었어요. 300년 전까지는. 그래서 그 페르낭 브로델이라고 유명한 프랑스 역사가가 있는데요. 이 사람은 18세기의 자본주의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냐면은 생산하고 자본주의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생산은 자본주의가 생산에 관여하는 경우는 이건 가출한 경우다. 가출한 자본주의다. 그만큼 생산하고 자본주의는 18세기 초까지만 해도 관계가 별로 없었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경제라고 하는 거는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을 조달하는 행위니까 이거는 무한히 팽창하지도 않고 사람들과 사회가 필요한 것을 조달하면 거기로 끝나요. 그런데 자본주의라고 하는 거는 돈을 무한정 벌어서 자산 가치를 무한히 뿌리는 걸 목표로 하잖아요. 이게 생겨난 거는 16세기 17세기 유럽에서 권력자들의 권력 다툼에서 시작된 겁니다.

◇이대호> 자본주의가. 오히려 전쟁과 무역 금융이 더 먼저였지 생산을 위해서 자본주의가 생긴 거는 아니다.

◆홍기빈> 그렇죠.

◇이대호> 또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더 풍요로워지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들을 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생각일까요.

◆홍기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방금 말씀드린 거랑 관계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 현대인들은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으니까 자산 가치가 무한히 늘어나고 돈을 무한히 벌어야 우리가 행복하다. 그래서 돈 많이 벌어서 백화점에서 카드 많이 그어야 행복해진다. 이런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본주의 이전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럼 불행했느냐, 그건 아니라고 그래요. 그래서 유명한 사례가 있는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 사는 그 원시 부족이 있어요. 이 부족은 정말 먹을 것도 없고 그야말로 몇만 년 전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거의 그대로 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이 사람들을 보면은 여기 먹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렇죠. 돈 벌 것도 없겠고 그렇죠. 그런데 이 사람들 하루에 일을 한 4시간밖에 안 해요. 4시간 정도 일해서 하루 먹을 거를 대충 구한 다음에 그럼 나머지 시간 하느냐, 놉니다. 춤추고 노래하고 얘기하고 하늘을 바라보고. 이 사람들은요, 하늘의 밤에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도 다 듣는대요.

◇이대호> 표현하기를.

◆홍기빈> 예, 진짜입니다. 그래서 서양의 프랑스의 유명한 인류학자가 여기에 간 적이 있었는데 깜짝 놀란 게 서로 놀랐다고 그래요. 아프리카 부족들이 어느 날 밤에 이렇게 별이 반짝이는데 원주민들이 프랑스 사람한테 저 별들이 얘기하는 소리 너 들리지? 그러더래요. 무슨 소리냐,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깜짝 놀라더라는 거예요. 너 저 소리가 안 들린단 말이야? 그래서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4시간 정도만 일해서 먹고 살 거 대충 마련한 다음에 나머지 놀면서 살았으니까 이걸 연구한 마셜 살린스라는 인류학자는 원초적인 풍요의 시대였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대호> 원초적인 풍요.

◆홍기빈> 예, 그리고 이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요 영양 상태도 좋았어요. 탄수화물 섭취가 적고 그다음에 이게 쭉 돌아다니면서 제철 과일 찾아 먹고 제철, 이를테면 9월에 꽃게가 많이 나온다. 그러면 바닷가로 이동하거든요. 그러니까 1년 내내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제철 과일 먹고 제철 음식 먹고 그러니까 영양 상태도 좋았고 오히려 신석기 시대로 들어가면서 당뇨병이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이대호> 오히려 구석기 시대에 더.

◆홍기빈> 사람들의 영양 균형은 훨씬 좋았다고 얘기합니다.

◇이대호> 신선한 것만 먹었으니까.

◆홍기빈> 그렇죠. 탄수화물 섭취가 많지 않고.

◇이대호> 바로 잡아서 바로 먹고 바로 따서 바로 먹고.

◆홍기빈> 그렇죠.

◇이대호> 생각해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원초적인 풍요다. 또 하나 생각해 볼 만한 게 저희가 많은 분들 의견 보내주고 계시는 분들한테 추첨을 통해서 선물 많이 보내드리거든요. #9730 통해서도 그렇고 그런데 이 선물도 역사가 굉장히 오래됐다면서요.

◆홍기빈> 그렇죠.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옛날 사람들이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아담스미스 책에도 보면은 사람은 원시시대 때부터 교환을 하고 시장을 만들어서 살았던 것처럼 왜 이렇게 나오잖아요. 인류학자들 조사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장이라고 한 건 있긴 있었는데 그렇게 비중이 많지 않았고 사람들이 그런데 서로가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긴 해야 되잖아요. 그래야 사람이 살아가니까. 그 주고받는 방식은 교환이 아니고 선물이었다는 거예요.

◇이대호> 교환이 아니라.

◆홍기빈> 선물.

◇이대호> 그냥 대가 없이 먼저 선물을 줬다고요.

◆홍기빈> 그렇죠.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선물 그러면은 현대인들은 보통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든가.

◇이대호> 생일 선물이나.

◆홍기빈> 그다음에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 보내거나 이런 걸 생각하니까 그냥 사치품이나 맛있는 거 그냥 아무 대가 없이 그냥 줘버리는 걸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옛날 사람들의 선물은 그런 게 아니었어요. 우선 품목이 생필품이었어요.

◇이대호> 그렇죠. 뭐 당시 장식, 장식품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나중에 발달했을 거고.

◆홍기빈> 그렇죠. 물론 그 아름다운 목걸이라든가 이것도 선물하는데 그걸 받으면 답례로 주는 물건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서로 선물로 주고받는 게 그 생활에 굉장히 중요한 한 부분이었던 거예요.

◇이대호> 그거는 이제 고대 사회에서.

◆홍기빈> 그렇죠. 고대도 아니죠. 원시시대, 고대사회 이럴 때였죠. 그러니까 이게 초콜릿 같은 물건은 사실 뭐 먹으나 안 먹으나 사실 지장은 없잖아요. 그런데 옛날 사람들이 주고받던 선물은 곡식이라든가 의류라든가 이런 아주 중요한 물건들이었어요. 그리고 이걸 주고받을 때 대가를 바라고 줬느냐, 그건 아니에요. 나의 도리다라고 생각해서. 이건 이웃으로서 친척으로서 내가 이 도리를 해야지라고 해서 선물을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대가가 없는 건 아니고 받은 쪽은 또 그러면 어떠냐면은. 아이고, 우리 사촌이 이런 걸 보냈는데 내가 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그래서 답례를 해야 되잖아요. 선물에는 보통 답례가 따릅니다. 그럼 이렇게 보면은 우리들이 이거 엎어치나 메치나 마찬가지 아니냐, 물건 주고받은 거 교환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교환은 그야말로 좀 험한 말을 쓰면 현물박치기잖아요. 서로 갖다 놓고 이거 얼마 줄래, 얼마 줄래 이런 거잖아요. 선물은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이만큼 주고 내 마음으로 사촌으로서 내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면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다른 품목을 가지고 답례. 이거는 아주 예의라든가 풍속이라든가 문화에 따라서 이런 아름다운 어떤 그런 인간의 도리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게 있어요. 전통사회에서 사람들이 경제적인 어떤 협동을 하고 노동 분업을 했던 건 주로 선물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이대호> 그리고 그 선물이 나중에는 그 답례의 방식이나 가치도 좀 달라졌을 거고.

◆홍기빈> 그렇죠. 쉬운 예를 들어볼게요. 혹시 봉채라는 거 기억나십니까.

◇이대호> 봉채요?

◆홍기빈> 예, 왜 사람들 결혼할 때 말입니다. 지금은 주로 돈봉투가 오고 가는데 한 30년 전만 하더라도 현물이 오고 갔어요. 이바지 음식이 가고 그다음에 어느 쪽에서 이불을 해오면 다른 쪽에서 뭘 또 해오고 이런 식으로. 이걸 주고받는 게 어떤 돈 계산에 의해서 행해지는 건 아니고 결혼하면 사돈 양측에서 이불은 우리가 해야지 이바지 음식은 우리가 해야지 왜 이렇게 선물을 하잖아요.

◇이대호> 그렇죠. 함도 들고 들어가고.

◆홍기빈> 그렇죠. 함 잡아보신 적 있으세요?

◇이대호> 그렇죠. 저는 좀 결혼한 지가 좀 돼가지고.

◆홍기빈> 아, 그래요. 저도 잡아봤었는데 뭐 매만 맞았죠.

◇이대호>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그런데 그것도 하나의.

◆홍기빈> 선물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자본주의 사회가 급속해지니까 골치아프잖아요. 뭐 이바지해서 보내고 또 이불 보내고 하니까 에이 귀찮다. 그래서 싹 그냥 돈으로 정리해서 돈봉투 얼마 해서 보내면 저쪽에서 얼마 떼고 다시 보내고 왜 돈봉투가 왔다 갔다 하는 걸로 지금 바뀌었죠. 그게 말하자면 옛날에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선물로 신혼부부의 혼수를 선물로 조달하다가 이제는 화폐 경제로 바뀌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죠.

◇이대호> 화폐 경제로. 그리고 또 하나가 재분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좀 하시던데요, 재분배. 그런데 이것도 우리가 지금 따져보면 재분배하면 뭔가 복지라든지 공공의 차원에서 하는 걸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역사가 거의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갑니까.

◆홍기빈> 그럼요. 이게 기원전 4000까지 거슬러 올라가죠.

◇이대호> 4대 문명이 시작될 때부터 재분배라는 게 있었다고요.

◆홍기빈> 예, 그러니까 국가가 생겨나면서 함께 생겨난 게 이 재분배 경제예요. 잘 감이 잘 안 잡히시죠. 이를테면 맥주 좋아하세요?

◇이대호> 맥주요. 예, 종종 먹습니다.

◆홍기빈> 종종, 정종 좋아하십니까? 맥주를 가령, 수메르 사람들이 맥주를 먹으면 우리는 그냥 저 편의점 가서 사 오잖아요. 그게 아니고 국가가 거느리고 있는 맥주 장인들이 있어요.

◇이대호> 양조장 같은 거를.

◆홍기빈> 양조장, 그러면 국가가 그 양조장이 전국 곳곳에 있는데 만들어진 맥주를 다 일단 국가가 세금으로 신전이죠. 신전에서 가져갑니다. 그다음에 어느 동네에 술집이 몇 개가 있다, 어느 동네에 몇 개가 있다. 그러면은 중간에 이렇게 다 배분을 해줘요. 중앙 국가가 신전에서 다 모은 맥주를 가지고 그럼 저 동네 사람들은 술집도 많고 인구도 많으니까 이 정도로 해서 보내야 돼 해서 맥주를 그리로 보내고. 그래서 맥주가 사람들한테 직접 팔리는 게 아니라 일단 국가가 다 모은 다음에 이걸 다시 나눠주는 그래서 재분배라고 그러는데 이게 장점이 있습니다. 맥주는 보리에서 나오잖아요. 보리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맥주를 실컷 마실 수 있고 앵커님처럼 종종 즐기실 수 있을 텐데. 보리가 안 나오는 지역이나 사막이라든가 바닷가 이런 데서는 맥주를 전혀 못 먹을 거 아니에요.

◇이대호> 어렵죠.

◆홍기빈> 그런데 중앙에서 신전이 그걸 걷어가지고 중앙에 다시 분배를 해주니까 바닷가에 있는 사람도 사막에 있는 사람들도 맥주를 즐길 수가 있게 되죠. 그 지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큰 방법으로써 고대 국가부터 이 재분배라는 방법이 등장을 했던 겁니다.

◇이대호> 고대 국가부터 이런 재분배라는 개념이 그 당시부터 있었다. 그런데 사실 재분배나 선물만으로 모든 경제활동이 고대 시대여도 아무리 다 충족되지는 않았을 거고 결국에는 뭔가 교환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이거는 그럼 어떻게 시작됐던 거예요?

◆홍기빈> 교환이 있었죠. 당연히 있었는데 이를테면 주요한 물품들은 선물이라든가 국가의 재분배 이런 걸로 되는데 이걸로 해결이 안 되는 물건들이 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뭐냐 하면은 사치품 같은 거 있죠. 아주 비싼 속옷이라든가 화려한 목걸이라든가 이런 게 나오지는 않을 거예요. 이거는 지배계급끼리 다른 나라의 무역, 국가 간의 무역이라는 방식으로 했는데 여기서 원거리 시장이 생겨나요. 원거리 무역에서 두 번째는 뭐냐 하면 매일 아침 왜 달걀, 달걀 후라이 해먹어야 되는데 달걀이 부족하다. 그러면 이걸 그때마다 무슨 선물을 주고받고 국가에서 재분배하고 이럴 수 없잖아요.

◇이대호> 그렇죠. 그렇죠.

◆홍기빈> 그러니까 마을 장터라는 게 있었어요. 필요한 물건들을 사람들이 서로 이렇게 교환할 수 있도록 이렇게 마을 장터라는 게 있었고 국가 간의 원거리 무역 이 두 가지가 시장의 기원입니다. 그래서 이 시장도 옛날부터 있었는데,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거나 큰 건 아니었다는 거예요.

◇이대호> 그리고 교환을 하다가 서로 내가 원하는 물건과 맞지 않을 때 제3의 것을 만들어서 그런데 그게 화폐다라는 통설들이 있잖아요. 이거는 어떤가요. 그거는 맞는 이야기인가요?

◆홍기빈> 그게 이번에 제가 책을 쓸 적에 제일 힘을 기울였던 부분인데. 지금 앵커님이 말씀하신 게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고 이런저런 책이 나와요. 이런 거죠. 애초에 물물 교환이 있었는데 물물 교환하다가 이게 불편하니까 상품 하나 잡아서 이걸 화폐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삼자. 그래서 화폐가 나왔고 그 화폐를 들고 다니기 상품을 들고 다니기 귀찮으니까 나중에 지폐가 나왔고 지폐로 귀찮으니까 나중에 신용 수표라든가 이런 신용 증세가 생겼다. 이렇게 가르치거든요. 이거는 역사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이대호> 그래요?

◆홍기빈> 예, 전혀 틀린 얘기예요. 이거는 제 얘기가 아니고 책에 나와 있는데 90, 87년에 나온 유명한 인류학의 논문이 있어요. 캐롤라인 험프리라고 하는 여성 인류학자가 쓴 유명한 논문인데 100년 동안 인류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금 이런 순서로 화폐가 발생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나온 게 아닙니다, 화폐는.

◇이대호> 사실 화폐라는 게 교환, 저장, 가치 측정 이런 게 있어야 화폐의 역할이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교환을 위해서 시작된 거는 아니다.

◆홍기빈> 아니다라는 거예요. 오히려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서의 화폐는 제일 나중에 생겨납니다.

◇이대호> 제일 나중에.

◆홍기빈> 예, 가장 먼저 생겨난 화폐의 기능은요. 계산 수단이에요. 그러니까 국가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수메르라든가 이집트 같은 데서 이렇게 쭉 세금을 걷어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맥주도 걷어들이고 보리도 걷어들이고 그럼 중앙 국가는 그걸 회계를 해야 되잖아요. 그럼 맥주 5통하고 보리 세 가마니를 갖다가 국가에서는 회계를 할 적에 이걸 똑같은 단위로 바꿔야 되잖아요.

◇이대호> 그렇죠. 그렇죠.

◆홍기빈> 그때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게 은 1셰켈이라는 단위가 있고 보리 1구르라는 단위가 있어요. 귀중품은 은으로 가치를 계산했고 생필품은 보리로 계산을 했는데.

◇이대호> 보리요, 보리?

◆홍기빈> 보리, 예. 이 계산 화폐가 제일 처음에 생겨납니다. 그다음에 지불 수단으로서의 화폐가 생겨나고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화폐가 생겨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서의 화폐 있죠. 이거는 비유를 들자면은 저는 가본 적이 없습니다마는 도박장에 가면 칩이라는 걸 쓴다면서요. 카지노 이런 데 가면은. 그 칩이라고 하는 건 도박장 안에서만 통용이 되는 거죠.

◇이대호> 그렇죠.

◆홍기빈> 도박장 안에서는 그 칩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데 나올 때는 다 버리고 나와야 되죠. 가지고 나오면.

◇이대호> 그냥 나가면 그냥 플라스틱 조작이죠.

◆홍기빈> 플라스틱 조각이죠.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해서의 화폐는 시장이라는 카지노 안에서만 통용되는 특수한 물건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래서 이걸로 많이 쓰였던 거는 쌀이라든가 그다음에 카우리 조개라고 해서 조개껍질 같은 게 많이 쓰였어요. 이거는 계산 수단 화폐가 생겨나고 지불 수단 화폐가 생겨나고 가치 저장 수단 화폐가 생겨난 다음에 아주 나중에 생겨난 종류의 화폐예요. 그래서 화폐가 생겨난 순서는 교과서에 나온 거랑 전혀 다르고 그 기원은 시장에서 생겨난 게 아니고요. 국가의 회계에 필요해서 생겨났던 거예요.

◇이대호> 국가의 회계, 계산을 하기 위해서.

◆홍기빈> 세금을 걷을 때. 네, 재정회계를 할 적에 통일된 계산 수단을 만들기 위해서 화폐는 생겨났고 민간에서 생겨난 화폐의 기원은 채권과 채무 있죠. 이걸 기록하는 겁니다.

◇이대호> 기록하기 위해서.

◆홍기빈> 재미있는 물건이 하나 있는데 그 탈리 막대기라고 영어로 탈리라고 하는 물건이 있는데 가령 제가 앵커님한테 돈을 5만 원을 꿨어요. 그럼 차용 증서를 써야 되잖아요. 그런데 글자도 없고 종이도 없을 때는 차용 증서를 어떻게 했을까요. 이렇게 합니다. 나뭇가지를 하나 가지고 와가지고 그 5만 원 어치에 해당하는 그 금을 이렇게 그어요. 나뭇가지에다가. 눈금을 쫙 그은 다음에 나뭇가지를 2개로 쪼개요. 그래서 2개를 쫙 나눠가지면은 이건 누가 위조할 수도 없잖아요.

◇이대호> 두 개의 눈금이 같이 맞으니까.

◆홍기빈> 그렇죠. 요거 하나를 스톡이라고 하고 영어로 다른 쪽을 (2039)*스톱이라고 하는데 요즘도 우리가 세금 낼 때 보면 세금 내고 영수증을 스톡이라고 그러고 스톱이라고 그러죠. 왜 조그만 쪽지 주잖아요, 세금 내면. 그걸 스톡이라고 그러면 스톱이라고 그러는데 어원이 거기서 나왔어요. 그러니까 민간에서도 화폐 기원은 교환이 아니고 서로 간에 어떤 채권과 채무가 있을 때 그걸 기록해서 나중에 갚을 때 쓰려고 채무를 기록하는 장부 같은 데서 나온 거예요.

◇이대호> 일종의 세금계산서 역할을 하다가 그렇게 된 거네요. 해서 화폐는 계산, 지불, 가치 저장, 교환 이런 순서로 활용이 됐다.

◆홍기빈> 네, 오히려 그렇게 된 겁니다.

◇이대호> 그리고 또 나중에 돼보면 우리가 자본주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처음에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때 물론 이게 경제활동을 위해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어찌 됐든 간에 경제활동, 영리, 자본 축적으로 활용이 된 거지 않습니까?

◆홍기빈> 그렇습니다.

◇이대호> 언제부터 어떻게 이렇게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요?

◆홍기빈> 여기서 아주 중요한 계기가 있는데 바로 산업혁명하고 기계입니다.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 18세기. 17세기, 18세기에는 가장 큰 돈을 버는 자본주의 기업이 영국하고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였어요. 이거는 무역회사이기도 하지만 이 무장을 갖춘 전쟁 조직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해적을 만난다거나 경쟁 회사의 배를 만나면 때려부셨어요. 전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대호> 동인도 회사가요?

◆홍기빈> 그럼요. 그리고 인도에 들어가서도 영국 동인도 회사가 들어가서 했던 게 무역이 아니고 사실은 정복이에요.

◇이대호> 정복. 그렇죠.

◆홍기빈> 그래서 19세기 중반까지도 영국이 인도를 다스린 게 총독이 다스린 게 아니라 동인도 회사가 다스려요. 그렇게 해서 19세기 초까지는 큰 돈 버는 수단이 전쟁, 무역, 금융 이런 거였는데 18세기 중반에 영국에서 면화에 대한 수요가 폭증합니다. 그러니까 면화를 처음에 인도에서 수입을 해와가지고 영국 사람들, 유럽 사람들이 면화에 완전히 이렇게 매니아가 되거든요. 그런데 수입이 금지가 돼요. 그러니까 이거 만들어서 팔면 요새 말로 대박이겠다 싶으니까 18세기 초부터 영국의 요즘 말로 하면 벤처 자본가들이죠. 방직기, 방적기를 개발하는 기술자들하고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만나가지고 엄청나게 기술 발전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제부터는 굳이 전쟁하고 무역하고 이러는 것보다 기계를 가지고 대량으로 생산을 해서 물건을 파는 게 돈 버는 데 훨씬 더 유리하겠다라고 하는 사건이 벌어지죠. 그게 19세기 말, 18세기 말에 있었던 산업혁명이고 그때부터 경제 활동 밖에 있었던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인류의 경제활동으로 침투하면서 19세기 이후로는 인류의 모든 경제 생활이 자본주의로 조직이 되죠.

◇이대호> 그러니까 우리가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뭔가 증기기관과 방적기 어떤 기술적인 발달을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 밑바탕에는 투자를 통한 자본주의가 그때부터 제대로 싹이 트였던 거네요.

◆홍기빈> 그렇죠. 자본주의가 인류의 경제생활을 지배하게 된 게 바로 산업혁명 때부터 시작된 일이에요.

◇이대호> 그걸로 또 돈을 벌고자 하는 계급이 나타난 거고. 그럼 우리가 자본가 계급이라고 흔히들 표현하는 그 부르주아라는 어원도 있지 않습니까. 이거는 그러면 언제부터 나왔던 말일까요?

◆홍기빈> 이것도 참 재미있는 말인데 이 부르주아라는 말은 프랑스 말이고요. 독일 말로는 비르거라고 하고 영어로는 bourgeois. 이건 많이 쓰이는 단어는 아닌데 이 말이 어원이 다 똑같아요. 이제 독일어로 부르크라고 하는 건데.

◇이대호> 부르크.

◆홍기빈> 성이라는 뜻입니다, 성.

◇이대호> 성.

◆홍기빈> 성. 영주가 사는 단단한 성 있죠.

◇이대호> 함부르크 할 때 그 부르크.

◆홍기빈> 네, 함부르크 할 때, 햄버거 할 때. 그 부르크.

◇이대호> 그게 성주가 살고 있는 성.

◆홍기빈> 성. 그렇죠. 그런데 왜 그게 됐느냐. 이 중세 때는 처음에는 시장이 별로 없다가 조금 농업이 발전하면서 시장이 서서히 생겨나게 되는데 시장이 생기면 그때만 해도 치안이 불안하니까 그 시장에 상인들이 좌판 벌려놓고 각종 좋은 물건들 벌려놨는데 여기 강도가 한번 휩쓸고 가면 다 망하잖아요. 상인들이 자기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영주가 살고 있는 성벽 바깥에 좌판을 펴는 게 제일 유리하지 않겠어요.

◇이대호> 오히려요.

◆홍기빈> 그렇죠. 왜냐하면 영주는 그래도 제일 무력이 센 존재고 그러니까 감히 강도라든가 도적대가 여기 출몰하지는 못할 것 아닙니가. 쉽게 말하면 여의도 영등포구 경찰서 앞에다가 좌판을 벌리면 설마 깡패들이 거기 나타나겠어요.

◇이대호> 그런 개념으로.

◆홍기빈> 그래서 성벽 밖에 사는 사람들이라 그래서 비르거다, 부르주아다. 그다음에 버제스다 이런 말이 생겨난 거죠. 그런데 주의하실 게 있어요. 중세 때의 부르주아들은 오늘날의 자본가 계급은 아닙니다.

◇이대호> 그래요? 개념이 좀 다른가요?

◆홍기빈> 이게 중요한데요. 사람들이 보통 상업의 발달하고 자본주의 발달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대호> 그렇죠.

◆홍기빈> 예, 그래서 상인이 많이 생기면 다 이거 잡은 거 아니냐 이러는데 역사적으로 상업이 발달하고 상인이 많았던 데는 어디에나 있었어요. 중국도 송나라 때 상인들이 굉장히 많았고 이슬람이라든가 페르시아에도 상인들, 상업들 굉장히 많았었는데 그 사람들이 자본가 계급은 아니거든요.

◇이대호> 그러니까 상인과 자본가는 구분을 해서 봐야 되는 거고 상업의 발달이 곧 자본주의의 발달인 것도 아니다.

◆홍기빈> 그건 아니라는 거예요. 결정적인 지역은 어디냐. 그래서 지금 말씀드린 가령 13세기, 14세기에 쓰이든 부르주아다, 비르거다 이런 사람들은 자본가 계급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무한히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어요. 일정 정도 돈을 번 다음에 죽을 때는 교회에 다 기부하고 죽거나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자기의 영혼의 구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날의 자본계 계급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게 유럽만의 경우가 아니고요. 중국도 그렇고 페르시아도 그렇고 상업이나 상인이 일정 정도 어느 정도 발달하면 국가 권력이 항상 억압합니다.

◇이대호> 너무 많이 크면.

◆홍기빈> 그렇죠. 왜냐하면 이 토지 귀족들이나 국가 귀족들 입장에서 보면은 저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저 돈 좀 벌었다고 껄떡대고 하는 게 얼마나 기분이 나빴겠어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손댈 수 없는 종류의 부잖아요. 화폐라든가 상업이라든가 이런 거는. 그러니까 일정 정도 그게 발달하면 세금을 다 걷어버린다든가 몰수해 버린다든가. 그래서 상인들이 권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거는 사람들은 자본가 계급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자본가 계급이 나타난 거는 16세기, 17세기부터 유럽에 큰 사건이 벌어져요.

◇이대호> 16세기, 17세기요?

◆홍기빈> 예, 그때부터 근대 국가라는 게 나타나는데요.

◇이대호> 근대 국가.

◆홍기빈> 중세 때까지의 왕이나 귀족들은 돈을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았어요. 이 사람들은 땅을 더 넓히고 영토를 넓히는 데 관심이 있었지 돈을 버는 데 관심이 큰 건 아니었었어요. 그런데 대략 한 14세기부터 얘기가 바뀌다가 16세기, 17세기로 가면 모든 왕들의 관심사가 돈으로 바뀝니다. 왜냐. 전쟁의 양태가 바뀌어가지고 용병을 써야 되고 총을 쏴야 되고 대포를 쏴야 되거든요. 이거는 돈으로 사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돈이 없으면 용병을 못 사고 총을 못 사고 대포를 못 사니까 당장 자기가 죽게 생겼잖아요. 그러니까 국가 형태가 뭘로 바뀌기 시작하냐면 돈을 벌기 위한 비즈니스 조직의 형태로 국가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해요. 중세 때까지의 국가는 그런 국가가 아니었어요. 조선시대 국가도 이거 비즈니스 조직은 돈 벌려는 조직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16세기, 17세기에 있는 국가들은 한 푼이라도 더 돈을 벌어야 된다라는 걸로 바뀌기 시작하는데 이걸 중상주의 국가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왕들이 누구랑 결탁을 하냐면 상인들을 더 이상 억압하지 않습니다. 상인들하고 금융가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돈을 벌 수가 없고 안 그러면 전쟁을 못 하잖아요. 그래서 왕하고 부르주아들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동맹을 맺게 됩니다.

◇이대호> 왕하고 부르주아 계급이 동등한.

◆홍기빈> 네, 동등한 채로 동맹을 맺게 됩니다.

◇이대호> 더 이상 찍어 누르고.

◆홍기빈> 네.

◇이대호> 크면 국가 위협이 되겠는데 하면서 밟아버리는 게 아니라.

◆홍기빈> 융합을 합니다.

◇이대호> 융합을. 그게 중상주의 국가예요.

◆홍기빈> 그렇습니다.

◇이대호> 우리 역사 책에서 맨날 중상주의, 중상주의 엄청 들었는데 설명을 이렇게 들었어야 되는데.

◆홍기빈> 이걸 막스 베버라는 유명한 역사학자가 있죠. 이 사람 뭐라고 불렀냐면 기념비적인 동맹이다. 인류 역사상 왕하고 부르주아가 이렇게 동등하게 동맹을 맺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건 기념비적인 동맹이다.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역사상 나타난 사건은 그겁니다. 17세기 영국에서 보면 부르주아들이 왕의 목을 도끼로 끊어버리죠. 찰스 1세를. 그다음에 생겨난 명예혁명 이후에 생겨난 영국의 국가는 부르주아들이 모여 있는 의회하고 왕하고 동등하게 권력을 갖고 오히려 왕이 더 이상 통치하지 않죠. 의회의 권력이 더 세지죠. 여기서 왕하고 부르주아가 동등한 관계가 맺어집니다. 그다음에 프랑스에서는 이게 좀 늦어요. 늦어가지고 왕이 계속 부르주아들을 찍어 누르는 일이 계속되다가 결국은 프랑스 혁명이 터지고 시민혁명이 터지죠.

◇이대호> 혁명이 터진 거죠.

◆홍기빈> 그래서 19세기가 되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왕이나 귀족이나 부르주아의 권력이 동등하게 돼버려요. 이 점에 있어서 근대 유럽이 지구상 어떤 문명하고도 다른 점이 있고 그래서 근대 자본주의 자본가 계급은 근대 유럽에서만 생겨났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죠.

◇이대호> 그렇게 되면서 오히려 국가의 형태도 달라진 거고 또 전쟁의 필요성에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도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가 더 육성이 된 거네요.

◆홍기빈> 육성이 된 정도가 아니죠.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제도가 생겨나는데 중앙은행이 생겨나요.

◇이대호> 중앙은행까지.

◆홍기빈> 중앙은행의 역사를 보면은 이게 14세기, 15세기까지는 청산소. 그러니까는 이 환전 업체 환전소, 청산소 이런 정도에 불과했었어요. 그러니까 조그마한 업체에 불과했는데 1694년에 영국에서 아까 말한 명예혁명이 벌어진 다음에 왕권하고 그다음에 런던 금융가에 있는 부르주아들하고 동등한 위치로 함께 결탁을 해서 은행을 세우는데 그게 뱅크 오브 잉글랜드라고 영란은행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지금도 유명하죠.

◇이대호> 영국의 중앙은행.

◆홍기빈> 이게 최초의 중앙은행이거든요. 여기서 근대 화폐가 생겨나요. 그러니까 이 화폐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국가가 거두고 있는 세금 있죠. 세금이나 재정 시스템하고 금융가에서 발행되는 은행의 각종 신용증서라든가 은행권 이게 서로 바뀔 수 있어야 돼요. 하나로 통일돼야 됩니다. 그래서 재정 시스템하고 금융 시스템이 하나로 통일돼야 되고 그래서 재무부가 제도가 바뀌어야 되고 중앙은행이라는 게 만들어져야 되고 그다음에 화폐가 본위를 가지고 화폐 가치가 정확하게 고정돼야 되는 등등의 시스템이 여기서 만들어져요. 그래서 오늘날은 우리가 한 나라에서 하나의 화폐를 쓰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이 제도가 생겨난 거는 19세기 중반이에요. 200년도 안 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도들이 지금 말한 근대 국가에서 다 그 이후에 생겨난 것들이에요.

◇이대호> 재미있네요. 이 화폐의 탄생도 사실은 좀 달리 보게 되고요. 무역 이야기를 좀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설탕이 인류 경제사에 굉장한 공헌을 한 게 있다고요.

◆홍기빈> 공헌을 했는지 해약을 끼쳤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대호> 설탕이 어떻게 해서 좀 설탕 역할을 하게 된 겁니까?

◆홍기빈> 설탕이 제일 처음에 발견된 곳은 인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기원전이죠. 중국에서도 쓰였어요. 그래서 명절 때 아이들이 사탕 같은 거 많이 먹고 그랬는데 이 설탕이라고 하는 게 사탕수수를 굉장히 많이 갖다 놓고 찌고 정제해야 나오는 거라서.

◇이대호> 끓이기도 하고 막.

◆홍기빈> 굉장히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이게 이슬람을 통해서 유럽으로 들어가는데 유럽 사람들이 먹어보니까 세상에 이런 게 다 있냐 너무 맛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너무 비싸니까 이게 귀중품이었어요. 그런데 영국 상인들 그리고 네덜란드 상인들이 꾀를 냈는데 설탕을 대량으로 제조하자라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이게 이른바 그 악명 높은 대서양 삼각 무역의 시작입니다. 어떻게 되느냐 영국의 리버풀이라는 항구가 있어요. 그 비틀즈가 나온 데죠. 리버풀에서 영국 상인들이 배를 타고 출발합니다. 설탕을 구하러. 그런데 이 사람들이 돈을 가지러 가는 게 아니라 총하고 옷하고 장난감 같은 걸 가지고 출발을 해요. 돈을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그리고서 어딜 가느냐 하면은 설탕이 사탕수수가 자라나는 중남미 해변으로 가는 게 아니고 아프리카로 가요.

◇이대호> 아프리카로요.

◆홍기빈> 아프리카. 지금 그러니까 지금으로 저기 지금 서해안 이쪽으로 가서 황금 해안이라는 곳으로 가서 거기 다호메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왕한테 그 총하고 옷하고 장난감을 선물로 줍니다.

◇이대호>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홍기빈> 네, 서아프리카에 있는 왕국의 왕한테. 그럼 왕은 그 대가로 인근에 있는 그 아프리카 부족들을 다 때려 잡아가지고 노예들을 끌고 옵니다.

◇이대호> 자기 부족이 아니라 다른 부족들.

◆홍기빈> 그렇습니다. 전쟁을 벌여가지고 노예들을 잔뜩 끌고 와서 영국 상인들한테 넘겨줍니다. 그럼 영국 상인들은 배에다가 그 흑인 노예들을 그득그득 채워요. 그리고서 중간 항로라고 해서 그 배를 타고 멕시코나 중남미 지역으로 넘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흑인들이 배에서 죽어가요. 비참하게.

◇이대호> 그렇죠. 거리만 해도 엄청난 건데.

◆홍기빈> 예, 아주 역사상 유명한 비극입니다. 그 배에다가 이 노예 상인들 입장에서 보면 한 명이라도 더 실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했냐면 설계도를 짜가지고 빈칸 없이 빼곡하게 흑인들을 눕힐 수 있도록 설계도까지 짜서 눕히거든요. 그 상태에서 쇠사슬로 묶인 상태에서 두 달씩 배를 항해를 하니까 굶어 죽기도 하고 그다음에 똥오줌의 오물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되거든요. 그것 때문에 중독돼서 죽기도 하고 이루 말로도 알 수가 없었어요.

◇이대호> 굉장히 좀 처참한.

◆홍기빈> 처참합니다. 그 처참한 과정에서 살아남은 노예들을 가지고 멕시코나 그다음에 이 서쪽 중남미에 가면 사탕수수를 기르는 대규모 농장이 있어요. 거기다가 흑인 노예들을 넘겨줍니다. 그러면 그 노예 농장주들은 그 노예를 받은 대가로 설탕을 넘겨줘요. 그럼 그 설탕을 가지고 리버풀로 돌아옵니다.

◇이대호> 다시.

◆홍기빈> 삼각형이죠. 리버풀에서 아프리카로 갔다가 중남미를 거쳐서 리버풀로 돌아오니까. 이렇게 해서 그 귀한 설탕이라는 물건을 대량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거예요. 이래서 영국 사람들, 유럽 사람들이 굉장히 싼 값에 설탕을 먹게 됐고 영국 사람들만 유일하게 왜 홍차에다 설탕 넣어 먹죠.

◇이대호> 예전에.

◆홍기빈>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들 누가 녹차에다 설탕 넣어 먹습니까? 영국의 홍차에다가 설탕을 넣어 먹는 문화가요. 19세기 초에 이때 생겨나요. 설탕이 지천으로 늘어나다가. 그러니까 지금 말씀드린 그 삼각 무역 있죠. 이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아까 면화 말씀드렸잖아요. 면화 무역으로 그대로 연결됩니다.

◇이대호> 면화까지.

◆홍기빈> 우리가 왜 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 보면 스칼렛 오하라가 사는 미국 남부가 면화를 기르죠. 거기 일하는 노예들이 다 흑인 노예들이죠. 똑같습니다. 면화를 기를 수 있는 곳은 미국 남부처럼 따뜻한 곳이 돼야 되니까. 영국에 있는 면화 상인들은 아프리카로 가서 흑인 노예들을 끌고 와가지고 그 스칼렛 오하라 있는 데 가서 흑인 노예들을 주고 면화를 받아서 리버풀로 돌아오는 이 삼각 무역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을 합니다.

◇이대호> 어떻게 보면 무역이었고 또 그 바탕에는 자본가들의 자본이 있었고.

◆홍기빈> 이게 원래 돈 되는 자본주의였어요. 생산이 아니고.

◇이대호>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또 노예를 그런 식으로 이용을 했던 거고.

◆홍기빈> 그런데 그 대가로 인류는 설탕에 중독이 돼버렸죠.

◇이대호> 사실 설탕의 기원을 듣고 나니까 약간 좀 설탕의 단맛이 아니라 좀 씁쓸해지는데 또 하나가 그 바다를 통해서 해상 무역들이 좀 많았잖아요. 그런데 해적도 상당히 그래서 많이 들끓었던 건데 그 해적의 원조가 공무원격이기도 했었던 거예요.

◆홍기빈> 정확하게 말하면 공기업이죠.

◇이대호> 공기업.

◆홍기빈> 공기업 직원들이죠.

◇이대호> 아까 동인도에서도 약간 이야기해 주신 것처럼.

◆홍기빈> 예,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그 공기업 해적이 나중에 좀 더 제도화된 게 동인도 회사라고 말할 수가 있어요. 이 해적 얘기로 제 프랜시스 드레이크라고 하는 사람 혹시 들어보셨어요?

◇이대호> 아니요.

◆홍기빈> 이 사람이 순전히 믿거나 말거나인데 필리핀 세계를 일주하면서 이순신 장군하고 만난 게 아니냐 이런 속설도 있어요. 이건 물론 믿거나 말건데. 이 해적의 얘기를 말씀드릴게요. 스페인 사람들이 16세기에 이 아메리카 대륙하고의 무역을 독점을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돈을 벌었거든요. 그러니까 영국에 있는 배들이 배가 아프잖아요. 그러니까 영국왕이 명령을 내려요. 해적들아 털어와라. 저 스페인 배들 털어와라. 그런데 이거를 해군을 국가 해군을 동원하자니 이건 좀 창피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름을 뭐라고 하냐면 프라이비티어. 사략선. 우리라고 우리말로 옮기는데. 민간 기업인 것처럼.

◇이대호> 사실은 왕이 시킨 건데 민간 기업인 것처럼 위장을 해서.

◆홍기빈> 이름은 프라이비티어라고 해서 해적들을 조직을 한 다음에 해적질 면허증을 줘요.

◇이대호> 그것도 국가에서 해적질을 할 수 있는 공식적인 면허를 내준 거예요?

◆홍기빈> 네, 너희들은 국가를 위해서 뛰는 명예로운 해적들이다. 그래서 해적 면허증을 주고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 배가 엄청 비싸잖아요. 그거 투자를 다 엘리자베스 여왕하고 영국 귀족들이 해요. 그러니까 국가 돈을 써가지고 배를 마련해 주고 이 면허증까지 주고 그 대신 해적질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이러니까 이건 공기업이라고 봐야 되죠. 민관 협력이라고 해야 될까요? 이게 수익률이 어느 정도였냐면 프랜시스 브레이크가 한 번 스페인 선을 배들을 턴 적이 있었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이 투자한 투자에 대한 수익이 1000%가 났대요.

◇이대호> 왕족이 투자한.

◆홍기빈> 10배의 이익을 본 거죠. 그래서 어떤 해에는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털어온 그 재화의 양이 영국 왕실의 1년 재정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그럼 영국만 이렇게 했느냐 아닙니다. 프랑스도 이렇게 했어요. *꼬제라고 해서 프랑스도 이 사략선을 운영을 했고 네덜란드도 운영을 했고 그래서 16세기랑, 17세기 중반까지도 이 해적질이라고 하는 건 가장 중요한 국가 사업의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본주의가 이 생산에서 나온 게 아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대호> 전쟁과 무역. 그리고 또 아까 뭐였죠?

◆홍기빈> 금융.

◇이대호> 금융. 전쟁과 무역, 금융. 이야기 점점 빠져들었는데 벌써 마칠 시간이 다 돼가지고 오늘은 좀 여기까지 들어야겠습니다.

◆홍기빈> 책 재미있습니다.

◇이대호> 자본주의의 기원부터 그리고 각 전쟁사까지도 이야기를 어나더 경제사 통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의 홍기빈 소장 통해서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좀 들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홍기빈>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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