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숨은 명산 제천 십자봉] 촉새가 숨겨놓은 명품 이끼계곡

서현우 2023. 8. 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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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봉~덕동생태숲 11km
십자봉으로 오르는 길에 덕동계곡 상류 이끼계곡을 만났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 철철 넘친다.

월간<산>은 무명명산들을 독자들의 도움을 통해 하나씩 찾아나간다. 국립, 군립, 도립공원 및 100대 명산에 해당하지 않는 산이면서 또 산행하는 것이 불법이 아닌 산이 대상이다. 직접 제보한 독자와 함께 오른다. 제보는 blackhouse@chosun.com

찬란했다. 분명히 빛나고 있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깊은 산골인데도 눈이 부셨다. 구불거리는 계곡을 따라 흘러온 티 없이 투명한 물이 바위에 부딪쳐 맑게 부서지며 빛의 파편을 흩뿌린다. 그 광경에 눈이 멀 것 같아 잠시 이끼 낀 바위에 눈을 얹혀놓고 쉬어본다. 그러자 이번엔 계곡이 산의 정수리부터 꼭 잡아 끌고 내려온 냉기를 온 몸에 퍼붓는다. 살짝 솟았던 땀이 꼼짝없이 얼어붙는다. 귀를 앵앵거리는 날벌레도, 시끄러운 트로트 소리도 없는, 고요한 오지계곡의 호사다.

충북 제천 십자봉(983m)은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산은 아니다. 최근 등산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깜깜할지 몰라도 약 30~40년 전부터 꾸준히 산악인들이 찾아온 바 있다. 십자봉을 제보해 준 독자 박노원씨는 "십자봉이 있는 제천시 백운면은 내 고향 시골"이라며 "현재 내 나이가 50대 후반인데 고등학교 무렵부터 산악인들이 찾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특히 발치에 흐르는 덕동계곡이 2000년대 이후 조용히 다녀오기 좋은 피서지로 유명세를 탔기에 이를 낀 십자봉의 존재도 덩달아 상기되곤 했다. 그래서 여름 무더위에 가기 딱 좋은 산으로 꼽힌다.

이처럼 이름값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오지의 산임은 분명하다. 제천과 충주, 원주 사이에 있으며 서쪽에 미륵산, 북쪽에 백운산과 치악산에 둘러싸인 형세이기 때문에 개발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았고, 등산객의 답압이 자연의 성장속도를 이기지 못해 등산로 대부분 수풀이 우거져 있다.

십자봉 들머리엔 소나무 묘목과 하얀 개망초밭이 펼쳐져 있다.

산길 묵어 긴 팔, 긴 바지 필수

박노원씨와 함께 십자봉의 매력을 탐구해 보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그는 "현재 타지에서 근무 중인 관계로 이번 산행에 동행하기 어렵다"고 전해왔다. 그래서 아웃도어 인플루언서 변혜진, 윤용만씨와 함께 조용히 오지계곡산행을 즐겨볼 계획을 꾸렸다. 길이 대체로 묵어 있다는 후기가 많아 제천시청에 자문을 구하자 지역 산꾼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줬다. 제천시 문화관광해설사 이순여씨와 제천 수목산악회 박준희, 박근호, 이남희, 김백송씨가 동행해 줬다.

산행 코스는 덕동계곡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원점회귀 11km로 잡았다. 십자봉을 동쪽에서 오른 뒤, 삼봉산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800m봉 직전 안부에서 임도로 내려서는 옛길을 타고 나와 덕동생태숲을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십자봉만 다녀오기엔 너무 짧고, 삼봉산까지 종주해 넘어가는 건 너무 긴데다 돌아오는 교통편이 불편해 버스를 이용한 산악회 스타일만 가능하기에 잡아 본 코스였다. 가족, 친구 단위 소규모 등산객들이 당일로 즐길 만하다.

"꼭 긴 팔, 긴 바지 입어주셔야 합니다."

산행 전 날 박준희씨는 신신당부했다. 십자봉은 처음부터 묵은 산길이 연달아 나타나기 때문에 피부를 보호하려면 긴 팔, 긴 바지가 필수라는 것. 무덥고 습한 날씨에 긴 팔, 긴 바지를 입을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의사항을 전하자 윤용만씨는 '그깟 수풀이야 뚫겠다'는 젊음의 패기를 선택했고, 변혜진씨는 키트래블의 오엠지 팬츠를 택했다. 더울 땐 반바지로 다니다가 산에서는 바지 밑단을 연결해 입을 수 있는 탈부착형 바지다. 들머리에 도착하자마자 일행 모두의 이목을 확 끌었던 아이디어 제품이다. 변씨는 "탈부착 바지는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많이 팔고 있어서 선호하는 브랜드나 소재의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낙엽송을 기점으로 이끼계곡들이 펼쳐진다.

'등산로 아님' 아님, 사실 맞음

제천 산꾼들과 주차장에서 만난 뒤 포장도로를 따라 본격적으로 십자봉 들머리를 향한다. 약 1.8km 이어지는 길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정겨운 꽃피는 산골마을이었다. 자귀나무와 능소화, 호박꽃과 무궁화가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집을 지키는 황구 한 마리는 혀를 빠끔 내밀곤 사람이 지나가도 신경을 쓰는 둥 마는 둥 늘어지게 하품을 내지른다. 시골 마을 특유의 사람 발소리가 들리면 온 마을에 진동하는 개 짖는 소리가 없다. 변씨는 꽃 이름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코로나 이후 등산을 시작한 그는 금산빠다. 늘 산에 갈 때마다 너무 예쁘고 좋아서 가는 산이 곧 제일 좋아하는 산이 된단다.

앙증맞은 십자봉, 백운산 손 글씨 안내판을 따라 마을길을 마저 잇는다. 갈림길마다 최근 설치해 놓은 십자봉 방면 이정표가 있어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특이한 건 십자봉 방면을 가리키는 이정표 반대 방향에 사유지로 이어지는 길 쪽으로 '등산로 아님'이란 표기가 돼 있단 점이다. 그냥 십자봉만 알려주면 될 텐데, 왜 그런 걸까?

"옛날엔 십자봉 등산로가 산꾼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해지다 보니까 등고선 지도만 보고 '이 능선길인가?' 하고 사유지로 막 밀고 들어와서 정상으로 치고 오르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해요. 요즘에는 그나마 GPS로 딱 찍어서 알려주니 이로 인한 갈등은 많이 줄었는데 여전히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십자봉 들머리에서 임도를 지나기 전까지는 표면이 미끄러운 너덜을 자주 지나므로 주의해서 건너야 한다.

마을길이 끝나는 지점엔 계곡을 넘는 작은 돌다리와 백운산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전혀 길 찾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십자봉 등산 안내도에는 누군가 기존 길을 지워 놓고 '이길로 가시오'라고 새겨놨다. 아마 방위를 추측해 예측하건대 길 남쪽에 있는 산상낙원캠핑펜션 방향 포장도로로 가지 말란 뜻인 것 같다. 사유지 침입이 왕성했던 때 받은 스트레스가 투영된 낙서인 셈이다. 지금은 최근에 제천시에서 세운 나무 이정표의 십자봉 방향만 잘 따르면 되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흰 큰까치수염이 주변에 도열한 오르막 도로를 넘으면 소나무 묘목이 넓게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 단지가 나온다. 이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왼쪽 십자봉 1.6km, 오른쪽 등산로 아님, 왔던 길 방향으로 원덕동 1.5km 이정표가 들어서 있다. 박준희씨가 설명한다.

"여기서 왼쪽(방위상 남쪽)이 능선을 따르는 길인데 그렇게 확 시야가 터지진 않아요. 대신 십자봉 정상이 더 가깝죠. 오른쪽은 원시림이 있는 계곡길입니다."

"오른쪽이오? '등산로 아님'이라고 돼 있는데요?"

"어라? 그러게요. 그냥 울타리가 있는 사유지로는 들어가지 말란 뜻 같아요."

그러니깐 여긴 등산로 아님이 아니라 등산로가 맞다. 눈밭처럼 새하얀 개망초 밭 틈바구니로 빨려 들어가듯 올라간다. 시작부터 웃자란 수풀들이 온 몸을 휘감아 저지해 온다. 번거롭지만 그 대신 귓가에 앵앵거리던 날벌레들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려 한결 산행이 편안해진다. 계곡을 따라 부는 한기어린 바람이 쫓아내버린 듯하다. 십자봉은 거의 1,000m에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시작 들머리도 400m 정도로 높아 오르는 일이 덜 힘들고, 더 시원하다.

덕동리 마을길에 손글씨 이정표가 정겹다.

십자봉이 아니라 촉새봉

너덜과 울창한 숲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오르막을 꾸준히 잇는다. 그러다 눈길을 단 번에 사로잡는 거대한 낙엽송 한 그루가 등산로 오른쪽에 떡 하니 솟아오른다. 이 낙엽송을 기점으로 눈부신 이끼계곡이 연달아 펼쳐진다. 더위로부터도 숨겨진 건지 가만히 있으면 몸이 떨릴 정도로 춥다. 이끼계곡 주변에 시멘트로 타설된 물체가 있어 물어보니 "취수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덕동계곡 마을주민들이 계곡을 깨끗하게 가꾸려고 엄청 노력을 많이 했어요. 상류가 오염됐는지 수시로 감시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계곡을 정비했죠. 우리 지역 산꾼들도 그래서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외지에서 오신 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이 계곡을 즐겨주시면 좋겠네요."

이끼계곡을 타고 넘으면 백운산 임도가 나타난다. 이 임도는 초보 라이더들의 MTB 입문 명소로도 유명하다. 길은 바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십자봉 능선까지 0.7km는 단숨에 쭉 밀어붙이기로 한다. 여기서부터 너덜은 사라지고 푹신푹신한 흙길이 된다.

"십자봉은 참 좋은 전형적인 육산인데 딱 하나 없는 게 있어요. 바로 조망이죠. 온통 원시림이라 주변에 백운산, 미륵산, 덕가산 등 멋진 산들이 거의 보이질 않아요."

십자봉~삼봉산 주능선 상의 안부에서 백운산 임도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지만 큰 위험은 없다.

순간 휴대폰 신호가 끊길 정도로 오지다. 볼 게 없다는 말에 입을 꾹 다물고 치고 오른다. 한 호흡 더미를 내뿜고 나니 앉아 쉬기 좋은 바위가 나온다. 천등지맥이자 주능선이다. 일단 정상까지 가자는 말에 휴식의 유혹을 끊고 다시 500m를 꼬박 걷는다. 그러자 원주시와 제천시가 각각 정상석을 세운 십자봉 정상이다. 두 정상석의 대립을 보는 순간 무언가 기시감이 뇌리를 스친다. 기억의 타래를 좇자 나타난 건 지난해 3월 본지 52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한 박영래 대기자의 마지막 인터뷰를 했던 순간이다.

'지형도에 십자봉이란 산이 있는 것만 보고 제천시 백운면으로 갔는데 주민들 아무도 십자봉이란 산을 모르는 거야. 지도를 보여주고 산 위치를 짚어주자 그제야 '아 그건 촉새봉'이란 답이 돌아오더라고. 정상이 촉새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촉새봉이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이 촉새와 비슷한 참새과인 십자매의 한자를 따서 십자봉이라 바꿔 붙인 거지.

덕동계곡은 맑고 깨끗하며 물놀이하기 딱 좋도록 관리돼 있어 주변 지역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는 피서지다.

빨간색 산행리본 안부가 분기점

내가 처음으로 기사를 내고 이 문제를 지적했어. 그래서 가끔 십자봉 밑에 촉새봉이라 병기한 지도가 나오곤 했지만 어느 순간 뚝 끊겼지. 지금도 계속 십자봉으로 인쇄되고 있어 너무 안타까워.'

제천시청에서 관리하는 제천향토문화백과에도 십자봉의 본래 이름은 촉새봉이라고 나와 있다. 이에 관해 문의하자 제천시청 관계자는 "십자봉 지명유래를 꼼꼼히 확인한 후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지금껏 지명은 시를 출발해 도, 국가 지명위원회를 모두 거쳐야 변경 가능했으나 지난 6월부터 공간정보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각 지자체 차원에서 바로 바꿀 수 있게 됐으니 조속한 조치가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 '양안치'에서 ㄴ을 긁어내고 양아치라고 된 것도 재밌는데요? 누가 장난친 건가?"

십자봉 정상에서 원주 방면으로 가는 이정표에 적힌 양안치를 누군가 전부 양아치로 바꿔 놨다. 찾아보니 원주도 십자봉 지명 유래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원래 양안치로 불렀는데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지도에 양아치라고 써놓은 탓에 양아치로 고시돼 있다는 것.

덕동생태숲의 늘씬한 낙엽송과 잣나무 사이에 설치된 조경전망대.

여전히 바로잡지 못한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삼봉산 방면으로 길을 잇는다. 정상석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덕동계곡으로 돌아가는 능선길, 정상석 정면으로 난 길이 삼봉산으로 가는 길이다.

발밑은 분명한데 눈 밑은 그렇지 않다. 싸리나무와 수풀들로 인해 도대체 뭐가 보이질 않는다. 오지의 맛이 강렬하게 뺨을 스친다. 완전히 등산이 아니라 탐험을 하는 꼴이다. "삼봉산은 워낙 오지라 광복 직전까지 호랑이가 떼를 지어 살았다"는 설명이 실감이 났다. 그래도 가시나무 없이 싸리나무나 기타 잎이나 가지가 부드러운 수풀들이라 옷을 꿰뚫고 피해를 주진 않는다.

몇 번의 오르내림을 끝내면 백운산 임도로 내려서는 분기점이 되는 안부다. 빨간색 산행리본에 No. 53+17, No. 53+15라고 적힌 것이 표식이다. 완전히 잊힌 옛길이지만 희미한 흔적은 남아 있다. 푹신한 흙을 미끄러지듯 부담 없이, 하지만 방심하지 않고 한 걸음씩 조심해서 내려간다. 칡이 동굴을 이룬 터널을 지나면 얼마 가지 않아 임도다.

오른쪽 덕동생태숲으로 간다. 묵은 숲길을 뚫다가 뻥 뚫린 임도가 나오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재밌게도 덕동계곡 쪽으로 내려설수록, 낙엽송과 소나무 숲이 울창해진다. 양수성 나무들이 능선으로 밀려나고, 계곡엔 참나무가 많은 것이 숲의 일반적인 천이 과정인데 이곳은 역전돼 있다.

십자봉 정상에는 원주시와 제천시가 각각 세운 정상석이 대결하듯 설치돼 있다.

덕동생태관 목재공예체험 강추

임도 끝에 덕동생태숲 차단기에 이르니 임도 신설 공사 중 출입금지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천시청 관계자는 "백운산 쪽에 공사가 진행 중이라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이번 취재 산행 코스로 산행할 경우 임도에 내려서서 꼭 백운산 쪽으로 가지 말고 덕동생태숲 방면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덕동생태숲은 충북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조성한 산림욕장이다. 조경전망대와 걷기 좋은 탐방로, 오감체험장, 생태탐방로 등이 굵직굵직한 낙엽송과 잣나무 사이로 펼쳐진다.

특히 이곳에 들렀을 때 꼭 해야 할 건 목재공예체험. 숲에서 나는 나무와 열매, 씨앗 등을 갖고 여러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비는 무료다. 월요일 휴관이고 그 외엔 10시부터 17시까지 운영한다. 그 중에 방문하면 언제든 체험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주말에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가, 담당 선생님이 출장 등의 일정으로 자리를 비울 수 있어 사전에 덕동생태관(043-220-6214)에 가고자 하는 날, 시간에 체험이 가능한지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꼭 직접 만들어보지 않더라도 선생님들과 그 제자들이 만든 기상천외하고 정성어린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덕동생태관을 마지막으로 산행은 끝이다. 이제는 차를 회수하기 위해 1km의 도로만 마저 이으면 된다. 차를 가지러 혼자 다녀오겠다 말하고 뒤를 돌아보니 일행들은 다리 밑으로 내려가 땀에 흠뻑 젖은 몸을 덕동계곡에 던진다. 저 계곡수가 얼마나 차가운지 알기에 보기만 해도 더위가 싹 가신다.

덕동생태관에선 목재공예체험을 즐길 수 있다.

산행길잡이

원래 십자봉은 동서남북 모두 무궁무진한 산행 코스를 갖고 있다. 긴 지맥산행도 가능하고, 원주에서 제천을 넘나드는 종주 산행도 된다. 예컨대 원주 천은사 계곡에서 올라 덕동계곡으로 하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수의 길이 퇴색됐다. 옛 길들을 알려주던 산행리본은 해졌고 길 위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다. 그나마 뚜렷한 십자봉~삼봉산 능선도 길이 굉장히 묵어 있어서 긴 팔, 긴 바지를 입어야 진드기나 수풀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그래서 십자봉 산행은 덕동계곡 피서를 온 김에 십자봉만 돌아보거나, 삼봉산을 연계한 종주산행을 하는 경우 두 방식으로 좁혀진다. 십자봉에서 덕동계곡 방면으로 난 두 가닥의 길 중 북쪽은 계곡길, 남쪽은 능선길이다. 보통 계곡길로 올라 능선길로 내려선다.

십자봉에서 삼봉산까지 산행할 경우에는 날머리를 화당리 마을회관 방면으로 잡는다. 화당초등학교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건 길이가 너무 길어 삼봉산 남쪽 벌목지의 계곡이나 능선길을 따라 바로 화당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양 끝을 잇는 교통편이 불편하므로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거나 차량을 여럿 운행해 미리 길 반대편에 갖다 둘 수 있는 경우에 추천하는 코스다.

교통

주 산행 기점인 덕동계곡이 제천에 속해 있지만, 수도권에서 접근할 경우에는 원주로 가는 편이 낫다. 제천 시내에서 오는 대중교통편이 하루 딱 1회(895번 버스, 06:05) 운행하므로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 택시도 워낙 오지 지역이라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취재진은 원주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한 뒤 원주 현지에서 쏘카 차량을 이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덕동계곡공영주차장은 일반 내비 앱에서 잘 검색되지 않는데 이럴 경우 '원덕동슈퍼'를 목적지로 운전하면 된다.

숙식(지역번호 043)

제천시 백운면에 맛집으로는 별채와 열두달밥상이 꼽힌다. 열두달밥상(643-0888)은 '2019 코리아 월드 푸드 챔피언십' 대상을 수상한 김영미 대표가 운영하는 약선 요리 식당으로 정갈하고 품격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마솥 약초밥상(1만5,000원)과 토종 하얀 민들레밥(1만 5,000원)이 대표 메뉴.

별채(649-6000)는 리조트 리솜 포레스트 내 위치한 주점이다. 한우육전(3만6,000원)과 해물파전(2만6,000원) 등의 안주와 직접 제조한 유기농쌀막걸리(7,000원)가 별미. 숙박하지 않아도 방문할 수 있다.

지도 _ 특별부록지도 참고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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