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6년 만에 北인권회의 개최…한미일 "안보 문제" vs 중·러 "위선"(종합)

김현 특파원 김민수 기자 2023. 8. 18.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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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반대 안해 절차투표 없이 안건 채택…탈북자 김일혁씨 北인권참상 증언
한미일 등 서방 "北인권은 안보 문제"…중·러 "국제 평화·안보 위협 아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미일 등이 공동으로 제출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TV 화면 캡처.

(워싱턴·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김현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17년 12월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공개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이 순회의장국을 맡고 있는 안보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알바니아가 공동으로 제출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토의 안건을 상정해 절차투표 없이 채택했다.

당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인권 공개토의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들 국가는 이날 안건 채택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미국 등이 절차투표에서 안건 채택에 필요한 9개국 이상의 찬성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원국들의 발언에 앞서 볼커 투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북한에 고문과 강제노동 등 인권탄압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탈북민 출신인 김일혁씨도 참석해 북한 인권 상황을 증언했다.

투르크 대표는 "현재 수천 명의 북한 주민들이 본국으로 송환될 위험에 처해 있고, 그곳에서 고문이나 구금, 기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수 있다"며 "모든 국가가 북한 주민들을 강제송환하는 것을 자제하고 필요한 보호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 여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북한) 여성들은 비인간적인 상태로 구금돼 있고, 북한 당국자들에 의해 고문과 학대를 받는 강제 노동과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자 출신인 김일혁씨가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2017년 이후 약 6년 만에 개최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개 회의에서 북한 인권 참상에 대해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TV 화면 캡처.

2011년에 탈북해 남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일혁씨는 북한 주민의 인권 참상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미사일 한 발에 쓰는 돈은 우리를 3달간 먹일 수 있는 것"이라며 북한 정부에 주민들을 위한 정책은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특히 한국말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길 바란다.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북한 정권을 비판했다.

한미일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은 안보리가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자 중 하나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 등 많은 인권 침해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다"며 "(북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복지를 도외시한 채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안보리는 이같은 북한의 인권 침해와 역내 및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불안정한 영향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선 김씨의 용감한 증언을 외면하거나 이번 회의를 우리의 적대감에 대한 또 다른 증거라고 부를 것이라고 짐작되는데, 이는 매우 냉소적이고,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국제적 책임으로부터 북한 정부를 보호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기도 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2017년 이후 약 6년 만에 개최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TV 화면 캡처.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유엔 헌장에 명시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명백한 위배이며,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북한 정권이 주민 복지에 써야 할 자원을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인권 침해는 북한 주민들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대한 국가안보 문제다. 북한의 인권 문제와 WMD 문제는 매우 현실적으로 얽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대처하지 못하면 핵 문제의 해결도 바랄 수 없다"면서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총제적 접근을 해야 하고, 저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앞으로 안보리 임기 동안 북한 인권 및 핵확산 방지 분야를 모두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대사는 "10여년 전 유엔 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총체적인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했다"며 "(그러나) 오늘날에도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이며, 심지어 개선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시카네 대사는 "북한의 인권유린과 군국주의적 야심의 추구 사이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이같은 깊은 우려에 대처하는 것은 안보리 임무의 명확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부대사가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2017년 이후 약 6년 만에 개최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TV 화면 캡처.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서방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는 "위선"이라는 논리를 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중국은 안보리의 북한 인권 상황 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뒤 "유엔 안보리의 주된 책임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처하는 게 아닌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다.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겅 대사는 "현재 한반도의 정세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대립은 심화됐다"면서 "모든 당사국들은 평화와 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상호 도발과 긴장고조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복잡하고 민감한 시기에 안보리는 대화를 재개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겅 부대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논의하도록 안보리를 밀어붙이는 것은 상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이는 무책임하고 건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로 북한의 주민들의 복지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우려한다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러시아 차석대사도 이번 회의 개최에 대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한 뻔뻔한 시도"라며 "이번 회의는 현지 상황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폴랸스키 차석대사는 이번 회의 개최는 "유엔 안보리 권한에 배치된다. 인권 문제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우선적으로 논의된다"고 했다.

그는 "오늘 회의 개최는 미국과 동맹들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역내에서 미국과 동맹들의 무모한 긴장고조 행동에 대한 주의를 분산하려는 냉소적이고, 위선적 시도"라며 "한미일은 소위 확장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역내 군사활동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바로 그들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진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측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안보리 회의가 종료 후 한미일 등 52개국 대표들은 유엔본부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유엔 회원국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는 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북한 인권 상황과 국제 평화 및 안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북한 정권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물론 대북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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