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등 켜진 소래포구서 살아있는 꽃게·대하 직접 잡아보세요 [지방기획]

강승훈 2023. 8. 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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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축제 9월 15∼17일 열려
재래식 포구의 추억과 낭만이 물씬
축제장 입구 ‘어등 경관 거리’ 조성
개·폐막식에 유명가수들 대거 공연
해오름 광장에 1600명 수용 놀이터
곳곳 안전사고 막을 통제 인력 배치
음식가격 상한제 실시 ‘바가지’ 근절
한강까지 이어지는 유람뱃길 조성
소래관광벨트 조성사업 효과 기대

인천 소래포구가 널리 알려진 때는 1930년대다. 1934년 소래 염전이 들어섰고 1937년 국내 유일의 협궤열차인 수인선 개통에 따른다. 작은 나루터에 불과했던 소래포구가 새롭게 변신했던 것이다. 이후 일제 수탈의 아픈 역사를 지나 1970년대부터 현재의 모습을 점차 갖췄다. 1974년 인천 내항이 준공되면서 갈 곳 없어 인천항에 머물던 새우잡이 동력선이 대거 몰리면서 새우 파시가 열렸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꽃게와 새우 등 수산물이 수인선을 통해 팔려 나가고 싱싱한 해산물은 관광객에게 판매되면서 수도권 최대 어항으로 거듭났다.

수도권 대표 해양 축제 ‘소래포구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3회째다. 소래포구를 주 무대로 해마다 40만명 이상이 들러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재래식 포구에서 추억과 낭만의 정취를 느끼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및 문화 행사로 많은 이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소래포구 특산품을 접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래포구 광장에 설치된 꽃게 조형물 앞으로 오가는 많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천 남동구 제공
◆꼬박 1년 기다린 반가운 소식

17일 남동구에 따르면 9월 15∼17일 사흘간 열리는 소래포구축제는 지난 일정에 비해 소래 바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포인트를 뒀다. 소래포구의 특성과 환경을 적극 활용한 콘텐츠가 곳곳에 배치돼 관광객들의 흥미를 돋울 예정이다. 개폐막식 공연은 가수 에일리, 자이언티, 다비치 같은 전 연령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구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한다.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소래포구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고유한 매력과 가능성을 가진 지역의 중요 자원”이라며 “소래포구와 남동구 더 나아가 인천에 국내외 관광객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처음 주관하는 남동문화재단은 소래 바다 상징성에 주목했다. 기존에도 소래포구만의 특성을 담았지만 올해는 더욱 깊숙이 들어가 프로그램 곳곳에 바다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반영했다. 세부적 콘셉트로 포구(경관), 수산물(먹거리), 어시장(삶), 상인(사람), 염전·협궤열차(기억)를 내세워 여러 내용을 기획했다.

운영장 주변 경관을 십분 활용하고 아우른다. 현지 특산물이 활용되는 다채로운 상품을 선보인다. 동시에 삶의 현장인 소래포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상인을 전면에 내세운다. 더불어 과거 기억을 담고 있는 이들의 영상을 만드는 등 본래의 진정한 의미를 담았다. 구는 소래포구 관광벨트 프로젝트의 본궤도 진입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22회 소래포구축제'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준비 끝나… “환영합니다”

주제별 세부 프로그램을 보면 경관 부문에서 ‘어등 경관 거리 조성’이 눈에 띈다. 시민들이 직접 제작에 나선 어등을 축제장 초입에 전시해 바다와 어우러진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래 아트 마켓’은 지역 예술인이 참여해 수공예품을 완성하고 판매하는 그야말로 벼룩시장이다. 다음으로 먹거리 대표 콘텐츠는 꽃게 잡기와 대하 맨손 잡기 체험이다. 구는 해오름광장 일대에 하루 16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놀이터를 열고자 한다. 낚싯대로는 꽃게를, 두 손으로 대하를 들어 올린다. 어린이 보트낚시 및 염전, 협궤열차 등 가족 단위 참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즐길거리에 벌써부터 흥분감이 고조된다.

삶 중심으로 ‘소래바다 드론쇼’, ‘소래포구 스토리북’ 두 가지가 예고됐다. 다양한 문구와 이미지를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 수놓을 예정이다. 또 한글 자음별 50개의 키워드를 뽑아 소래포구에서 보낸 인생을 기록하고 관광 안내서로도 쓴다. 별도로 관내 초등학교에 배포해 교육 자료로 제공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무엇보다 사람이다. 남동구민 7명의 참여로 총 8종의 ‘소래 in(人) 모델 포스터’를 제작했다. 포스터별 청년·중년·건어물·젓갈 상인을 비롯해 경매인, 어부 등으로 나뉜다.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기억과 관련해서 ‘기억 기록 영상’은 토박이의 기억, 소래포구로 시집온 여성의 기억, 청년 상인의 기억, 소래 염전에 대한 기억, 소래포구 화재에 대한 기억 등 5개로 짜였다. ‘소래 머드 체험’의 경우 갯벌과의 연관성을 지니면서 머릿속에 새겨 둔 생각이 다시 떠오를 수 있도록 고민했다. 이외 수산물 경매, 버스커 콘서트, 어린이 EDM(전자댄스음악) 파티 및 바다 인형극, 바다 시네마 콘서트, 로봇 군무 등을 보면서 생동감까지 느낄 수 있는 내용이 무척 풍성하다.
소래포구축제 행사장에서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층 높아진 수준 ‘불만 제로’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관광객 유치 및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선정하는 ‘K컬처 관광 이벤트 100선’에 뽑혔다. 문화관광축제로의 승격을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축제의 내실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구가 빈틈없는 준비에 공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우선 주위 여건을 감안한 최적의 무대를 끌어낸다. 관광객의 동선에 맞춰 행사장을 배치하고, 포토존 등 특색 있는 공간이 조성되도록 했다. 저녁 시간을 책임질 어등거리는 협궤열차·꽃게의 본래 시설물에 더해 소래포구 등대, 축제 문주, 대형 범선 등 새로운 구조물에 조명을 입혀 전반을 아름답게 꾸민다.

장소뿐 아니라 안전한 휴게 공간에 오래 머물기 좋도록 만들고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릴 때의 대비책도 철저히 세운다. 상가의 협조를 얻어 열린 화장실을 운영하는 등 필요한 경우 전체적인 규모를 늘린다. 또한 뮤지션의 공연 과정에서 관람객 쏠림에 따른 안전사고 방지 차원에서 통제 인력을 배치시킨다. 비상시 빠른 대피도 안내한다. 최근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던 바가지 요금 근절은 필수다. 구는 먹거리 가격과 사진 등을 미리 공개하고 음식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만족도를 향상하기로 했다. 또한 문체부의 현장 모니터링을 통한 합동점검으로 관광객의 불편함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다.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소래포구 정체성 잘 지켜 전국 관광명소로 만들 것”

“지나온 정취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밝은 모습을 한자리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박종효(사진) 인천 남동구청장은 1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올해 새롭게 바뀐 소래포구축제 프로그램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2001년 시작해 이제 인천을 넘어 명실상부 우리나라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취임 2개월 만에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앞서 2019∼2020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감염병 여파로 전면 취소됐고, 2021년에는 축제 규모를 대폭 축소해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가장 중요한 건 소래 바다의 상징성을 가득 담은 콘텐츠다. 남동문화재단 주관으로 소래의 과거와 오늘, 미래를 나타내는 9개의 대표 콘텐츠를 선보인다. 박 구청장은 “바다는 추억과 낭만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매일 생계를 이어 가는 장소임에 틀림없다”며 “선이 굵은 역사만큼이나 앞으로가 더욱 기다려지는 참모습을 보여 주는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적인 특색이 유독 두드러진다. 어시장과 습지생태공원을 알리는 예술인의 버스킹 공연부터 관내 출신 예술인·가수들이 참여하는 남동 인(in·人) 콘서트, 무용 공연, 소래포구의 모든 것을 주제로 한 공모전까지 무척이나 다채롭다.

박 구청장은 “여러 행사를 다니며 생각했지만 중요한 건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갈수록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며 “주민의 든든한 응원을 기반 삼아서 소래포구가 전국적 관광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연장선에서 소래관광벨트 조성 사업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전망된다. 2026년까지 논현동 생태공원∼해오름광장∼고잔동 아암대로를 연결하는 레일바이크 둘레길 설치에 더해 경인아라뱃길을 거쳐 한강까지 이어지는 유람 뱃길이 활짝 열리는 게 핵심이다.

홍보대사를 자청한 박 구청장은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소래의 숨은 가치까지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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