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여유로이 동네 한 바퀴 '평창 진부면'

이성균 기자 2023. 8. 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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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부면은 여행하기 꽤 좋은 지역이다. 오대산국립공원(월정사, 상원사 등)이라는 확실한 랜드마크가 있고, 청량한 오대천 주변으로도 걷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 게다가 평창군내에서 제일 넓고, 인구도 제일 많은 지역이라 사람이 모일 만한 공간도 있다. 특히, 3, 8일에 장이 열리는 진부면 재래시장은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하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다양하다. 둘러보는 맛이 있는 시장이다. 수도권의 화려함은 없지만, 한없이 따뜻하고 정겨운 진부면을 한나절 동안 돌아다녔다.

평창역에서 본 평창군 풍경

●정겨운 재래시장 속으로

진부전통시장이 있는 하진부리는 아담한 동네다. 정겨운 옛 모습이 남아있어 동네 곳곳을 거닐다 보면 30~4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 건, 단순히 낡고 오래된 지역이 아니라 잘 정돈돼 있으면서도 레트로한 분위기가 풍기다는 점이다.

진부전통시장도 마찬가지. 3·8일이 들어간 날에 열리는 5일장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고 시골의 인심도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이다. 진부면의 주요 농산물인 감자, 당근, 양파, 고랭지채소, 약초, 표고버섯은 물론 한우와 생선 등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시장이다. 또 옷, 생활용품 등 쇼핑할 만한 것들도 고루고루 준비돼 있다. 구경만으로도 몇 시간은 거뜬하다.

다채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도 시장 구경의 즐거움. 시장 길목에서 강원도의 맛을 즐길 수 있는데, 메밀전병, 메밀부침개, 수수부꾸미, 올챙이국수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도넛과 핫도그,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등도 심심한 입을 달래기에 좋다. 식당처럼 정돈된 느낌은 아니지만 시끌벅적한 시장 한복판에서 즐기는 진부의 맛은 좀 더 색다르게 다가온다.

시장 근처 식당도 여럿 있는데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면 국밥도 괜찮다. 포항 죽도시장을 비롯해 전국 유명 시장 근처에는 소머리국밥 맛집이 많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상인들의 기력을 보충하기에 이만한 음식이 없으니 소머리국밥을 내는 곳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일관

진부 재래시장 근처에도 국밥 한 그릇 하기 괜찮은 식당이 있고, 시장 근처에 어울리는 장터국밥(소고기+무청, 얼큰한 맛), 소내장탕, 선지해장국도 준비돼 있다. 배불리 먹고 호떡 등으로 입가심하는 것도 좋으니 다시 시장으로 들어가면 된다. 물론 오대천으로 발길을 옮겨 여행의 후반전을 시작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국일관

참고로 10월7일까지 진부전통시장에서는 평창의 음식과 술이라는 주제로 오마이갓 야시장과 진부나들장(매주 토요일)을 진행한다. 진부 전통 갓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을 만날 수 있으며, 평창에서 생산되는 5가지 주류(독도소주, 평창감자술, 막걸리, 수제맥주, 와인)도 시음 및 구매할 수 있다.

●오대천의 흐름을 따라

진부면 오대산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는 하천이 '오대천'이다. 진부면에 활기와 생명을 불어넣는 물줄기인 셈이다. 진부면 재래시장이 있는 하진부리까지도 오대천의 흐름은 이어진다. 여행자에게는 편안한 쉼을 선사하는 천변이다.

물줄기를 따라 걸으면서 진부면의 소소한 일상에 스며들고,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오대천과 함께 하진부교, 사남산 등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여름을 형상화한 것 같다. 또 오대천을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는 데크길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으레 그렇듯 물이 있으면 주변에 근사한 공간도 있기 마련. 리버뷰를 만끽하며 특별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메미리카노'로 유명한 엘림커피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실내와 오대천을 바라볼 수 있는 테라스를 모두 갖추고 있어 취향대로 즐기면 된다. 메뉴도 상당히 다양한데, 음료 메뉴에서는 시그니처인 메미리카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봉평 타타리메밀과 스페셜티 커피를 블렌딩해 커피 맛과 메밀의 구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보적인 메뉴다. 이질감 없이 두 재료가 어울리는데, 처음에는 메밀의 그윽한 향이 강렬하게 다가오고, 마지막에는 커피가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엘림커피

또 바닐라시럽 커피 위에 메밀크림과 볶은 메밀이 올라가는 메밀크림라떼도 대표 메뉴다. 드립 커피 리스트 또한 탄탄하다. 에티오피아, 케냐, 콜롬비아, 브라질, 코스타리카 싱글 오리진 커피는 물론 파나마 게이샤, 에티오피아 게이샤, 사키소, 코케허니, 예멘 모카 마타리 등 스페셜티도 준비돼 있다. 이밖에도 라떼, 아인슈페너, 아포가토, 맥주, 에이드, 차, 스무디 등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엘림커피

음료와 곁들일 수 있는 무화과 파운드, 단호박 파운드, 애플타르트, 소금빵, 육쪽마늘빵, 대파빵, 쿠키 등도 있다. 여행의 쉼표를 찍기 위한 최적의 공간인 셈이다. 진부재래시장과 오대천을 충분히 즐긴 후 이곳에서 잠깐 쉬었다가 월정사와 오대산국립공원으로 여행을 이어가면 딱 좋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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