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아씨 두리안'] 물음표만 남기고 떠난 드라마

우다빈 2023. 8. 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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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방송된 TV조선 '아씨 두리안' 최종회
최명길 치매 엔딩에 시청자들 '당황'
지난 13일 TV조선 '아씨 두리안'의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TV조선 영상 캡처

'아씨 두리안'이 황당무계한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호연이 무색할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전개는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못했다. 특히 극 중반부터 주인공이 박주미에서 최명길로 바뀐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생뚱맞은 흐름이 내내 전파를 탔다.

지난 13일 TV조선 '아씨 두리안'의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작품은 단씨 집안의 별장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때마침 월식이 진행된 순간 등장한 정체 모를 두 여인과 단씨 일가의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시대를 초월한 운명이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단씨 가족의 파멸이 담겼다. 백도이(최명길)가 주남(곽민호)을 남편이라고 가족들에게 소개하자 시어머니를 사랑했던 장세미(윤해영)는 격노했다. 사돈 관계를 뒤늦게 알았다는 두 사람에게 가족들은 난색을 표했다. 이후 돌연 가정부가 가족들 앞에서 단등명(유정후)과 김소저(이다연)가 부부였으며 단치정(지영산)과 두리안(박주미)이 부부였다고 폭로했다. 결국 두 사람은 단씨 가족들의 전생을 고백했다. 박언(유정후)이 죽은 후 식음 전폐한 김소저가 기도 끝에 현생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단치정은 고우미(황미나)와의 결혼 약속을 깨고 두리안과 결혼하겠다고 선포했는데 두리안은 단치감(김민준) 품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 과거의 굴레처럼 이은성(한다감)이 두리안에게 단치감의 아이를 낳아달라고 하자 두리안은 연못으로 들어갔다. 이에 단치감도 연못으로 향했고 우연히 주남 역시 연못에 발을 담갔다.

이후 두리안과 단치감이 전생으로 돌아가 함께 도망갔다는 것이 암시됐다. 현생에 남은 김소저는 단등명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배우로 성공했다. 고우미와 결혼했던 단치정은 자신이 키운 딸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특히 백도이는 치매에 걸려 가정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시청자들의 외면 자아낸 시대 역행

작품은 '보고 또 보고' '하늘이시여' '인어 아가씨' '신기생뎐'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를 집필한 임성한 작가가 최초로 선보이는 판타지 멜로 장르라는 수식어로 큰 기대를 받았다. 그간 전생 또는 귀신 등 사후세계에 대한 소재를 꾸준히 활용했기 때문에 '아씨 두리안'에서 피디 작가가 본격적으로 풀어놓을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아씨 두리안'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잡하다. 인물들의 대사가 소모적인 대화에 주로 쓰인다. 이는 전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에서도 크게 부각됐던 방식인데 시청자들에게 혼란스러움만 남겼다.

두리안과 김소저가 운명의 굴레를 끊어낸다는 결말이 너무 많은 인물들의 서사를 담아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변질됐다. 대표적으로 백도이와 단치감이 가장 불행한 엔딩을 맞았는데 이들이 권선징악의 철퇴를 맞아야 할 만큼의 악인으로 그려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극 중반부부터는 두리안보다 백도이가 더 많은 분량과 서사를 가져가면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백도이가 클럽에 가서 노는 장면이나 며느리의 사랑을 거부하는 장면들은 파격적이기도 했지만 분명 백도이의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방식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백도이의 치매 결말이 보는 이들에게 물음표를 남긴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라는 테두리 안에서 당위성 없는 전개를 그려내는 것은 제작진의 직무유기다. 초반 화제성을 장악했던 시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며느리 윤해영, 그의 남편 전노민, 최명길의 새 남편 곽민호는 어떻게 됐는지조차 설명하지 않는다. 소모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도 지나치게 불친절한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씨 두리안'의 파격 엔딩을 '새로운 패러다임', '독보적 상상력'이라고 홍보하는 모습이 자화자찬에 가깝다. 시청자들도 납득시키지 못한 드라마가 패러다임을 자신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피비 작가의 신작들은 이전만큼의 기대를 자아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최종회는 8.1%를 기록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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