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일본 우수 학교건축 답사기 2-지역의 중심이 되는 요시카와시립 미나미소학교

임오연 건양대학교 의료공간디자인학과 교수 2023. 8.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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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연 건양대학교 의료공간디자인학과 교수

사이타마현 요시카와시에 있는 미나미소학교.130m에 달하는 동서로 긴 3층 교사동과 운동장을 갖춘 이 초등학교의 첫인상은 보통의 일본 소학교에 비해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큰 규모를 가지게 된 이유는 학교가 위치한 미나미지구는 신시가지로, 인구급증으로 인해 학교뿐만 아니라 주민 공공편의시설이 부족해 이러한 지역 수요를 고려, 학교와 지역주민센터, 노인주간보호센터, 육아지원센터, 어린이 보육시설 등의 복합화시설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스마트스쿨이라는 미래학교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공간재구조화(공간혁신), 그린, 스마트, 복합화, 안전의 5가지가 미래학교조성시 반드시 반영해야 할 중요한 핵심 요소로 규정돼 있다. 여기에서 복합화란 학교에 문화·체육·복지 등 주민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복합 및 입체적으로 설치 운영해 학생에겐 더욱 향상된 교육환경을 제공해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지역주민에겐 삶의 질 향상 및 평생교육의 장을 제공해 자원 이용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과 지역민이 함께 이용하는 복합화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점은 학생과 지역주민의 물리·시간적 운영 방안계획이다. 미나미소학교에서는 1층에 지역민이 이용하는 복합화시설을 동측존에 배치하고 외부 전용의 출입구를 뒀으며, 학교에서 개방가능한 체육관, 음악실, 기술실(메이커스페이스), 가정요리실 등의 특별교실을 서측존에 배치하고 지역주민의 동선을 연계했다.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인 일반교실과 도서관, 과학실, 컴퓨터실 등의 특별교실 및 교무실과 회의실을 2층과 3층에 배치해 동선이 분리될 수 있도록 수직조닝으로 배치했다. 1층엔 복합화시설 동측존과 특별교실 서측존에 2개의 중정을 조성해 학교와 지역민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또한 지역주민과 함께 사용하는 복합화 시설 이용 시간이 학교는 평일 오전 8시-오후 5시, 주민센터는 오전 8시-오후 8시, 고령자시설은 오전 9시-오후 4시 등 각각 정해져 운영된다.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2층과 3층은 중정을 중심으로 2개 동으로 분리돼 교실이 배치되어 있고 복도가 넓고 교실 문이 복도 쪽으로 모두 열려 교실과 복도가 연결된 개방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교사동을 잇는 넓은 연결통로는 다목적실로 쓰이고, 학생들의 생존수영을 위한 전용 수영장도 조성돼 있다.

복합화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점은 지역주민과 공동으로 사용할 공간에 대한 결정이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방해받지 않는 범위인 운동장, 야외휴게 쉼터, 체육관(다목적 강당) 등을 복합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보다 합리적인 복합화를 위해서는 인근에 부족한 공공시설에 대한 지역 수요를 기반으로 학교에서 공용사용이 가능한 공간에 대한 협의가 일차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에 공공체육시설, 문화생활복지시설, 도서관, 생태학습이 가능한 공원 등이 부족한 경우 학교시설 중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필요 면적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 부산 사직초등학교에서는 외부에서 접근이 용이한 주 출입구에 인접해 지역주민과 함께 사용가능한 복층의 카페형 도서관을 조성했으며, 금양초등학교에서는 메이커스페이스 및 전문 학습의 특별교실 등을 복합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복합화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점은 공용사용공간에 대한 예산 협의이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 차원에서 학교와 공공시설의 주체인 교육청과 지자체에서의 적정한 배분과 함께 인력배치 및 운영비, 운영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야 한다. 미나미소학교의 경우 소학교와 주민센터는 교육청 소속으로 관리 운영도 직접하고 있으며 노인주간보호센터, 육아지원센터, 어린이보육시설의 경우는 모두 지자체 소속이다. 관리운영자체는 시설마다 별도로 지정하고 있다.

학생들은 복합화에 따라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치아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고 어르신들을 운동회에 초대해 학생들에게 좋은 글을 읽어주는 행사를 벌여 세대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

불편한 점은 항상 개방되어 있어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학생 안전 확보에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학교에서의 복합화를 추진하는 데는 사전에 검토해야 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은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 복합화 요소는 학교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학교시설이 지역사회의 거점 공간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지역주민 전체와 함께 씩씩하게 성장한다면 학습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환경이 다기능화되며, 모든 세대가 이용하기 편한 공간으로 조성돼 세대를 아울러 공감하는 교류의 장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지역사회라는 테두리에서 교사와 학생, 지역주민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조성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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