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손바닥문학상 주제는 ‘오늘의 날씨’

구둘래 기자 2023. 8. 15.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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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일본 아이치현 오부시에서 잠깐 머무른 요시코씨 집은 '도요타홈'이었습니다.

설계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 배달된 집을 받아서 미리 파놓은 공간에 넣으면 됐기 때문에 하루 만에 완성됐다고 합니다.

요시코씨 집은 지붕에 태양열 패널을 얹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요시코씨는 "겨울에는 전기요금을 내지만 여름에는 쓰는 전기를 충당하고, 남는 건 판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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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어떤 기억나는 날들의 날씨.

2018년 여름 일본 아이치현 오부시에서 잠깐 머무른 요시코씨 집은 ‘도요타홈’이었습니다. 설계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 배달된 집을 받아서 미리 파놓은 공간에 넣으면 됐기 때문에 하루 만에 완성됐다고 합니다. 요시코씨 집은 지붕에 태양열 패널을 얹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요시코씨는 “겨울에는 전기요금을 내지만 여름에는 쓰는 전기를 충당하고, 남는 건 판다”고 했습니다. 집은 조금 뜬 마룻바닥 아래에 모든 전기시설과 에어컨 설비가 든 형태로, 온종일 에어컨을 가동하니 전기를 많이 먹는 집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여름에는 전기를 쓰고 돈을 받다니…. 유난히 더웠던 그해, 일본에선 에어컨이 있는데도 틀지 않고 더위를 참다 온열질환이 생긴 노인이 많아서, ‘에어컨을 틉시다’라는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우산 장수 부채 장수 형제’ 어머니처럼 걱정했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걸을라치면, 참을 수 없이 뜨거우면서도, 아 이게 요시코씨 집에서는 전기에너지로 바뀌고 있겠구나, 했습니다.

한국에도 태양열 패널을 설치한 집들의 효율은 꽤 높습니다. 3㎾짜리 태양열 패널로 한 달 평균 309㎾를 생산해 187㎾를 사용했습니다. 잉여율은 60%였습니다(에너지경제연구원 ‘주택용 태양광 설치 가구의 전력 생산·소비 특성 분석’, 2022년). 밤 동안에는 전기를 받아서 쓰고, 낮에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으로 보내는데, 그러고 나면 전기요금이 여름에도 1만원 이하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태양열 주택의 경우 마음 놓고 전기를 쓰는 부작용이 있다네요.

밴드 페퍼톤스가 노래 <뉴 히피 제너레이션>에서 “햇살엔 세금이 안 붙어 참 다행이야”라고 했는데, 전남 신안군은 오히려 제너레이션(발전)을 통해 ‘연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햇빛연금’입니다. 1만~2만원이 아니라 분기당 수십만원 수준입니다. 7년 뒤 모든 군민에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햇빛연금을 지급한 뒤로 이 대표적인 소멸지역은 나빠지기만 하던 마이너스 인구성장을 극적으로 전환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효율이 높다’며 원전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동조한 보수지들은 효율적인 원전을 멈추고 비효율적인 재생에너지에 전력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했다며 전 정권을 탓합니다. 일본 정부보다 더 나서서 바닷물을 먹어대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이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것도 이런 ‘친원전’ 행보의 연장선이겠죠. 이런 행보의 다른 한편에 재생에너지 깎아내리기가 있습니다. 감사원은 태양열 패널을 설치한 뒤 불법 지원금을 받은 곳을 대대적으로 적발하고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태양열 패널을 설치한 것이 중죄라도 되는 양 착각을 일으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형 FIT(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발전차액지원제도) 역시 폐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효율’을 몰라서 원전을 몰아내고 재생에너지로 방향을 트는 것일까요. 한국은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가장 낮습니다. 바로 위의 미국은 21%고, 한국은 8%입니다(국제에너지기구 2021년 기준).

<한겨레21>은 2023년 제15회 손바닥문학상의 주제를 ‘오늘의 날씨’로 정합니다. 어제까지는 분명 열대야였는데 오늘은 대형 태풍이 올라오는 것을 시시각각으로 확인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2년 ‘지구’에 이어 올해도 심상찮은 환경을 주제로 삼게 됐습니다. 태양이나 태풍 모두 좋은 주제가 될 것입니다. 심사위원을 정비하고, 공식적인 알림은 10월 중순에 나갈 예정입니다. 독자분이 주신 “손바닥문학상 주제 공개가 일찍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따랐습니다. 차분히 그리고 뜨겁게 준비해주십시오.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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