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두 작가…프리즈 위크 한국 대표로
자화상으로 변신 꾀하는
이우성 ‘여기 앉아보세요’
질서정연한 추상화 특색
지근욱 ‘하드보일드 브리즈’
쟁쟁한 원로·중견작가들 라인업에 80년대생 ‘젊은피’가 슬쩍 끼어들었다. 학고재에서 선택한 이우성(40)과 지근욱(38)이다. 미술학원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익힌 ‘홍대 키드’인 두 작가는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구상과 추상이라는 대비되는 방식으로 탐구한다.
9월 13일까지 학고재 본관에서 열리는 이우성 개인전 ‘여기 앉아보세요’는 작가의 변신이 눈길을 끄는 전시다. 이우성은 청춘의 표상을 전통미술과 민중미술에서 활용된 걸개그림에 담는 게 전매특허였다. 이번 전시에도 친구 가족 등 가장 가까운 존재를 다채로운 초상화로 그리면서도 대부분의 그림을 캔버스에 담았다.
21세기형 상형문자도 고안했다. 4만년 전 동굴 벽화에 선명한 손그림을 보며 그는 그 시대의 일상과 언어가 상형문자로 담기는 과정을 재현해보고 싶었다. 오늘의 일상을 상징하는 노트북, 좋아요 같은 표상들을 통해 바다 바위에 암각화처럼 새겨 걸개그림으로 크게 걸었다.
작가는 “상형문자 같이 벽화에 그려진 사람들처럼 지금의 시간을 그려볼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본격적으로 초상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확장됐다”고 했다. 늘 프레임 밖에 존재했던 자신의 얼굴도 그리며 프레임 안으로 걸어들어온 이유다.
상큼한 색조와 감성이 여름에 딱 어울리는 ‘여기 앉아보세요’는 수박을 그린 두 작품으로 개막 전에 팔렸다. 가족 초상에도 수박, 김밥 등 먹거리를 잔뜩 배경에 담았던 그는 “수박을 자주 그리는 건 기분이 좋아서다. 혼자 먹을 수 없고, 나눠 먹어야 하는 이 과일에서 떠오르는 무드가 좋았다”고 했다.
망점이 가득 채워진 캔버스에 파버 카스텔 색연필로 직접 그어나간 선들은 수직으로 수평으로 때로는 곡선으로 출렁인다. 마치 인쇄물처럼 정교하게 1층의 ‘임시의 태’, 지하 1층 ‘상호-파동’, 지하 2층 ‘교차 형태’ 등으로 변주된다. 바닥에 앉아서 직접 제작한 철제자를 놓고 선을 긋는데, 한 번의 큰 실수가 있으면 직접 제작한 비정형의 캔버스도 버려야한다.
패턴이 변주되는 ‘물리학적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양자역학 등 과학에 관심이 많다. 작가는 “색의 변화를 만들면서 오로라의 이미지를 레퍼런스로 사용했다. 토성의 고리는 멀리서 보면 뚜렷하지만 가까이에선 우주 먼지로 가득한 걸 상상하며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지하 2층 벽을 가득 채우는 초대형 ‘교차 형태’ 연작은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유럽의 초대형입자충돌기계(CERN)의 입구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과학자가 미술관에 온 것 같다. 전시를 기획한 박미란 큐레이터는 “다부진 듯 온유한 선, 무정한 듯 세심한 그리기의 시간이 화면에 나란히 축적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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